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미 '애국법'에 따른 미국의 대북 제재가 가시화되면서 제재의 실효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최근 동아시아 3개국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중국을 매개로 한 대북 접촉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뒤 조만간 미국이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본격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는 내용과 시기의 문제이지, 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제재 발동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이 190여 유엔 회원국에게 안보리 결의에 따른 초강경 제재 조치를 조속히 취할 필요가 있다는 공문을 발송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한 미국보다 먼저 제재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이는 일본은 이달 중 대북 금융제재에 착수할 것이라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14일 보도하기도 했다.
제재 내용은
미국의 대북 제재는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1695호와 '애국법'이라는 두 가지 근거를 가지고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른 포괄적인 제재인 것이다.
가장 확실시 되는 것은 2000년 6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해제했던 대북 경제제재의 일부를 복원하는 방법이다.
미국은 당시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이중용도 품목'을 제외한 북한산 상품·원료 수입과 미국 기업 및 해외지사의 비민감 물자와 용역의 수출 및 재수출을 허용했다. (☞ 관련기사)
미국은 조만간 이같은 조치들을 원상복귀시키는 한편, 압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방법은 북한으로 수출입되는 무기 수송을 막기 위해 미국 주도로 관련국들이 정기적으로 정보 교환 및 훈련을 하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WMD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의 해상검문 등도 거론된다.
애국법에 근거한 제재로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것은 추가적인 금융제재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을 동결한 데 이어 호주, 싱가포르, 베트남 등에 소재한 북한 계좌를 추적해 동결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북한의 WMD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와 개인을 상대로 일본 내 금융계좌에서의 예금인출이나 해외송금을 사실상 금지해 자산을 동결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라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효과는 있나
대북 제재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심리적·상징적인 효과만 있을 뿐, 실제 북한에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는 말로 요약된다.
제재가 실효성이 없는 핵심 이유는 미국이 2000년 완화했던 대북 제재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그것은 완화 대상에서 제외됐던 '이중용도 품목'에 거의 대부분의 수출입품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어떤 물품이 이중용도로 쓰일 수 있는가에 대해 소위 '캐치올(catch-all)' 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연필도 연필심에 들어 있는 탄소를 추출해 비행기에 칠하면 레이더를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중용도 품목으로 판정되는 식이어서, 식료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물품이 이중용도 품목에 들어갔다.
따라서 이중용도 품목을 제외하고 수출입 가능 물품으로 2000년 해제됐던 품목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밖에 없었고, 완화된 제재를 원상복귀를 시킨다고 해도 별다른 타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북미 간의 무역량을 봐도 알 수 있다. 미 상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북미간의 교역량은 2002년과 2004년 두 해에만 이례적으로 2500만 달러를 기록했을 뿐 연 평균 500만 달러를 밑돌고 있다.
'제재 내구력' 강한 북한
전문가들이 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또 하나의 요소는 경제 제재에 대한 북한 사회의 '내구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재재가 일상이었던 과거 수십 년간의 경험, 2001년 7.1 경제조치로 인해 민간 부문에 도입된 시장경제적 요소 등이 어떤 제재가 오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무역 제재에 효과를 보려면 한국과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중국은 물론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는 것을 꺼려 한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12일 "우리 같은 경우 이미 안보리 결의 이전부터 북한과의 모든 금융거래와 무역거래를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이 우리나라가 하는 수준으로 (제재를) 하는 게 안보리 제재를 이행하는 것이다"라며 추가 제재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제재 수위가 관건
그러나 2000년 완화된 제재를 다시 '조이는' 것 자체는 이처럼 별다른 효과를 주지 못하더라도 다른 방향에서의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차관은 지난 8일 "전 세계적으로 약 24개 금융기관들이 북한과 자발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이 금융 거래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키 위해 자발적으로 금융제재에 참가한다면 북한으로서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국제법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 선박의 해상검문 같은 초강수를 둘 경우 물리적인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미국이 어떤 수위로 대북 제재에 나서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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