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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 미국의 '중동 길들이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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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 미국의 '중동 길들이기'일 뿐"

<해외시각> 9·11 이후 끝없이 길어지는 '테러지원국 리스트'

9.11 테러 발발 후 5년 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이란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인가.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핵공격설에서부터 수많은 공격 시나리오가 나왔고, 그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공식적인 부인이 잇따랐지만, 이란은 결국 부시 대통령의 최후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중동 정책에 정통한 이집트 카이로대학의 하산 나파 교수는 최근 이집트 주간 <알 아람> 기고문에서 "부시는 이란이 만만치 않는 상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에게 온 마지막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나파 교수는 '질주하는 부시 행정부'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테러를 근절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중동 전체를 미국의 뜻에 복종시키고, 미국의 정책에 반대한다면 국가건 비국가 행위자건 상관없이 박살내버리기 위한 전쟁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및 헤즈볼라 공격은 명분만 '테러와의 전쟁'이었을 뿐 테러와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은 일관성 없는 전쟁이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편집자>

  
  질주하는 부시 행정부
  
  9.11 테러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아닌 미국의 다른 행정부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가정을 전제로 한 이런 식의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 중의 하나다.
  
  9.11이 세계와 중동지역의 지형을 바꾼 지 5년이 흘렀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9.11 이후 중동에 왜 그런 정책을 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여전히 필요한 일이다. 많은 이들은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국제 질서가 전례없는 혼란에 시달리고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무척 좋아하는 '창조적 혼란'이란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이 혼란에 대한 책임을 9.11테러 자체에만 물어서는 안 된다. '테러'를 무엇으로 규정할 것인지, 전쟁의 방법과 기간은 어떠해야 할지를 정하지도 않은 채 '테러와의 총력전'을 시작한 미 행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
  
  끝없이 길어지는 '테러지원국' 리스트
  
  미 행정부는 3000명의 무고한 시민들을 (9.11테러에서) 죽였다는 이유로 용의자 19명의 이름을 제시했다. 그들 모두 알 카에다라는 한 단체 소속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그 단체를 응징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제한된 수준의 군사 행동이 필요하더라도 그것은 자위를 위한 조치로 여겨질 수 있었다. 알 카에다는 국가가 아니다. 조직원들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지하 조직이다. 따라서 조직원들을 추적하고 협력자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는 그 과장된 이미지에 걸맞게 무력을 화려하게 선보이기로 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일으켰다. 그것이 과도한 행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전쟁을 묵인했다. 아마도 탈레반 정권이 알 카에다와 가깝고, 아프간 영토에서 알 카에다 훈련 캠프를 운영하도록 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쟁을 허용했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전투뿐만 아니라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전후 아프간의 처리에도 동참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알 카에다의 파괴와 아프간 점령, 탈레반 정부의 전복에 만족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에게 '테러와의 전쟁'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벌이는 전 지구적인 전쟁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 단체와 '테러 후원' 국가들, '부랑아' 혹은 '악의 축' 국가들의 목록을 끝없이 작성해 왔다. 아프간 전쟁이 끝난 후 모든 이들은 미국이 다음으로 일으킬 전쟁이 9.11과 상관 없는, 정치적인 목표가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다음 타깃이 어느 나라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은 유엔 안보리의 뜻과 다른 것이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저지른 최근의 전쟁처럼. 부시 행정부에게 있어 이 전쟁들의 관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고, 끝없는 '대테러전'의 에피소드들에 불과했다. 이 정부가 생각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탈레반은 수니파 근본주의 정권이었다. 후세인은 세속주의적인 수니파 정권의 대통령이었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근본주의자 정당이다. 지금까지 테러를 근절하겠다며 벌여 온 전쟁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 초기에 '십자군'을 거론했다가 실언을 했다고 취소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군사 행동을 위한 보다 광범위한 동맹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부시 대통령은 '이슬람 파시즘'이라는, 감정에 호소하는 또 하나의 표현을 썼다. 5년간의 전쟁도 그의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 그의 '전 지구적인 테러와의 전쟁'은 중동 전체를 미국의 뜻에 복종시키고, 미국의 정책에 반대한다면 국가건 비국가 행위자건 상관없이 박살내 버리기 위한 전쟁에 불과하다.
  
  부시는 이란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이 글을 쓰기 위한 자료조사를 하면서 필자는 최근 미국 대외정책에서 나타났을 법한 변화를 알아내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찾았다. 그러다가 에인랜드연구소(Ayn Rand Institute)의 설립자인 레오나르드 페이코프가 쓴 글 하나를 발견했다. 그 글이 내 눈을 잡아 끈 것은 '테러리즘을 후원하는 나라들을 끝장내라'는 제목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9.11 직후이자 아프간 전쟁 직전인 2001년 10월 2일 발행됐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글은 9.11 4주년인 지난해 9월 9일 재발행됐다. 내용은 미국 우파들의 비전에 관한 것이었다.
  
  페이코프는 과거 미 행정부가 이슬람 세계에 추구했던 유화정책이 9.11 사태로 절정에 달한 (이슬람의) 호전성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50년 전 트루먼과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석유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자 무슬림 세계는 미국에 대해 처음으로 도전하려 했다. 이란의 호메이니가 미국 외교관을 인질로 잡았던 일은 미국에 대한 두번째 도전이었다. 페이코프는 카터 대통령이 그 인질 사건을 어설프게 처리함으로써 무슬림 세계가 미국인들을 희생시키는 것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 첫번째 사례가 1960년대 후반 항공기 납치를 저질렀던 팔레스타인인들이었고, 그 후 많은 이들이 그 게임에 동참하고자 했다고 페이코프는 주장한다.
  
  과거의 미 행정부는 무슬림들의 범죄는 개별적인 것으로 보고 법적인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페이코프는 (개별 범죄가 아니라) 테러를 후원하는 모든 나라들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보다 급진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테러를 후원하는 나라들을 '끝장내야' 한다는 표현은 페이코프가 처음 만들어 낸 게 아니라 현 세계은행 총재인 폴 월포위츠가 만들어냈다. 페이코프는 그렇다고 핵무기를 사용할 수는 없다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말에 마지못해 동의할 뿐이다. 테러의 핵심 진원지를 이란으로 보는 페이코프는 이란의 군사시설을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이란 정부의 모든 부문을 파괴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페이코프의 글이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요약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내가 이해하기로 부시 대통령은 페이코프와 비교해 볼 때 테레사 수녀에 더 가깝다. 또 미국의 정책이 아프간, 이라크,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지에서 실패로 돌아가면서 공화당 고위층에서는 반대 분위기가 고개를 들었다. 미 행정부가 그같은 실수를 통해 무언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약간의 여지가 있지만, 필자는 그걸 낙관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는 자신들의 독트린에 너무 깊이 빠져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무슬림 세계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무슬림은 인간이 아니라 무슨 일이건 저지를 수 있는 악마적인 미치광이로 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무슬림들의)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같은 미친 짓을 할 가능성이 높다. 테러와의 전쟁은 아프간과 이라크 같은 약한 나라들을 공격하면서 시작했고, 이스라엘에게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를 우선 파괴하게 한 뒤 헤즈볼라 제거를 위해 레바논과 전쟁을 하도록 했다.
  
  이란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는 미국은 이란을 최후까지 남겨두었다. 그러나 미국에 있어 이란은 전쟁을 일으키고 싶은 가장 유혹적인 나라이고, 반드시 제거해야 할 나라다. 부시는 아마도 이란 공격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겠지만, 그에게 온 기회를 잡기로 할 것으로 보인다.
  
  (번역=황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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