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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5년…결단코 미국은 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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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5년…결단코 미국은 강해지지 않았다"

[대담] "이라크는 내전 상태, 아프간에선 탈레반 부활"

9.11 테러 5주년을 맞아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 전쟁의 성과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같은 논란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이 더 강해지고, 안전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 전쟁은 엄청난 실패작이라고 혹평하며 공방을 벌이고 잇다.

딕 체니 미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0일 여러 방송에 동시에 출연해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과 대테러 전쟁의 성과를 적극 홍보했다.

체니 부통령은 NBC방송 '언론과의 만남' 프로에 출연해 "이라크 전쟁이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다"면서도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킴으로써 세상은 훨씬 나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담 후세인 정권과 알 카에다 조직의 연관성이 전혀 없었다는 민주당측 공세와 관련, "비록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발견하지 못했고 두 세력간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라크전 개전 당시 최선의 정보를 활용했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당시 CIA(중앙정보국)가 부시 대통령과 당신에게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보고했더라도 이라크를 공격했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이라크는 WMD를 확보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유엔 제재가 완화됐더라면 실제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장과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이 실패했다"고 반격했다.

슈머 의원은 "체니 부통령의 정책 때문에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체니는 이 나라의 골칫덩어리"라고 비난했다.

특히 딘 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9.11테러의 배후 주모자인 오사마 빈 라덴 추적에 전력을 기울여야 했음에도 이라크 전쟁을 잘못 시작해 이라크가 내전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공방과 관련, 9.11 사태에 관한 심층기사로 잘 알려진 미국의 <뉴요커>가 9.11 사태 5주년을 맞아 11일 내놓은 자체 대담이 주목된다. 이 대담은 <뉴요커>의 편집자 에이미 데이비슨이 사회를 보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세이무어 허시, 존 리 앤더슨, 조지 패커 등 <뉴요커> 기자들이 대담에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쟁, 그리고 미국이 9.11 사태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난 지금 더 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대담은 조지 W.부시 행정부이 9.11 이후 대테러전쟁이라는 명분으로 내세운 정책들에 대해 비판적인 미국 언론들의 시각이 집약돼 있다. 다음은 '9.11 테러 이후의 세계(The World After 9/11)'이라는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보기) <편집자>

알카에다, 9.11 이후 '프랜차이즈화'돼

데이비슨: 허시, 9.11 이후 당신이 처음으로 쓴 글에는 CIA 고위간부가 한 말이 인용됐다. 그는 정보당국이 9.11 사태를 일으킨 테러리스트들의 조직, 자금, 계획 등에 대해 확실한 정보를 축적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시인했으며, 언젠가 알게 되겠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는 정보가 충분히 축적돼 있다고 말할 수 있나?

허시: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는 당시에 이런 얘기도 했다. 9.11 테러가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이고, 고도로 훈련된 요원들이 벌인 작전인지, 그리고 전국적으로 이같은 알카에다의 핵심 조직들에 조사할 것인지 등의 문제로 논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한 편으로는 또 비행기들을 납치한 19명의 테러리스트들의 실력을 준결승전에 진출할 정도의 전력을 가진 야구팀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19명의 테러리스트들은 훈련이 되긴 했지만 무엇보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대비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작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사실 아는 게 없다.

데이비슨: 왜 그런가?

허시: 19명의 테러리스트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할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등 다른 사람들을 많이 체포했지만, 심문에 의해 얻어진 정보에 대해서 나는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심문 절차에 일단 들어가면, 오늘날까지도 고문이 있고, 고문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우리의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쓰여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진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데이비슨: 세 사람 모두에게 묻겠다. 알카에다는 9.11 테러 당시 얼마나 강했나? 또 알카에다는 지금 더 강해졌나 아니면 약해졌나?

패커: 9.11 이후 알 카에다는 '프랜차이즈화'되었다. 알카에다와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조직들이 전세계에 널려 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각자의 지역에서, 각자의 지역적 목표에 따라 활동하고 있는 조그만 조직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보다 전세계적인 알카에다의 목표에 동조하고 있다. 알카에다는 하나의 작전조직으로만 보면 크게 이룬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자기 나름의 색깔을 지니고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자 하는 조직들에게 엄청난 홍보 효과를 안겨주는 상징이 되었다.

로렌스 라이트의 <다가오는 탑>을 보면, 알카에다는 믿기 힘들 정도의 야심과 끈질긴 비전을 고수하면서 1990년대를 넘어 끝까지 살아남는 한 남자의 작품으로 그려져 있다.

데이비슨:오사마 빈 라덴.

패커:그렇다.

앤더슨: 패커와 허시의 의견에 동의한다. 알카에다는 9.11 테러로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의 방어벽과 난공불락이라는 이미지를 부셔버렸다. 심리적 측면뿐 아니라 전술적으로도 알카에다를 모방하려는 시도가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알카에다가 9.11 테러 때처럼 지금도 강력한 작전조직이냐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눈치도 못챈 상태에서 알카에다의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전세계에 엄청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

이제 지하드 같은 비국가 조직뿐 아니라 미국이 억눌러온 정권들도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이라크 전쟁은 이러한 인식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라크 같은 곳에서 반군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보임으로써 난공불락이라는 미국의 이미지가 사라져버렸다.

데이비슨: 이라크로 화제를 돌려보자. 9.11 사태가 남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라크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하는 게 필요한가? 이라크와 9.11은 어떤 관계가 있나?
▲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전투복 차림으로 대중 앞에 섰던 부시 대통령. 그러나 이후 이라크는 지금 내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패커: 9.11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이라크는 엄청나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가 관계가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이러한 발언은 완전히 날조된 것은 아닐지라도 너무나 과장된 것이다. 또 때로는 이라크 독재정권을 제거하는 것이 테러리스트들을 길러내는 근거지를 말살시키는 첫걸음이라는 인식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심어주었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이같은 발언들은 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한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전략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런 논의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이 이슬람 극단주의와 이라크를 연결시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연결은 미국인들이 인정하기에는 너무나 근거가 없고, 기만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대테러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같은 것이라고 판단하고 투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범죄사건을 전쟁으로 비화시킨 부시 행정부"

데이비슨: 앤더슨, 당신은 이라크에서 오래 시간을 보냈는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나.

앤더슨: 이라크 전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패커의 분석에 동의한다. 후세인이 9.11 테러와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반복해서 주장을 하기 때문에 이라크는 대테러 전쟁의 중심무대가 된 것이 현실이다. 이라크 전쟁에 미국의 평판, 위신, 군사적 능력 등 모든 것이 걸려 있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물론 다음 정부도 정치적으로 승리로 인정받거나 최소한 임무가 완수됐다는 명분 없이 명예롭게 이라크에서 빠져나오기는 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가 원래 대테러전쟁의 일부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지금의 현실에서는 그렇게 됐다. 그리고 당분간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비슨: 허시, 이런 주장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어떤가?

허시: 2001년 가을 부시 행정부 내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격렬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해 10월말 부시 대통령은 마침내 폭격을 승인했다. 아프간 전쟁의 전제조건에 대해 나도 수긍했다. 그러나 이라크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었다. 부시 행정부가 국제적인 테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역할 모델을 원한다면, 인도 정부가 뭄바이에서 일어난 열차 폭탄테러 사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살펴보라. 인도 정부는 그 사태를 범죄 사건으로 취급했다. 빈라덴과 일당들이 한 짓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전쟁을 벌임으로써 부시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정부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게 됐다.

데이비슨: 패커, 당신도 이런 주장을 글로 썼다. 우리가 9.11 이후 군사적 행위로 이룰 수 있는 한계에 대해 뭔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나.

패커: 그런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정부과 군부 중에 그런 사람들은 핵심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 허시가 레바논 전쟁에 대해 최근 쓴 글을 보면, 핵심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잘못된 교훈을 얻고 있다. 군사적일 뿐 아니라 정치적 성격을 갖고 그 사회에 깊이 밀착된 조직들을 공습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영받지 못할 정보는 통상적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도달하기에 앞서, 체니 부통령이나 그의 측근들에 의해 차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 중에 제대로 된 교훈을 얻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리더십의 실패다.

앤더슨: 여기서 9.11 이후 촉발된 분쟁들로 화제를 돌려보자. 첫 번째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라크, 가장 최근에는 레바논 등이 있다. 레바논의 휴전 직후의 일화부터 말하겠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집터를 잃은 주민들에게 복구를 위한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헤즈볼라는 민심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이고, 레바논 정부로부터 국가의 역할을 뺏어갔다. 더 큰 맥락에서는 레바논 분쟁에서 더 주요한 관계자인 미국 등의 역할도 뺏어갔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탈레반을 색출하는 것 이외에 미국이 이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한 게 거의 없다. (수도) 카불과 칸다하르를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한 것이 처음으로 한 일인데, 그 일을 하기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 그나마 1년 정도 통행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탈레반이 부활해 서구인들에 대해 공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지만, 복구작업을 위해 한 일이 뭔가?

데이비슨: 9.11 이후에 지은 것 중 하나가 (쿠바의) 관타나모에 수용소를 설치한 것인데, 관타나모로 인한 미국의 득실은 무언가?

허시: 패커는 우리가 미국의 건물 속으로 비행기를 몰고온 사람들을 다루는 방법과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들을 추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지적해주었다. 단순한 무력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생각들이 싹트고 있기는 하다. 이라크에서조차 일부 부대에서는 주민들을 보다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9.11 직후 전세계는 미국의 편에 섰었다. 대부분의 무슬림권에서도 광기어린 행위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은 도덕적 권위, 도덕적인 우월성을 상실했다. 미국은 파괴하는 데에서 보여준 만큼 진지한 태도로 복구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앤더슨의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미국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성장했으나,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중산층이 된 무슬림이라면 보통 자식들을 예일 대학교에 보내길 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그런 심리를 이용하지는 않는다.

"무슬림 국가 내부의 이념 싸움에 주목해야"

데이비슨: 패커, 당신은 최근 이슬람 온건파를 주제로 글을 쓰기도 했다.

패커: 미국의 힘을 사용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느라 한 가지 놓친 점이 있다. 무슬림 국가들 내부에서 벌어지는 싸움이다. 내가 이번 글을 쓰기 위해 수단과 모로코 같은 곳에 가서 온건파의 사례를 찾아봤다. 크게 고무적인 사례를 찾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놓친 점이 있다. 수단의 한 학자는 "아랍권에서 당분간 기대할만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아랍권은 중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희망이 있는 곳은 변방 지역이다. 세네갈에서부터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이들 무슬림권의 변방 국가들은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들 사회를 규정하는 내부 투쟁은 상대적으로 덜 폭발적이다. 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라크 전쟁, 미국의 군사력 같은 것과 덜 얽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서구세계에 이슬람을 무조건 옹호하는 사람들로 비치고 있다.

이들의 문제가 서구에 대항하는 게 아니라 근대화에 대한 무슬림 국가 내부의 이념 싸움이 될 수록, 희망은 더 커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7세기의 관습이 강요되는 전체주의적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데이비슨: 9.11 테러 직후인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허시, 당시는 9.11 테러의 설계자로 알려진 할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그가 미국에 의해 체포돼 있는데 지금껏 기소되지 않은 이유는 뭔가? (최근 부시 대통령은 그가 군사재판을 받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밀재판은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허시: 부시 행정부가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가 기소되면 어떻게 취급받았는지 말할 것이라는 점도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데이비슨: 아프가니스탄은 '나쁜 놈들을 잡으러' 미국이 처음으로 공격한 곳이다. 앤더슨, 당신은 2001년 10월 폭격이 시작됐을 때 아프가니스탄에 있었다. 지난해 다시 그 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거기 있을 때 당신은 9.11 테러의 희생자, 또는 아프간 사람들을 위해 정의가 행해지기는 한다는 느낌을 받았나?
▲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은 반군들의 공세에 속수무책이다. ⓒ연합뉴스

앤더슨: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연합군을 구성해 이룬 한 가지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상당한 연계를 맺었던 알카에다의 활동을 거의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알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였다. 알카에다는 탈레반 정권에 자금을 지원하고, 미국을 포함해 여러 정권들에게 타격을 주려는 테러리스트들에게 근거지를 제공했다.

하지만 미국이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다. 탈레반은 산 속으로 도주했으며, 빈라덴도 도망갔다. 미국과 서구 동맹국들은 당시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또 아프간 사람들은 서방세계가 뭔가를 해주기만 기대했다. 우리가 전세계에 이 나라에서 올바른 일을 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알카에다와 탈레반 잔당을 색출하기 위해 몰려다녔을 뿐이다. 아프간 사람들을 이념의 전쟁에 끌어들이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백악관, 원하지 않는 정보는 외면하고 헌법도 무시"

데이비슨: 허시, 9.11이 일어나기까지 정보의 실패에 대해 많은 글을 썼다. 9.11 직후 정보기관들이 정보 취급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논의가 많았다. 그 방식이 바뀌었나? 그렇다면 개선이 된 것인가, 개악이 된 것인가?

허시: 상황은 훨씬 나빠졌다고 생각한다. 매우 유능한 많은 사람들이 환멸을 느끼고 의욕을 잃은 나머지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9.11 위원회가 만들어낸 새로운 체계는 커다란 실패로 끝날 것이다. 패커가 앞서 말했듯, 자기들이 원하지 않는 정보는 원하지 않는 백악관이 있는 한 기대할 것이 없다.

데이비슨: 백악관은 9.11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통신 비밀 등 일부의 권리를 포기할 것으로 요구한다.

허시: 외국정보감시법 규정에 따라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안보 따위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국민들이 아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부시 행정부는 헌법을 무시했다. 미국은 헌정 파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라크의 상황으로도 우리는 위기를 겪고 있다. 앤더슨이 말했듯 이라크에서는 내전이 진행 중이다.

데이비슨: 미국은 5년 전에 비해 더 강해졌나?

허시: 그럴 리가 있나. 그렇게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미국이 더 나은 모습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왜 미국이 다시 공격받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부시 대통령에게 그것이 정치적인 성과로 포장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처럼 존경받지도 못하고, 난공불락이라는 이미지도 사라졌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 보더라도 더 강해지지 않았다.

데이비슨: 앤더슨, 2001년 9월 10일로 돌아가서, 당신은 그 때 스리랑카로 가려고 했다. 그 일정이 연기되고, 결국 가지 못했다. 9.11 이후 전세계에서 미국이 소홀히 한 지역들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앤더슨: 물론이다. 미국이 그래 왔듯 9.11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뉴요커>에 글을 쓰기 위해 냉전 이후 미국이 등한시해 온 지역이라고 생각한 곳들을 돌아보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이 그런 지역 중 하나인데, 9.11 테러 이후에야 가보았으며, 스리랑카는 미국의 입장에서 직접적인 연구가 없어 파악하기가 더 힘들었다. 해외에서 오래 살아본 미국인으로서 본토에 사는 미국인들의 인식과 우리에 대한 해외의 인식 사이에 단절이 있다는 느낌을 종종 갖는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과거에 대한 무책임, 제3세계권으로 확장해가는 소련과의 오랜 대결을 하는 동안 우리가 남긴 거대한, 때로는 파괴적인 유산을 통렬하게 느꼈다. 우리는 커다란 구멍을 남겼다. 우리는 그 곳에서 좋은 미국인이 되기를 중단했다. 사람들은 아직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은 클린턴 대통령이 외교 정책에서 많은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좋았던 시절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허시와 패커가 지적하고 있듯, 미국이 새로운 위협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동원된 발언들과 정치적 결정의 결과로 인해, 모든 것이 변했다. 우리는 방향을 바로잡고, 진정한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갈수록 깊어져 가는 비통함과 반미 감정을 바꿔나갈 많은 기회가 있었다.

데이비슨: 그러나, 사랑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더 강해지지 않았나?

앤더슨: 결코 아니다. 우리의 적들로부터도 존경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난 뒤 소위 반군이 우리를 공격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은, 마침내 지상에서 우리를 발견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은 초기 공습에 전적으로 의존한 뒤 수도를 향해 일종의 전격 진입 작전을 펼친 것이다. 그 이후 우리 군은 사방으로 흩어져 법과 질서 유지에 치중했다.

패주했던 적들은 우리가 공격 가능한 대상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가까이서 보니 우리가 초강대국으로서 갖춰야할 것을 모르면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 곳의 지형, 언어,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리의 적들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장비에 대해 경외감을 잃었다.

그 결과 우리는 이라크에서 세계에서 가장 대적하기 힘든 반군을 맞이하고 있다. 또한 1년전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대체로 해결됐다는 엄청난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탈레반은 다시 돌아왔다. 그들도 우리를 더 이상 두려워 하지 않는다. 우리는 강해지지 않았다. 우리의 적들이 우리가 강하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이 이같은 사실을 이해하고 세계 속에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재설정해야 하는지 깨달아, 사람들이 미국의 군사적 역량뿐 아니라 미국 자체에 대해 존경심을 갖도록 하게 되기까지는, 미국은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번역=이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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