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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 사고 피해 키운 건 환경부 무사안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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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 사고 피해 키운 건 환경부 무사안일주의"

환경단체들 "환경부가 마땅히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 커졌다"

구미 불산가스 사태는 환경부의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감독과 늑장대응, 무사안일한 태도가 부른 대형 관재사건임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5일 시민환경연구소 주최로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환경단체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불산가스 관리 정책에 있어 실패 지점들을 지적하고,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안전대책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환경부가 이후에도 사건을 은폐·축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민·관 합동조사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구미시가 지난 3일 항공 촬영한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일대. 붉은 원으로 표시된 건물이 유출사고가 난 휴브글로벌. ⓒ연합뉴스

환경부, 법에 명시된 사전·사후 안전규정 모두 안 지켰다

화학물질관리법 제39조를 보면 사고 대비물질을 정해진 수량 이상 취급하는 자는 자체방제계획을 수립해 환경부 장관이나 시·도지사에게 반드시 제출하고, 인근 주민들에게 이 계획을 사전에 알려야 한다. 이번 불산가스 유출 사고가 발생한 (주)휴브글로벌 역시 이에 해당한다.

자체방제계획에는 취급하는 물질의 유해성에 관한 자료, 방제시설 및 장비의 보유현황,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직의 인력 및 구성도, 사고 시 응급조치계획, 사고 시 피해가 예상되는 인근 주민의 범위와 소산계획, 사고 시 조기경보의 전달방법, 물질에 노출 시 응급조치 요령, 그밖의 사고대비물질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

이에 더해 환경부 산하의 국립환경과학원장이 자체방제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국립환경과학원은 시·도지사 또는 지방 환경관서의 장에게 해당 사항을 통보해야 한다.

또 화학물질관리법 시행규칙 제40조를 보면 국립환경과학원장은 화학물질안전관리센터를 통해 사고의 대비 및 대응에 필요한 정보를 소방관서·지방자치단체 등 사고대응기관에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교육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 피해지역 주민들은 '불산'과 같이 위험한 물질이 마을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법에 명시된 자체방제계획도 들어본 바가 없다. 또 사고 발생 공장의 방제시설과 보호 장비는 사실상 전무했고, 사고를 대비한 안전 훈련 등도 시행된 적이 없다.

조기경보는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주민대피는 대피요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을 이장의 자체 판단 하에 진행됐다. 이때 주민들은 '불산'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탓에 무방비상태로 가스에 노출됐다.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은 "사고 발생 이틀 후인 지난달 29일 구미에 마련된 상황대책본부를 직접 방문했을 때 본 현장 관리 상황은 충격 그 자체였다"며 "현장 공무원들은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자체방제계획 등) 어떠한 자료도 받은 것이 없었고, 과학원은 유선전화로 공무원들에게 '안전하니 주민들을 귀가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환경부가 사고발생 공장의 자체방제계획 '서류'만을 형식적으로 확인했을 뿐, 실제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지를 점검하거나 확인하지 않은 것"이라며 "환경부의 무사 안일한 태도가 이번 사고를 만든 근본적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불산'과 같이 유해성이 강한 물질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사고에 대비해 피해 영향권에 주민거주시설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고, 포함되어 있다면 거주지 이전 방안 등을 마련해 놓았어야 한다"며 "환경부가 마땅히 했어야 할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불산에 안전한 농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사고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실시한 대기 중 불산 농도 측정 조사결과 발표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당시 사고지점 주변 500m부터 1.3km까지 불산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사고 현장의 불산 농도는 1~5ppm으로 측정되어 인체에 위해한 농도인 30ppm에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미시는 이날 오전 10시경 주민 대피령을 해제했다.

이에 대해 김 부소장은 "'불산'에 안전한 농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부소장은 "산업환경기준에 따르더라도 8시간 노출을 기준으로 0.5ppm이 안전기준"이라며 "따라서 공장 인근에서 불산 농도가 30ppm보다 적은 1~5ppm으로 측정되었더라도 이것은 안전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박정임 교수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말하고 있는 기준인 30ppm이란 농도는, 노출 시 30분 이내에 도망쳐야 건강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는 기준"이라며 "30ppm은 결코 정부가 주민들에게 제시할 적절한 기준일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 김 부소장은 "기체 상태의 불산이 유출될 것이기 때문에 주변지역 온도에 따라 확산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며 "국립환경과학원이 추정한 확산 범위인 반경 500~1.3km는 1차 확산지역일 뿐, 2차로 더 멀리 불산이 확산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에서 시민환경연구소 주최로 '구미 불산유출사고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특별재난지역 선포하고, 민·관 합동조사단 꾸려야"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들은 우선 불산 유출 사고 피해지역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지속적인 역학조사와 환경 영향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불산 피해지역을 조속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할 것과 피해지역 내에 있는 농축산물을 안전하게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국립환경과학원에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개인적인 입장임을 전제로 "과학원장이 파면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염 사무총장은 "뒤늦게 환경부를 주축으로 '불산사고 환경대책 TF(Task Force·대책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이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민·관 공동조사단을 꾸려야 환경부가 사건을 은폐·축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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