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되고 있는 '불산'은 반도체 등 첨단기기 제조에 주로 쓰이는 유해 화학물질이다. 부식성이 워낙 강해 각종 유리와 녹(綠)을 녹이는 데 사용된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는 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불산이 인체 피부에 닿아 체내로 흡수되면 뼈가 부식되고, 심한 경우 부정맥 등 합병증이 생겨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피부에 닿은 불산은 일단 피부 조직을 괴사시키며 높은 수용성을 바탕으로 몸에 빠르게 흡수된다. 이렇게 되면 혈액을 통해 불산이 몸을 돌아다니며 혈액 내 칼슘과 결합해 혈중 칼슘농도를 떨어뜨린다. 쉽게 말해 불산의 강한 독성 때문에 피부 속 뼈까지 녹아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칼슘은 심근 및 골격근 등에서 신경자극이 기계적인 수축으로 이어지는 데 중심 역할을 하는 전해질이다. 따라서 불산이 이 전해질을 파괴하면 부정맥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기체 상태의 불산을 코나 입으로 흡입하면 호흡기 계통과 폐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임 교수는 "기존에 심폐질환이 있는 환자이거나, 신체기능이 저하된 노인들이라면 불산으로 인한 피해는 점진적으로 계속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 교수는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지역주민이 집단으로 합병증을 호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제대로 대처를 못하면 추후에 발생한 병이 이번 불산 유출 사고 때문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에 대한 건강 역학조사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사)시민환경연구소 고도현 선임연구원 역시 역학조사의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했다. 고 연구원은 "지금 병원에서 하고 있는 치료는 간단한 증상 완화 치료 수준의 임시방편"이라며 "지역 주민의 건강상태를 장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간에 걸친 역학조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 마련이 절실하다"며 "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역학조사를 위한 예산을 마련하고 피해 보상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와 구미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출 사고 현장에 있던 5명이 사망했고, 공장 옆 인근 마을 주민 1000여 명이 두통·구토·피부발진 등 건강 이상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과 경찰관들도 피부발진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와 더불어 현장을 방문 조사한 (사)시민환경연구소 등 환경단체들은 사고 현장 주변 가로수뿐만 아니라 공장 바로 옆 인근 마을의 수목들과 농작물들도 독성물질로 인해 누렇게 잎들이 말라버렸으며, 인근 축사 내 가축도 콧물을 흘리며 사료를 먹지 않는 등 이상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4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의 한 밭에 있는 콩 잎이 누렇게 말라 죽고 있다. 이곳은 지난달 27일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 휴브글로벌과 200m 가량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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