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 당시 정부가 현장 오염도 조사를 마치기도 전에 '화학물질사고 심각' 단계를 해제하는 공문을 발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5일 환경부를 상대로 연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심상정 의원은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공문과 현장조사자료를 검토한 결과, 환경부 장관이 현장조사가 끝나기 무려 11시간 전에 '화학물질사고 심각' 단계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당시 환경부는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9시간 뒤인 지난달 28일 0시 30분께에야 현장조사에 착수해 당일 오후 2시 40분까지 오염도 측정을 실시했다. 환경부는 사고지점과 주변지역에 대해 3차례만 오염농도를 측정한 뒤 조사 시작 3시간 후인 새벽 3시 30분께 '심각 단계'를 해제했다. 그러나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조사는 '심각 단계'가 해제된 지 11시간 후에야 끝났다.
환경부는 또한 조사 당시 불산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산 농도조차 산출하지 않은 채 경보를 해제했다.
심 의원은 "사고지점에 대한 1차(0시 30분) 및 2차(2시 30분) 대기측정 결과에서 소방용수 등으로 인한 과다수분으로 불산 수치를 얻어낼 수 없었다"며 "환경부가 주변지역으로 어느 정도 피해가 확산될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각 단계를 해지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잔류오염은 아예 측정하지도 않았다. 심 의원은 "심각 단계를 해제했을 당시 환경부는 사고 지점 및 주변의 대기질 오염만 측정했다"며 "불산의 주변지역 침투로 인한 피해를 확인하기 위한 잔류오염은 전혀 측정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대기 측정조차 엉뚱한 곳에서 진행됐다. 환경부는 2차 피해가 주로 예상되는 사고지점 500미터 이내에 대한 측정은 실시하지 않고, 그로부터 1.3km 떨어진 지역에서 대기 측정을 실시하고 사고지역이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정부는 매뉴얼을 어긴 채 사고발생 12시간 만에 대피한 주민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화학유해물질 유출사고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상 정부는 '인명구조 완료→제독 완료→잔류오염도 조사→대응기관 회의→주민 복귀'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심 의원은 "환경부의 총체적 부실인 현장조사로 인해, 방지할 수 있었던 제2차 피해가 확산됐다"며 "환경부, 환경단체,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오염검사를 시급히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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