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유엔 감시초소에 폭격을 가해 유엔평화유지군 요원 4명이 사망한 사건이 '고의성'이 짙다는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건 직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공격은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으로 분명히 유엔 초소를 겨냥해 포격과 공습이 동시에 가해졌다"고 말한 뒤 세계 각국도 유엔의 견해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26일 프랑스 AFP 통신에 따르면 사망자 중 자국민이 포함된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한국, 아세안 10개국의 외교장관들은 이날 "이번 폭격은 고의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모인 이들 외교장관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군이 유엔 초소를 고의적으로 공격목표로 삼은 것에 대해 심한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고 성토했다.
아난 사무총장은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직접 나에게 유엔 건물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올메르트 총리는 아난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경위를 포괄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인 단 길레만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난 총장의 비난은 성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유엔 초소를 고의적으로 겨냥했다고 의심하는 아난 총장의 성급한 성명에 충격과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역공을 가했다.
미국도 동맹국답게 이스라엘을 편들고 나섰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유엔 평화유지군 요원들이 고의적으로 공격목표가 되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맹비난하면서 주중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해 사과를 요구했다.
레바논의 파우지 살루흐 외교장관도 "이번 공격은 야만적이고 사전기획된 것"이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그는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여자이건 어린이이건 병원이건, 자기들이 망쳐놓은 치안과 평화를 유지하는 임무를 띤 유엔 초소이건 상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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