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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개성공단 때리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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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美, '개성공단 때리기' 본격화

'근로조건' 집중 제기…남북경협 제동? FTA 협상용?

미국이 대(對) 한반도 정책의 '눈엣가시'인 개성공단 때리기를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1단계 분양을 준비중인 공단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간접 지불 문제, 근로환경 문제 등을 명분으로 한 미국의 개성공단 '트집잡기'는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불거진 개성공단 원산지 표시 문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술로 분석된다.

***통일부 당국자, 워싱턴서 해명에 '진땀'**

미국이 개성공단을 전면 압박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은 현재 워싱턴을 방문중인 우리 정부 당국자들을 통해서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방미 중인 고경빈 통일부 개성공단 사업지원단장과 김동근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에게 미국이 보는 개성공단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상당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18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무부 관계자를 만났고 19일에는 의회와 국무부 인사들과 접촉한 고 단장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미국 당국자들을 만나본 결과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는 것과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직불 문제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임금 직불 문제는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노임을 직접 받지 않고 북한 당국을 거쳐 지급받는 문제를 일컫는 것으로 미국은 그 돈이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고 단장은 미 당국자들의 이같은 우려에 대해 "(임금 직불제가) 이미 합의는 됐지만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임금 직불제를 통해 달러를 사용하려면 환전소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라며 "중국에서 가장 먼저 특구가 형성된 심천의 경우도 직불제가 시작되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현지 실정을 설명했다.

***레프코위츠 인권특사 발언이 신호탄**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고 단장과 김 위원장이 참석한 18일 토론회에서도 여실이 드러났었다.

KEI(한국경제연구소)와 AEI(미국기업연구소)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미국측 토론자들은 개성공단 사업 추진 대가로 북한에 지급하는 비용 문제, 임금 간접 지급 문제, 개성공단 제품의 수출 문제, 북핵 문제와 개성공단 사업의 관계, 공단 투자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손실 보장 문제 등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특히 마크 마니인 미 의회조사국(CRS) 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북한 노동자 임금으로 평균 월 55달러를 북한 당국에 지급한다고 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받는 임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며 분배 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고 단장은 "지금은 한미가 대북정책에 있어 손발을 맞춰야 할 때"라면서 "북한에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이득을 얻는 것을 가르치는 한편으로 불법활동을 단속해야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며 개성공단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법적으로 주 48시간 일하고, 연장 및 야간작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작년에 1인당 평균 55시간을 일했고,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한 만큼 노동착취라는 말은 적합치 않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의 이같은 견제는 지난달 31일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 인권 대사가 제기한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근로 실태에 대한 문제제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레프코위츠 대사는 당시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있고, 노동권에 대해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노동기구(ILO) 등 제3의 기관을 통해 조사ㆍ평가한 뒤 유엔에 그 실상을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 잘 되면 미국 정책에 악영향?**

미국이 이처럼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는 것은 우선 남한과 북한이 구상하고 있는 남북 경제공동체의 상징격인 개성공단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벗어나 확대되는 데 대한 견제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북핵 문제가 교착상태에 있고 인권, 위폐, 마약 등 종합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북한 문제'가 풀리기도 전에 남북한이 개성공단을 매개로 경제 교류와 통합을 가속화한다면 향후 자신들이 펼 수 있는 정책의 폭이 줄어들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미국은 지난달 20일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 등 당국자들을 개성공단에 보내 실태를 파악하게 했고 지난 11일에는 미국 의회 의원 보좌진 8명이 공단을 방문했다. 이같은 '현장 실사'를 통해 미국은 개성공단과 일련의 남북 경협이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획득할 경우 자신들의 운신 폭이 좁아질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는 또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를 북한 인권 문제의 하나로 포함시킴으로써 대북 압박의 '메뉴'를 다양화하려는 시도로도 풀이된다.

***미국내 노동계도 한목소리**

미국의 개성공단 흔들기는 또 FTA 협상에서 주요 쟁점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개성공단 생산품의 원산지 표시 문제를 유리하게 끌고 나가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메이드 인 개성' 제품을 한미FTA에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미국이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노동 여건을 꼬투리 삼아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가 2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개성산 제품의 FTA 포함 같은) 기술적인 문제는 협상과정에서 풀어가야 하지만 정치적 고려도 필요하다"며 "개성공단 근로자 처우와 관련해서는 의문사항이 있다"고 말한 것은 미국의 그같은 속내를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행정부가 이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은 미국내 산업계의 압력 때문이기도 하다. FTA 협정에서 파생될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미국 노동계가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를 명분으로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14일 자국 업계를 대상으로 연 FTA 공청회에서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회의(AFL-CIO)'는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이 한국의 기준에 비해 극도로 낮고,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독립적인 노동조합을 구성하거나 노동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과 FTA를 체결하게 되면 (개성공단 제품으로 인해 미국에) 어떤 영향이 초래될지 많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AFL-CIO의 티아 리 정책국장은 최근〈자유아시아방송〉에 출연해서도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제대로 임금을 지급받는지와 노동자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는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 개성공단의 노동실태가 투명하게 밝혀지도록 관련 행정부처에 압력을 넣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19일(현지시간) 주유엔대표부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제품 문제를) FTA 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중요한 만큼 문제 제기의 시점과 방법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원산지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로만 따질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말해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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