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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대추리까지…"평화야,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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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대추리까지…"평화야, 걷자!"

평택주민·활동가 등 100여 명 청와대 출발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해 온 평택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100여 명이 서울의 청와대 인근부터 평택 대추리까지 가는 행진을 시작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평택 범대위)'는 5일 오전 청와대로 가는 길 입구의 정부종합청사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서 평택 대추리까지 285리를 행진하는 '평화야, 걷자!'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국방부가 이달 중에 평택의 군사기지 확장 예정지역 안에 있는 집들을 철거할 예정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행진 취지문을 통해 "정부는 평택의 땅을 철조망으로 가두고 전쟁기지를 추진하더니 이제는 사람이 버젓이 살고 있는 집을 부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이번 행진의 의미는 청와대부터 대추리까지 285리를 직접 걸어가서 미군기지 확장이 예정되어 있는 285만 평의 땅을 되찾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기지 확장과 한미 FTA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정부종합청사를 지나고 있다. ⓒ프레시안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한미 FTA 문제를 동일한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평택 범대위의 문정현 상임대표는 "평택 문제나 한미 FTA 문제나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285리를 걸어서 미군기지 확장과 한미 FTA 협상을 막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평택 범대위의 오종렬 공동대표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한미 FTA도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종렬 공동대표는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 전체에 대한 완전한 지배"라며 "평택 미군기지 확장과 한미 FTA는 그 한 가지 목표의 다른 표현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진단의 공동단장을 맡은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한미 FTA 2차 협상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내기 위해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대추리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번 행진을 통해 국민들에게 우리의 진심을 알려내자"고 강조했다.

팽성 주민대책위의 신종원 조직국장은 "농민들은 지금이 한창 농사를 지어야 할 때인데 이렇게 거리로 나오게 되어 마음이 답답하다"며 "말보다는 행동으로 평화를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여성공감의 박영희 대표는 "여러분이 내딛는 걸음은 평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다만 그 길을 휠체어로 가는 사람들도 있음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행진에 참여한 대학원생 윤 모 씨는 "시민들은 미군기지 이전과 한미 FTA를 별개의 사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는 안보적 성격이 대단히 강하다"며 "이번 행진에 더욱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스크린 쿼터의 축소에 반대하는 영화인들도 참여했다.

영화평론가 양윤모 씨는 "한미 FTA를 통해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정부의 선전은 완전한 거짓말"이라며 "이번 행진을 통해 신자유주의라는 마약에 찌들어 눈과 귀가 멀어버린 노무현 대통령과 보수언론, 그리고 관료집단을 심판하자"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행진에 나선 이들은 오는 9일 오후 대추리에서 '평화마을 지킴이 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관계당국은 이 집회를 원천봉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의 전문이다.
"걸음걸음 평화를 앞당기는 길에 나서며…."
▲ 행진단의 변연식 공동단장(오른쪽)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프레시안

이제 우리는 길을 떠나려 합니다. 서울에서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까지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자 합니다.

그곳의 주민들은 670일이 넘게 촛불을 밝히면서 미국의 침략전쟁 기지로 자신의 땅은 넘기려는 정부에 맞서 저항하고 있습니다. 군부대가 농작물이 자라는 땅을 침탈하여 점령하고 있고 경찰이 마을에 이르는 길을 봉쇄하고 있는 그곳으로 우리는 갑니다.

평화와 전쟁, 인권과 야만이 대결하고 있는 그곳으로 우리는 걸어가려 합니다.

힘겹게 싸우며 버텨온 주민들의 저항이, 그리고 그 주민들과 연대하는 우리의 힘이 국가의 잔인한 폭력 앞에 스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빈집 철거부터 시작될 더욱 잔인한 생명공동체의 파괴를 막기 위해 우리의 작은 힘이나마 더하고자 합니다.

대추리, 도두리…. 평택시의 남쪽에 자리 잡은 농촌 마을. 그곳에는 일제와 미군에 의해 땅에서 쫒겨났던 슬픔의 역사를 안고 억세게 살아 온 농민들이 있습니다. K-6 미군기지에 땅을 빼았겼었는데, 다시 미군의 전쟁기지로 기를 쓰고 넘겨주겠다며 군대와 경찰로 농토와 마을을 파괴하는 잔인한 국가폭력의 현장이 고스란히 그곳에 드러나 있습니다.

미군기지 레이돔 위로 떠오른 태양은 가장 알맞은 일조량으로 곡식을 키워주고, 적당한 바람으로 알곡을 익게 하다가 아산만 위로 붉은 노을로 져가는 곳. 여름 밤이면 바람소리, 개구리 소리, 거기에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 소리가 사람과 더불어 잠들었다가는 새벽이면 두런두런 생명들이 조화롭게 깨어나려고 하던 그 땅이, 그 들이, 사람들이 지금은 너무도 아파 울고 있습니다. 너무도 처참하게, 위법한 군사보호구역 설정 이후 하루가 다르게 군사기지로 변모하고 있는 이때, 우리는 그곳으로 갑니다.

김지태 이장을 비롯한 구속자의 석방, 군부대와 경찰의 철수, 평화농사의 보장, 그리고 미군기지 이전 협정의 전면 재협상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평화의 요구, 인권의 요구를 내걸고 우리는 걷겠습니다. 가는 곳 마다 오늘 전쟁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 생존을 미국에 모두 팔아넘기는 대통령, 국방부, 경찰과 검찰 등 정부가 지금까지 저질렀던 범죄를 모두 드러내고 평화를 염원하는 그 마음, 전국에 흩어진 평화의 마음으로 모아 더 이상의 평화와 인권의 파괴를 막을 것을 호소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가는 길은 평택에서 거짓 안보와 거짓 평화를 대신해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의 가치가 더욱 빛나고 소중하게 보존되는 싸움으로 이어져 갈 것입니다.

우리의 이 길은 한미 FTA의 협상을 저지하는 투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우리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대재앙의 물결인 한미 FTA. 한미 동맹의 강화만이 살 길이라고 역설하는 거대한 권력과 자본에 맞서는 한미 FTA 저지 투쟁에 우리는 다시 한 걸음을 보탤 것입니다. 제국주의 자본은 늘 자신들의 이익만을 모든 것에 우선하는 가치로 놓고 평화와 인권을 파괴해 왔습니다. 군사침략과 경제침탈이 이 땅 대다수 민중들을 죽음으로 내몰아 가는데 그 대재앙을 눈 뜨고 앉아 맞을 수는 없습니다.

장마철입니다. 우리가 가는 길에 비바람이 몰아칠 것입니다. 하지만 한여름 땡볕에 온몸이 녹초가 될지라도, 우리의 길을 경찰이 막아 나설지라도 우리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평택 대추리, 도두리에서 평화를 지키는 지킴이 대회를 성사시키겠습니다. 우리의 정당한 행진을 가로막는 세력은 평화와 인권의 적입니다. 우리는 반평화 오적과의 투쟁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평화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투쟁은 그래서 단호해야 합니다. 대추리, 도두리, 그리고 황새울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평화를 지키는 것임을, 한미 FTA를 저지하는 것이 우리의 생존과 인권을 지키는 것임을 세상에 목청껏 당당히 외칠 것입니다.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우리는 평화를 향해 갑니다. 고통 속에 있는 그들과 더불어 춤추며, 노래하며 우리는 갑니다. 우리의 길에 평화의 뜻이 이어질 것을 믿으며 이제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2006년 7월 5일, 285리 평화행진 '평화야, 걷자!'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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