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방부는 오는 30일까지 평택 미군기지 터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주민들에게 이사할 것을 요구해 놓았으며, 7월 중에는 빈집 철거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 대응해 평택 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빈집 철거 계획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이날로 21일째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온 문정현 신부 및 일부 주민들도 평택으로 내려가 국방부의 빈집 철거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문 신부를 비롯한 평택 주민들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사회인권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평택 대추리 주민대표 김지태 위원장의 구속에 항의하며 단식농성을 벌여온 문 신부는 이날 단식을 풀고 대추리로 내려갔다.
"7월 철거 임박…새로운 각오로 대응해 나갈 것"
평택 범대위는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7월 빈집 철거 및 10~12월 강제철거를 계획하고 있다"며 "정부는 철거 계획을 즉시 중단하고 하루 빨리 미군과의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김지태 위원장을 포함한 관련 구속자를 전원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평택 범대위는 "정부가 철거 계획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대추분교 철거 때보다 더 거센 항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순희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는 "5월까지만 해도 대추분교를 부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이제 7월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하고서는 "우리는 단식을 끝낸 문정현 신부님과 함께 새롭게 결사투쟁할 것을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는 결의를 밝혀,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기지이전 재협상, 근거도 있고 조건도 마련되어 있다"
평택 범대위는 "우리 국민 80% 이상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이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정부의 태도는 미국의 압력이 두려운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의 김제남 사무처장은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재협상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미국의 선제공격에 이용하기 위한 기지 확장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라며 재협상의 근거가 충분하고 전제조건이 마련되어 있는 지금 정부가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평택 범대위는 또한 "정부는 기만적 대화놀음을 중단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을 철회해 주민들이 농지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택시 팽성읍 도두2리의 이상열 이장은 "구속된 김지태 대추리 이장은 순수하게 이 나라와 생명과 이 땅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가 왜 '팽성대책위 위원장'이라는 지위 하나만으로 구속되어야 하는가"라고 묻고 "자진출두한 사람을 가두면서 대화를 원만히 할 수 있다고 누가 말하느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귀먹고 눈 먼 노무현 대통령, 호소는 더 이상 무의미"
한편 문정현 신부는 그동안 단식을 하던 도중 협심증이 재발해 응급실로 실려가는 등 위급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심장전문의는 단식 후 곧바로 병원에 입원할 것을 수 차례 권고했다. 하지만 이날 문 신부는 "다행히 며칠 전부터 건강이 조금 나아졌다"며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문 신부는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효순·미선이의 촛불로 대통령이 됐지만, 이제 평택문제와 한미FTA로 처절한 말로를 볼 것"이라며 "솔직히 나의 단식으로 구속자를 풀 수 있다는 실낱같은 믿음과 기대가 있었지만 그 기대를 이제 거둔다"며 단식을 해제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문 신부는 "국민의 소리와 모습에 귀먹고 눈이 먼 노무현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국민의 힘으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은 훌륭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국민들이 평택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해나자"고 호소했다.
문 신부와 함께 동조 단식농성을 벌여온 박순희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는 "이제 단식한들 구속자들이 석방될 것이라고 믿지도 않고, 단식농성장에 누가 오든 중요하다고 생각지도 않는다"고 말하고 "'단식할 테면 해봐라. 지율도 98일까지 갔다'는 속셈으로 눈 하나 꿈쩍 안 하는 노무현 정부는 총을 쏘았던 전두환보다도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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