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은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식중독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실패했다.
설사와 복통 등 식중독 증상을 보인 학생들에게서는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CJ푸드시스템의 협력업체 직원들과 식재료, 그리고 지하수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돼지 않아 감염 경로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30일 오후 CJ푸드시스템이 관련된 집단 식중독 사고에 대한 역학조사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의 대변 1821건 중 6.6%인 121건에서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문제는 노로 바이러스 감염이 어떤 경로로 이뤄졌는지를 밝혀내는 일이었다.
보건당국은 CJ푸드시스템의 모 협력업체가 제공한 채소류의 식자재나 지하수가 오염됐을 것으로 보았지만 이 협력업체 직원 16명과 지하수에서는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보건당국이 감염 경로와 그 책임의 소재를 밝혀내는 데 실패함에 따라 CJ푸드시스템에 대량 식중독 사태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한 전문가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태"라며 "당국이 발빠르게 대처했더라면 시료를 채취해 감염의 책임소재를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 식중독 환자가 최초로 발생한 것은 지난 15일이었다. 이어 CJ푸드시스템의 급식을 먹은 수도권 지역의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호소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22일에야 중앙역학조사반을 꾸리고 23일에야 시료채취에 나서는 등 늑장대처를 한 데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이날의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CJ푸드시스템 측의 한 관계자는 "정부당국의 조사 결과를 놓고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식품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높아지길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황당하다 못해 한심한 심정"
민주노동당의 최순영 의원은 "CJ푸드시스템 등의 업체가 연루된 지난 2003년의 식중독 사태도 원인이 규명되지 못했다"면서 "만일 CJ푸드시스템이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미리 밝히지 않고 버텼더라면 또 유야무야 되었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학교급식 네트워크'의 배옥병 상임대표는 "정부의 오늘 발표에는 앞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며 "원인 규명도 못한 채 사건이 이대로 덮여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배옥병 상임대표는 "감염의 경로는 다양할 수 있어도 이번 사건의 공통분모는 바로 CJ푸드시스템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학무모로서,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참으로 황당하다 못해 한심한 심정"이라며 "질병관리본부 뿐 아니라 정부 부처 모두는 사건의 원인 규명에 실패한 데 따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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