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급식'을 제공해 문제를 일으켰던 CJ푸드시스템이 26일 급기야 학교 급식 사업에서 철수하는 한편 학교 급식 직영화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교 급식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해 온 CJ푸드시스템의 이런 결정은 교육계 일각에서만 제기돼 왔던 '학교 급식 직영화' 논의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리 온상 '학교 급식', 직영화로 풀자"
학교 급식 직영화 논의는 급식을 둘러싸고 터져 나온 비리를 계기로 이미 널리 확산되어 있다. 급식 위탁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종종 비리가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2003년 10월 한 소규모 급식업체 사장 K씨는 서울의 한 상업고교에 급식을 제공하는 대가로 이 학교 교직원들로부터 1000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 그리고 1억2000만 원 규모의 건물 신축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K씨가 공개한 접대비 장부에는 이 학교 교직원들에게 제공한 도박 자금과 룸살롱 접대 내역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K씨는 이듬해 급식업체 선정에서 탈락하고 술자리에서 교직원들에게 폭행까지 당하자 접대비 장부를 공개할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석 전교조 부위원장은 최근 "학교급식 위탁 업체와 3년간 계약하면 학교장에게 돌아오는 리베이트가 3000만 원 선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급식 사업의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와 급식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이렇게 큰 비용을 지출하게되면, 급식 업체가 식재료 원가를 낮추는 것을 통해 이익을 내려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교 급식 직영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도 급식 직영화가 급식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학교급식을 외부의 민간 업체에 맡길 경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질이 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옥병 학교급식네트워크 상임대표는 "학교 급식을 위탁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 직영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에 비해 위생 사고가 3배 이상 늘어났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급식 직영화가 '만능'은 아냐…관계기관의 체계적 협력 시급
그렇다면 학교 급식을 직영화하면 현행 급식의 문제가 모두 풀릴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위탁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에 비해서는 규모가 적겠지만, 학교의 의사결정 구조가 투명하지 않은 한 비리 발생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김 부위원장은 "위탁 방식에 비해 직영 방식이 비리 발생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그 차이는 오십 보 백 보 수준"이라고 말했다. 직영 급식을 할 경우에도 식재료를 납품받는 과정에서 비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업체 위탁 방식의 학교 급식 체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온 배옥병 상임대표 역시 급식 직영화는 학교 급식 문제를 푸는 '첫 걸음'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직영이든, 위탁이든 식자재가 오염되거나 가공 과정이 깨끗하지 않으면 비슷한 사고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 상임대표는 단지 급식 직영화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 식자재의 유통 및 보관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품 안전 관련 사고가 터졌을 때 정부 기관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번에도 식품안전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급식 사고가 발생한 교육청으로부터 제 때 통보받지 못해서 문제가 커졌다. 정부 역시 이같은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음식물과 관련한 사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중국산 김치' 파동이 터졌을 때 식품의약품안전청,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에 흩어져 있는 식품안전관련 업무를 일원화하여 식품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같은 공언은 아직까지 '말'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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