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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선거구제의 승리…3~4년 내 개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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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선거구제의 승리…3~4년 내 개헌 없다"

<일본 읽기>일본 베테랑 정치 기자가 말하는 9.11 일본 총선

일본의 베테랑 정치전문 기자이자 저명 칼럼니스트인 야마다 타카오 <마이니치신문> 정치담당 편집부국장은 27일 자민당의 일본 중의원 선거 압승은 소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는 선거제도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한일사회문화포럼 산하 한일매스미디어포럼가 주최한 포럼 '긴급보고: 일본 9.11 총선과 일본의 전망'에 초청된 야마다 부국장은 이번 선거 지역구 투표에서 자민당이 민주당 득표수의 1.3배에 불과한 표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4배가 넘는 의석수를 차지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득표는 1.3배, 의석수는 4배**

30년간 일본 국내정치 담당 기자였던 야마다 부국장은 "소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는 캐나다의 경우 1990년대에 185석 정도의 의석을 가졌던 연립 여당이 바로 다음 선거에서 2석만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면서 "소선거구제는 이렇게 아주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일본 사람들이 미친 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하게 했던 자민당의 압승은 바로 소선거구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중의원은 총 의석 480석 중 300석이 소선거구 투표에 의해 선출되고 180석은 권역별 비례대표로 선출된다. 지난 11일 실시된 중의원 총선에서 자민당은 총의석의 62%에 육박하는 296석을 차지했고,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31석과 합하면 개헌 발의선보다 7석 많은 327석을 차지했다.

야마다 부국장은 "자민당도 득표수가 늘었지만 패배한 민주당의 득표수도 지난 선거에 비해 증가했다"며 "그러나 우정 개혁으로 선거의 쟁점을 단순화했던 고이즈미 총리에 비해 민주당은 대안이 없는 채 불평만 하는 선거 운동을 벌여 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회의원 당선 소감 일성(一聲)으로 "4천만 엔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게 좋다. 요정에도 가보고 싶다"고 말한 한 젊은 초선 의원(자민당)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런 사람이 의원이 될 수 있는 선거제도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일본 '캐시 외교'의 좌절감이 개헌논의 불러와**

연립 여당이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를 넘게 됨에 따라 개헌의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야마다 부국장은 "개헌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3~4년 안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헌법에 따르면 개헌은 참의원과 중의원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고, 그후 국민투표도 실시해야 한다. 자민당은 최근 한시 기구인 중의원 헌법조사회를 정식 상임위로 격상시켰으며, 국민투표법안을 내년 중에 통과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야마다 부국장은 국민투표법안이 완성돼도 연립 여당이 참의원 의석의 3분의 2를 넘지 못하고 연립 공명당이 군대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 9조의 개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일본에서 일고 있는 개헌 논의는 사립학교 보조금을 정부가 지원할 수 없다는 헌법 규정의 삭제, 미 군정이 만든 헌법 전문(前文)의 어색한 번역투 문장 교정, 그리고 9조의 개정 등이다.

야마다 국장은 그러나 "이 중 9조의 개정은 그다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공명당은 9조의 개정을 반대하고 있고, 바꾼다면 군대 비보유, 교전권 불인정을 그대로 둔 채 국제협력 행위를 할 수 있다는 항목을 추가하자는 식으로 자민당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도 9조의 개정에 대한 반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이나 국민들 모두 개헌 찬성률이 호헌 여론보다 언제나 높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일본이 국제정치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필요한 분담을 해야 한다는 정도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3~4년 후 선거가 끝날때까지 민주당은 결코 개헌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헌법 9조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싹트게 된 배경으로 1991년 걸프전의 충격을 꼽았다. 당시 일본은 군대를 보내지 않는 대신 130억 달러에 달하는 전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쿠웨이트가 전쟁을 지원한 30여개 국에 사의를 표하는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게재했는데 그 안에 일본은 포함되지 않았다. 야마다 부국장은 "그 일로 일본인들은 상처를 받았고 개헌은 없었지만 특별법을 만들어 이라크와 아프간에 경무장 병력을 보내게 됐다"며 "개헌논의는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일 관계 당분간 어려울 것"**

포럼의 지정 토론자로 나선 양기호 성공회대 일문과 교수도 야마다 국장의 분석에 공감을 표하며 "민주당의 표밭으로 여겨졌던 대도시에서도 자민당이 압승했지만 표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고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양 교수는 일본 총선 결과가 경제적. 정치적 (신)보수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하면서, 선거결과에 만족하는 영미권은 경제적 보수주의 혹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기대를 걸고 있고 한국과 중국은 정치적 보수주의에 대한 우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3400조 엔에 이르는 일본 우정성의 자금이 민영화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영미권에서는 고이즈미의 승리를 기대한다는 노골적인 메시지를 보냈었다"며 "일본이 우정성 개혁을 통해 재정을 건전하게 하고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들어올 경우 한국과 중국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한국과 중국은 정치적인 우경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또 한중일 관계가 향후 10~20년간 우호적일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 김대중, 김종필, 지명관 등 한일관계를 이끌어왔던 거물급 정치인들이 퇴장하고, 자기만의 컬러와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젊은 정치인들이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정권의 안정도를 지탱하기 위해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경향이 강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대화채널을 이을 수 있는 건 관료들인데 한국 외교통상부와 일본 외무성 모두 미국파가 주류라서 한일 간 상호이해가 미흡하고, 지일파들이 비교적 많은 중국 외교부도 당내의 반일 감정과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극에 달해 영향력이 없는 상태"라며 정치인과 관료를 통한 한중일 우호관계의 지속은 당분간 어렵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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