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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 것 없어진' 고이즈미 日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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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 것 없어진' 고이즈미 日 총리

중의원 선거 압승…개헌 발의선 확보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정치적 대도박에서 승리를 거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자민당은 11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총 의석 480석의 62%에 육박하는 296석을 얻어 압승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획득한 31석을 합하면 개헌발의선인 320석을 7석이나 초과하게 돼 평화헌법의 개정을 중심으로 한 개헌 발의에 탄력을 얻게 됐다. 모든 상임위 위원장을 독차지할 수 있는 '절대안정의석'인 269석을 훨씬 웃도는 완벽한 승리였다.

선거 결과 제1야당 민주당은 선거 전의 177석에 훨씬 못미치는 113석, 공명당 31석, 공산당 9석, 사민당 7석, 우정민영화법안 반대파 중심의 신당 5석 및 반란파 무소속 13석, 순수무소속 및 기타 6석을 각각 차지했다.

***고이즈미 "국민이 개혁에 화답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선거가 끝난 직후 가진 연쇄 회견에서 "4년 4개월간 총리로서 다양한 개혁을 추진해 왔으며 국민들이 지지로 화답해주었다"고 말해 선거 결과를 개혁의 추진력으로 활용할 것임을 적극 내비쳤다.

본인 스스로도 이 정도의 대승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고이즈미 총리는 "오랜 기간 우정민영화가 정치권의 금기로 논의되지 못한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며 "민간의 것은 민간에 주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이 이해하고 협력해주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참의원 우정민영화 반대파들도 찬성으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며 "우정민영화 추진과 동시에 연금, 재정 등 구조개혁을 추진해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임기연장론'에 대해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와 함께 총리직에서 물러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부인했다.

중의원 해산의 배경에 대해 그는 "취임 초부터 당내 우정민영화법안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반대가 있다면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는 기분을 갖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당내 반대가 아닌 국민의 반대가 아니면 총리를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사 참배 강행, 주변국 갈등 불가피**

고이즈미의 압승으로 주변국과의 갈등은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정 민영화법에 반대해 축출당한 37명의 의원들이 주로 '아시아 중시파'였던 점에 미뤄볼 때 대외정책에 있어 그의 독주를 견제할만한 당내 세력이 사라졌고, 고이즈미 스스로가 이번 압승을 외교·안보 분야의 '백지 위임장'으로 여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이즈미는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야스쿠니의 역사관을 부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이해를 얻어' 신사 참배를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이중적인 플레이는 한국과 중국 국민들의 강한 반발을 살 것이 뻔하고 주변국과의 외교 분쟁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은 언제나 잠복해 있다. 고이즈미는 벌써부터 다음달 중순 야스쿠니 신사 대례제 때 참배를 전격 감행하거나 늦어도 연말까지는 참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평화헌법 개헌 공론화 이미 돌입**

미국 추종적 대외정책을 심화하고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군사대국화 경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미국의 대 테러전쟁에 협조하면서 미국과 밀월관계를 맺어 왔던 일본은 앞으로도 중국과 북한을 가상적(敵)으로 상정한 미사일방어망(MD) 구축 등 군비확대 노선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이번 선거를 통해 확고히 했다.

12월로 끝나는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 시한도 연장될 것이 뻔하다. 미국도 고이즈미의 남은 임기 중에 주일 미군기지 재배치 논의를 타결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군사대국화는 결국 평화헌법의 핵심인 제9조를 고쳐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는 쪽으로의 개헌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개헌 반대를 당론으로 삼고 있는 민주당이 지리멸렬해진 상황에서 자민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할 경우, 자민당 단독으로 개헌안을 발의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공명당이 설령 개헌에 반대한다고 해도 민주당 내 개헌파와 손잡고 개헌 가능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민당은 정권 공약대로 창당 50주년인 11월 15일 개헌 초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로써 개헌은 이미 공론화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과거 고이즈미 총리가 먼저 나서서 관계개선을 추진한 만큼 국내의 반대 여론을 누르고 북일 관계정상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개혁 가속화**

일본 국내의 문제에 있어서는 우선 우정공사 민영화법이 곧바로 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22일을 전후해 중의원 특별회의를 소집해 총리로 재선출된 뒤 우정 민영화법안을 다시 제출해 중·참의원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의원 해산 자체가 우정 민영화법 부결 이후 전격 단행됐고 이번 선거 역시 그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선거로 규정했던 고이즈미였던 만큼 공룡 조직 우정공사를 개혁하는 작업은 최우선적인 행보가 될 것이다.

또 우정 민영화는 국철 분할과 민영화, 도로공단 민영화, NTT 민영화 등 일련의 민영화 정책의 정점을 찍으면서 '작은 정부'를 구현하고 정계-관계-업계의 유착고리를 끊음으로써 정치·행정 전반에서의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개개편 논의도 시작될 듯**

한편 중의원 선거를 '개혁 대 반개혁'의 단순 구도로 몰고갔던 고이즈미에게 참패한 민주당은 당의 존립기반까지 흔들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

과반의석을 얻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최종) 선거결과가 나오는 대로 판단하겠다"며 사퇴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해 죄송스럽다"는 오카다 대표는 "고이즈미 총리쪽이 더 알기 쉬웠다" "출산율 저하 등 우리의 시대인식이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면서 메시지의 열세를 패인으로 꼽았다.

15년만에 중의원에서의 '단독 과반수'를 다시 차지한 자민당이 어떤 식으로 정계개편을 시도하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미래도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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