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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족(族)의원' 깬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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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족(族)의원' 깬다는데…

결집력 넓고 강한 한국의 '건설족'은?

중의원 선거 압승으로 당내 장악력을 강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정경유착의 온실로 지목돼 온 자민당내 '족(族)의원'들과의 전쟁을 선포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91개 조사회·특위 통해 업계 이익 대변**

일본의 '족의원'이란 건설·의료 등 특정 업계 및 이익단체와 결탁해 돈과 표를 받는 대가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들의 이익을 대변해 온 정치인들을 일컫는 말로 이들은 각종 '조사회'와 '특별위원회'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은 20일 당간부 회의에서 조사회와 특별위원회에 대한 통폐합 작업 착수를 지시했다고 일본의 언론들이 25일 보도했다.

이같은 지시는 고이즈미 총리의 뜻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지난 총선 기간 중 "자민당은 특정 세력이나 계층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이 아니다"라며 "기득권 옹호는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말해 족의원 혁파를 예고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같은 방침은 우정민영화법에 반대해 참의원 부결을 이끌어 낸 세력이 우정공사 및 전국의 우체국 조직과 수십년 간 밀착해 온 '우정족'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도 풀이된다.

***1차 타깃은 '도로족'**

일본의 언론들은 그러나 이번 조치의 1차 타깃은 '도로족'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 실력자가 다수 포진해 있는 도로족들은 도로조사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연간 3조5000억 엔에 달하는 도로 관련 재원을 주무르고 있다. 이들의 배후에는 도로공단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다.

도로족 의원들은 휴발유세와 자동차 중량세로 걷힌 재원을 도로 건설이나 보수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고이즈미 총리의 초기 개혁안을 무산시킨 바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기회에 도로조사회를 없애고 애초의 개혁안을 관철시키려 할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보고 있다.

자민당 내에는 도로족·우정족 외에도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건설족, 농협 등 농업단체에 기반한 농림족(농수산족), 의료계를 대변하는 후생족, 운수족 등이 있다. 이들은 자민당 내 91개의 조사회와 특별위원회를 무대로 활동하며 예산 배분 등 정부 정책을 밀실에서 결정한다는 비판을 받아 오고 있다.

***한국의 '건설족'은?**

의원들이 자신을 후원하는 업계의 이익, 지역구민들의 특수 이익, 그 두 가지가 결합된 이익을 대변하고 표를 얻는 행태는 의회 민주주의를 택한 현대 민주국가에서 쉽게 발견되는 정치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일본 족의원의 경우 업계-관료와의 결탁이 노골적이고 파벌 수준의 정치 행태가 횡행해 국가 정책을 왜곡시키는 세력으로 굳어져 왔다.

이와 관련, 우리 나라도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관료 등 '건설족'이 부상해 부동산 정책 수립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 최고 지도자의 의지로 족의원과의 전쟁을 선포한 일본의 향배에 특히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 건설족'의 경우, 정치권을 넘어 언론과 학자 등까지 결합한 광범위한 서클이라는 특징이 있는데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재벌(건설업체와 이익단체), 경제관료, 보수언론, 정치인, 학자를 '개발5적'으로 꼽으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이들 '건설족'에 의해 좌우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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