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주미대사가 "남은 업보가 있다면 다 책임지고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을 끝으로 7개월여 만에 대사직에서 물러났다. 안기부 도청 녹취록 파문이 터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2개월 만의 일이다.
홍 대사는 23일(현지시간) 오후 주미대사관에서 이임식을 갖고 "과거의 그림자가 내 발목을 잡을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대사는 뉴욕 타임스를 방문하거나 세계신문협회(WAN) 관계자 등 미국내 지인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주변정리를 한 뒤 이르면 다음달 말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홍 대사에 대한 검찰수사는 적어도 한 달 뒤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 대사는 이날 이임사에서 자신이 지난해 11월 주미대사직 제의를 수락했던 것은 "1999년 옥고를 치름으로써 많은 과거가 정리됐다는 나름의 판단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난 11월의 선택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지난 7개월간 전부를 던져 참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며, 또 앞을 향해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미대사로서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문제 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도 주력했다면서 "한미간 FTA 체결은 한 단계 높아진 한미관계를 의미하며, 한미 (군사)동맹에 버금가는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앞으로) 어디 있든 이에 조그마한 기여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김종현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 사실을 언급하는 가운데 한미 FTA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워싱턴도 그런 의지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 대사가 귀국하는 대로 소환해 지난 97년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나눈 대선자금 제공 등에 대한 대화 도청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홍 대사가 정치자금 전달과정에서 30억 원 정도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22일 "해외에서 도피성으로 안 들어올 경우 외국 당국과 사법공조 하는 방법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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