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사건의 주역이었던 이회성 씨를 소환했던 검찰이 이번 주 중 김인주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를 벌일 것을 검토하는 등 97년 삼성그룹 대선자금 제공 의혹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가 미국에 체류하며 귀국 시기를 밝히고 있지 않아 검찰 수사가 순항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검찰, 김인주 사장 다시 소환해 97년 대선자금 출처 조사 검토**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6일 오후 97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 후보였던 이회창 씨의 동생 회성 씨를 소환해 13시간 가량 조사한 뒤 17일 새벽 귀가시켰다. 검찰은 이 씨를 상대로 97년 대선 당시 삼성그룹으로부터 제공 받은 대선 자금의 정확한 규모 및 당시 돈을 전달한 당사자 등에 대해 추궁했으나, 이 씨는 "'세풍' 수사시 진술한 그대로"라고 입을 굳게 다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세풍' 사건 수사기록과 안기부 도청 테이프 녹취록을 근거로 이 씨가 97년 9월경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거주하던 압구정동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현금을 전달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그러나 당시 수사에서는 김인주 사장이 자금 전달 책임자였던 것으로 진술에 나타나 있어 검찰은 김 사장을 소환해 다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김 사장은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장으로 삼성의 자금 흐름을 총괄했기 때문에 일단은 김 사장을 상대로 자금 출처 등에 대해 조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10억 원 가량을 5~6개의 계열사 기밀비로 처리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져 이 부분에 대한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세풍 수사 당시 삼성그룹이 이회창 후보 측에 60억 원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개정 전 정치자금법으로 처벌할 수 없어 기소하지 못 했다. 하지만 김 사장의 '기밀비 처리'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인 배임 또는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어 사법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홍석현-이건희 두 사람의 '연내 귀국' 불투명**
한편 이번 사건의 주요 당사자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현 주미대사) 및 모든 의혹의 최고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검찰은 이미 홍 전 사장에 대해서는 귀국과 동시에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으나, 홍 전 사장이 후임 주미대사 부임과 동시에 귀국할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밀건강검진'을 목적으로 출국한 이건희 회장의 귀국 여부에 대해서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회장에 대한 검진 결과는 이번 주 나올 예정이지만 이 회장이 미국에서 체류하며 미국 내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직접 챙기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예측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주 부터 본격적으로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X파일' 사건이 최대의 쟁점으로 부각되며 이 회장에 대한 증인 신청이 불가피한 가운데 검찰 수사와 국정감사의 부담을 안고 귀국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
따라서 수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의혹의 최정점에 서 있는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전 사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검찰로서는 한동안 '실무선'에 대한 조사를 벌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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