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의 97년 '삼성 대선자금 착복'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검찰은 홍 전 사장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문제는 현재 주미대사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홍 전 사장의 귀국시기라는 관측이다.
***홍석현 씨의 97년 대선자금 '배달사고' 의혹으로 보광 탈세사건 다시 주목**
홍 전 사장에게 관심이 다시 집중된 것은 "홍 전 사장이 대주주로 있던 보광그룹에 대한 99년 탈세사건 수사에서 출처가 불명확한 뭉칫돈 30억 원이 발견됐고, 이는 97년 대선 당시 홍 전 사장이 삼성그룹의 대선자금을 착복한 것"이라는 '배달 사고'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찰 관계자는 "당시 출처 불명의 돈을 찾아낸 것은 맞지만 국세청 고발 부분에 수사를 집중하느라 돈의 출처와 사용처에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당시 발견된 출처 불명의 자금은 30억 원에는 훨씬 못 미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광그룹 탈세사건은 1999년 7월부터 2개월간 국세청이 보광그룹을 세무조사하는 방식으로 중앙일보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뒤 같은해 9월 검찰에 홍 전 사장을 고발하고 262억원의 추징금을 통보한 사건이다.
검찰은 홍 전 사장의 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를 통해 홍 전 사장을 증여세 25억7000여만 원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나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구속된 홍 전 사장에 대해 일부 중앙일보 기자들이 "사장님 힘내세요"라는 '시위'를 벌여 유명했던 사건이기도 하다.
***세풍 사건, 보광 사건…97년 대선자금 관련 사건으로 '퍼즐 맞추기'**
결과적으로, 이번에 97년 삼성그룹의 대선자금 제공 의혹이 담긴 안기부 도청 테이프가 공개되고 그 여파로 '대선자금 심부름 배달사고' 의혹이 제기되면서 '보광 사건'과 '세풍 사건'이 다시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전 후보 측이 국세청을 동원해 대선자금을 모금한 사건인 '세풍' 사건은 삼성그룹이 이 전 후보의 동생 이회성 씨에게 60억 원의 대선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만 남기고 종결된 사건이어서, 검찰은 이번에 세풍 사건과 보광그룹 탈세사건을 면밀히 재검토해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의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학수 부회장과 함께 'X파일' 대화 당사자인데다 이번에 '배달 사고' 의혹까지 제기된 홍 전 사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홍 전 사장은 원칙적으로 소환대상"이라고만 밝히고 있지만, 주미대사에 재직 중인 홍 전 사장의 귀국과 함께 검찰에 출두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홍 전 사장이 주미대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미국에 머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홍 전 사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홍 전 사장을 둘러싼 대부분의 의혹 시점이 97년이어서 관련 증거 확보가 만만치 않고, 공소시효 등 법률적으로 쟁점이 될 부분이 많아 수사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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