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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신문법, 언론시장 변화 몰고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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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반쪽’ 신문법, 언론시장 변화 몰고올까

[전망] “정간법보다는 진일보, 그러나 역시 누더기”

우여곡절 끝에 새 신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야가 지난 1일 새벽, 지루한 공방을 거쳐 ‘신문등의자유와기능보장에관한법률’(신문법)이라는 긴 이름의 새 언론관계법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로써 17년 동안 언론관계법의 ‘성경책’으로 여겨져왔던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정간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언론계, 벌써부터 개정 요구 ‘빗발’**

새 신문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 강화 △인터넷신문 법제화 △신문발전위원회 설치 △신문발전기금 조성 △신문유통원 설립 △편집위원회 설치(임의조항) △독자권익위원회 설치(임의조항) △기사·광고의 의무적 구분 등을 담고 있어 신문업계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그러나 새 신문법을 바라보는 언론계의 시선은 싸늘한 쪽에 가깝다.

언론개혁을 주장해온 쪽에서는 새 신문법에 △소유지분분산 △편집권 독립 조항 등 핵심사항이 모두 빠져 있기 때문에 ‘누더기법’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4대 법 가운데 여야가 유독 새 신문법을 합의통과시킨 것이야말로 이 법이 '누더기법'이라는 반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의 제정에 한사코 반대해온 쪽 시선도 싸늘하기란 마찬가지다. 보수신문들은 신문법 통과후 사설 등을 통해 열린우리당이 원안에서 대폭 후퇴했음에도 “시장지배적 사업자 선정, 신문발전위 구성 등은 신문업계를 인위적으로 재편하려는 정치권력의 간섭”이라며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새 신문법은 제정된 지 불과 며칠만에 또다시 개정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언론계는 새 신문법이 공포되고 시행령이 제정되는 6개월 동안 뜨거운 논란이 불가피하며, 특히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기준이 마련되는 2006년 7월까지는 언론계의 진보-보수진영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충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연 새 신문법의 의미와 신문시장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주요 항목별로 살펴보자.

***시장지배적 사업자 과연 나올까?**

여야는 새 신문법 제정 과정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선정 기준을 두고 가장 큰 대립각을 보여왔다. 열린우리당이 ‘중앙일간지를 대상으로 1개 신문사의 발행부수가 30%를 넘거나 3개 신문이 60% 이상일 경우’라는 기준을 제시하자 한나라당이 “‘조중동’을 벌주기 위한 조항”이라며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여야는 막판 협상을 통해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대신, 발행부수 산정기준을 ‘무료신문과 영자지를 제외한 문화관광부 등록 일반·특수 일간신문’으로 하기로 합의를 봤다.

언론계 일부에서는 이 조항의 신설로 인해 ‘조중동’이 독식하고 있는 시장점유율의 ‘거품’이 어느 정도 빠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조중동’ 3개 메이저신문사들이 새 법 제정과 경기불황 등을 감안해 이미 무가지 배포를 줄이는 방식으로 20여만부 정도씩 발행부수를 줄이고 있다는 후문도 돌고 있다.

하지만 언론계 전반적으로는 이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당장 발행부수 산정기준이 스포츠·경제지 등을 포함한 일반·특수 일간신문 등 1백37개사로 광범위하게 넓어져 실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나올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여기다가 기존에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신문부수공사(ABC)의 기준을 적용해 발행부수를 산정할 경우 각 신문사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마이너신문들의 경우 실제 발행부수가 공개되면서 광고량이 줄어들거나 광고단가가 떨어지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경영상황을 한층 위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한 마이너신문 경영자는 이와 관련, "조중동을 잡으려다가 여야 야합으로 마이너신문사들이 부메랑을 맞는 형국이 됐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신문발전위 신설에 ‘이해득실’ 따지기 분주**

새 신문법에 따라 신설되는 신문발전위원회는 여론 다양성을 위한 연구·조사업무와 신문발전기금의 지원대상을 선정한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언론계 모두 설치 여부에 대해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던 조항이었다. 신문발전위는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2명과 한국신문협회 전국언론노조 한국언론학회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각 1명씩 등 모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별도의 사무국도 설치할 수 있게 돼 있다.

신문발전위의 설치에 따라 각 신문사들은 △전체 발행부수(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업무) △유가판매·인쇄부수 △구독료·광고수입 △신문사 자본내역, 5% 이상 소유지분의 주주 내역 등을 신고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오랜 언론개혁의 한 과제가 풀렸다는 점에서 언론계에 전체에 큰 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새 언론기구의 설치를 바라보는 신문업계의 표정은 ‘떨떠름’ 또한 역력하다. 당장 메이저·마이너신문 모두 그동안 극비에 붙여왔던 부수와 수입 등이 대외에 알려진다는 점에서 사전에 이해득실을 따져보기가 매우 난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신문발전위가 발행부수 등에 대한 검증·공개에 들어가는 오는 2006년 7월 이전에 신문업계가 부수를 늘리기 위한 막바지 출혈경쟁에 들어갈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오는 4월초 신문포상금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이같은 현상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사장 선임 문제를 놓고 홍역을 치루고 있는 한국언론재단 역시 신문발전위 신설로 깊은 시름에 빠져 있기도 하다. 만약 신문발전위 사무국 운영이 언론재단에 위탁되지 않는다면 언론재단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재단의 한 간부는 “새 신문법은 신문발전위를 구성한다고 해놓고 딱히 명확한 상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더군다나 신문발전위 운영을 위한 예산도 확보하지 않은 채 막연히 ‘정부 예비비로 충당하면 된다’며 땜질식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어 언론계 지원시스템 전반을 무너뜨릴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신문유통원, ‘수성’ ‘도약’ 동상이몽**

신문발전위와 함께 신설되는 '신문유통원'은 △신문 공동배달 △잡지·기타 정기간행물 배달 △신문수송 대행 등을 맡는 법인이다. 새 신문법은 37조에서 설립 이유에 대해 ‘국민의 폭넓은 언론매체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신문유통원이 설립되면 그동안 ‘조중동’ 등 메이저신문사들의 판매망으로 붕괴 일보직전에 놓여 있던 마이너신문사들의 판매망이 새롭게 복원돼 독자들의 신문 선택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마이너신문 5개사는 이미 (주)한국신문서비스라는 신문공동배달제 회사를 설립해 놓은 상태여서 국고에서 운영금이 지급될 경우 신문사 경영 전반에 상당한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신문사들의 ‘수성’도 만만찮다. 특히 중앙일보는 이미 지난해 경기도 일산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센터(지국)를 하나로 묶은 법인을 설립해 운영중에 있는가 하면, ‘훼미리넷’이라는 전국망을 가진 택배 전문회사도 보유하고 있는 등 신문유통원 설립에 철저히 대비해 왔다. 동아일보는 뒤늦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언론학자들과 연계해 신문공배제에 대한 연구·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언론계 일부에서는 신문유통원의 설립이 혼탁해진 신문시장을 정화하는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공사가 아닌 법인인 탓에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을지 적잖은 걱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신문유통원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자리다툼도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다.

***인터넷신문, 사상 첫 언론관계법 포함 성과**

새 신문법은 그동안 '법외영역'이었던 인터넷신문을 처음으로 언론관계법에 등재했다는 의미를 남기고 있다. 신문법은 인터넷신문에 대한 개념을 규정한 뒤 각 조항 별로 ‘정기간행물 및 인터넷신문’이라는 병기 표현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통 매체와 대등한 지위와 권한, 의무를 부여했다. 또 신문발전기금의 설치 목적과 용도에 있어서도 ‘인터넷신문의 진흥’을 명문화해, 인터넷심눈이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새 신문법은 논란이 돼 온 ‘인터넷신문 개념 규정과 등록 의무화’와 관련, 개념은 좀더 명확하게 하되 이에 의해 규정된 인터넷신문은 등록을 강제하는 방향을 택해 논란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구체적으로 새 신문법은 인터넷신문에 대해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와 통신망을 이용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 등에 관한 보도·논평 및 여론 및 정보 등을 전파하기 위하여 간행하는 전자간행물로서 독자적 기사 생산과 지속적인 발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했다.

애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안에는 현행 선거법상 인터넷언론사 규정을 준용한 ‘인터넷을 통하여…매개하는’ ‘…이와 유사한 언론의 기능을 행하는…’ 등의 표현이 포함돼 있었으나 개정 신문법에는 이 부분이 빠지고 ‘독자적 기사 생산과 지속적인 발행 등’이라는 기준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인터넷신문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돼 온 포털 사이트의 경우 독자적 취재망을 구축하고 있는 일부 포털을 제외하곤 신문법상 인터넷신문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인터넷신문의 등록 강제와 관련해서는 다른 정기간행물과 마찬가지로 등록을 강제사항(신문법 시행 뒤 3개월 이내)으로 정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을 뒀다. 따라서 개정 신문법상 '인터넷신문'에 해당되는 언론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관광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에게 △제호 △종별 및 간별 △발행인 편집인 인쇄인 및 인터넷신문사업자 등의 성명 생년월일 주소 △발행소의 소재지 △발행목적과 발행내용 △주된 보급대상 및 보급지역 등을 등록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인터넷언론을 전통매체와 똑같이 등록을 의무화하고 처벌 조항을 두는 것은 인터넷의 속성을 등한시한 처사”라며 “신문법상 권익과 책임을 갖기를 원하는 인터넷언론사는 등록을 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등록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자율등록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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