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 국회 문화관광상임위원회에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게 되는 언론개혁 법안에 대해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가 본지에 글을 보내왔다.
천 대표는 글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당론으로 국회에 제출한 신문법에 대해 "오십보 백보 차이로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본지는 천 의원이 보내온 글을 계기로 각 정당이 국민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지상 논쟁을 벌여주길 바라며 해당 글을 가감 없이 싣는다. 편집자주
***우리당 신문법안은 '악법' 아닌'누더기법'**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열린우리당이 발의한 신문법이 1980년에 만들어진 언론기본법보다 더한 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여권이 언론개혁을 하겠다고 제출한 언론관계법은 어렵게 쟁취한 언론자유를 다시 권력의 손아귀에 던지려 하는 반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이며, 반헌법적인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에 진지하게 묻고 싶다.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신문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열린우리당의 신문법보다 훨씬 더 악독한 '언론탄압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민주노동당의 신문법은 열린우리당에서 제외한 1인(특수관계인 포함) 소유지분 상한선 10%조항이 포함돼 있다. 또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는 시장점유율(발행부수 기준) 상한선도 열린우리당보다 훨씬 강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 조처도 두고 있다. 이는 열린우리당의 신문법에는 없는 내용이다.
민주노동당의 신문법을 알리기 위해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게 아니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호들갑 속에서 열린우리당의 신문법이 마치 무시무시한 내용을 담고 있는 듯이 잘못 알려져 있다. 거친 말이 오가는 불필요한 '과잉 대립' 속에서 법안의 내용이 실상과 달리 전달되는 상황에선 책임 있는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신문법의 문제의식을 앞장서 전달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이 현재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열린우리당은 언론시민단체들이 입법청원한 신문법안의 핵심 내용은 방기한 채 자체적으로 '짝퉁 누더기' 신문법안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신문시장의 여론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엄격하게 하면서 그 산정기준으로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매출액을 삼도록 해놨다는 것이다. 어떻게 매출액이 신문시장의 여론다양성을 재는 척도가 될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여론다양성의 기준은 '발행부수'가 돼야 한다. 적어도 이 부분만이라도 반드시 바로잡을 것을 열린우리당에 충고하고 싶다.
열린우리당 스스로 '조중동'과 한나라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는 점도 바로잡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법조문에서는 모든 일간신문(무료정보신문 제외)을 대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해놓고선, 말로는 중앙 종합일간지만을 대상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쓸데없는 비난만을 한껏 부추기는 정직하지 못한 행위다.
이를 두고 열린우리당에서는 실수라고 하는데, 어떻게 과반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 그런 실수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으로부터 "여당이 처음부터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조중동' 손보기에만 눈이 멀어 자의적으로 졸속 입법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는 비판이 달리 나오는 게 아니다.
따라서 언론시민단체들의 의견에 따라 무료정보신문을 제외한 경제지와 스포츠지를 망라하는 모든 일간신문을 대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것이 신문시장의 여론다양성 보장이라는 원칙에도 맞다.
열린우리당의 신문법에는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소유지분 분산 규정이 빠진 것이 대표적이고, 신문유통공사 대신에 신문유통전문법인을 설립토록 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큰 신문들이 유통전문법인을 만들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다면 어떻게 할 작정인가.
독자의 접근권을 높여 여론다양성을 보장하자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오히려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신문사업자의 여론 독과점만을 높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나라당 신문법, 발행인의 자유만 보장**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에 이어 11월 17일 한나라당도 '신문 등의 자유에 관한 법률'(이른바 신문자유법)을 발표했다. 마치 신문들이 상당한 언론자유의 제한을 받고 있는 느낌을 주는 법안 명칭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이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신문시장 정상화'와 '여론다양성 보장'이라는 문제의식이 아예 빠져있는 대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이런 문제의식이 일부 반영된 흔적이 있기는 하다. 신문의 방송 지분 소유 허용을 위한 목적으로만 설정돼 있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시장점유율 기준 및 그 적용대상이 그렇다. 한나라당 법안에서 시장점유율 기준은 "총발행부수 중 유가 및 무가로 판매 또는 배포된 부수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매출액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여당안과 달리, 이는 언론․시민단체들이 제안한 '발행부수'와 동일한 것이다.
다만, 한나라당은 시장점유율 적용 대상으로 '공짜신문'으로 통하는 무료정보신문을 포함한 모든 일간지를 삼고 있다. 무료정보신문 제외를 주장하는 언론․시민단체들과는 이 점에서만 다르다. 언론․시민단체의 입법청원안대로 적용대상을 법안에 규정해 놓고 중앙 종합일간지에만 적용하겠다는 입장인 여당과 비교할 때 일관되기는 하다. 하지만, 무료정보신문을 시장점유율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제가 많다. 무료정보신문 스스로 자신들은 신문이 아니다고 하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 계산에 무료정보신문을 포함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법안에 포함된 '신문부수공사재단'도 문제다. 물론, 이는 기존 한국발행부수공사(ABC)협회로 충분하다는 '조중동'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자,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구독료 등을 문화관광부에 신고토록 하자는 언론․시민단체들의 입법청원안과 여당안에 대해서도 거리를 둔 것이다.
하지만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구독료 등을 공개하기 위해 굳이 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불필요한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 신고토록 하는 게 꺼려진다면, 차라리 △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게 하거나 △ 신문사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되 부정직하게 할 경우 실효성 있는 수준의 범칙금을 물리는 게 나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신문발전기금을 설치하고 문화관광부 산하에 '신문발전기금관리위원회'를 두어 이 기금을 관리토록 한 것은, 언론․시민단체들의 입법청원안을 받아들인 것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위원회를 한국신문협회와 국회가 추천하는 5인으로만 구성하게 한 것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편집권은 발행인과 언론사 구성원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발행인에게만 속하며, 발행인의 자유만 보장하면 언론 자유도 보장된다는 식의 보수적인 철학이 신문발전기금관리위원회 구성에까지 스며들어 있는 것도 문제다. 편집권은 발행인과 언론사 구성원이 공유하는 것이며, 민주노동당은 이 부분에서 결코 양보할 생각이 없다.
앞서 강조했다시피, 한나라당 법안에는 여론다양성 보장이라는 문제의식이 없다. 방송사 지분 소유 허용, 신문사간 인수·합병 허용이 대표적이다. 물론, 한나라당은 방송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자격을 애초 시장점유율 30% 미만에서 20% 미만으로 강화하기는 했다. 하지만, 시장 정상화 이전에 방송사 지분을 소유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거대신문의 언론 독과점을 초래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시장점유율 20% 미만인 신문이 다른 신문사를 인수·합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이 규정을 인수․합병 이후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지 못하도록 한 다른 규정과 함께 읽어보면, 한나라당 법안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드러난다. 바로, 신문사간 인수․합병을 부추기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20%를 웃돌면 방송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신문사 인수․합병의 동기는 커지기 때문이다.
***민노당, 시민사회안으로 단결할 의지 있다**
신문법 제정의 이유는 '반(反) 조중동'이 아니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신문 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안팎의 조건과 환경을 정비하자는 것이 신문법 제정의 문제의식이다. 한마디로 언론다양성을 보장하고 신문시장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언론 문제에서 한나라당보다 개혁적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열린우리당에 묻고 싶다. 과연 소유지분 분산 규정을 빼서 열린우리당 내부가 신문법 제정을 위해 똘똘 뭉쳤는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엄격한 과징금 부과를 빼서 열린우리당 내부가 신문법 제정을 위해 단결했는가. '조중동'과 대척점에 있음을 과시하려는 듯한 '거친 말'이 신문법 제정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는가.
중요한 것은 여론 다양성과 신문시장 정상화라는 문제의식의 일관성이다. 여론 다양성과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보다 훨씬 더 (한나라당의 표현을 빌리자면) "반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이며 반헌법적인 악법 중의 악법"을 만들 용의가 있다. 나아가 시민사회단체가 제출한 신문법안을 중심으로 단결할 의지도 있다. 진정한 신문 개혁을 위한 열린우리당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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