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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홍석현 회장이 '참여'하는 이유는?

청와대-중앙일보 두달전부터 준비, "차기 UN사무총장 유력후보"

한승주 주미대사의 후임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55)이 내정돼, 그 배경에 각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중앙일보 핵심들 두달 전부터 준비**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16일 저녁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만찬에서 "앞으로 대미 관계가 정말로 더욱 공고히 해나가야 하고 정말 중요하다"며 "대통령도 이 점에 대해 상당히 여러 가지를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미국과 정부 차원에서의 관계는 아주 돈독해지고 있지만 아쉽다고 하는 것은 미국 사회의 여론과 특히 지식인 층에서의 한국에 대한 인식들"이라면서 "이를 좋은 컨셉으로 이해시켜 나가는가가 매우 중요한 일"이며 그 하나의 방안으로 이미 사의를 표명한 주미대사 자리에 빅카드를 모색하고 있다"고 주미대사 교체를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주미 대사는 지식인 사회와 미국의 여론을 한국과 관계를 좋게하는 차원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하다"며 "이미 '빅카드'를 찾았고 다시 한번 그 카드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여 그때부터 기자들을 바쁘게 만들었다. 김 실장 발언후 각 언론이 서둘러 확인한 결과 홍 회장이 문제의 '빅 카드'로 확인됐다.

홍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은 청와대는 물론 중앙일보 내부에서조차 몇몇 핵심을 제외하고는 관련 사실을 전혀 모르던 극비사항이었다. 그러나 홍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은 이미 두달 전부터 청와대와 중앙일보 사이에서 은밀히 준비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 김우석 비서실장,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이 홍회장과 직접 만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스크린 과정에 홍 회장이 국민의 정부시절부터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대북정책에서 노무현 정부와 '코드'가 일치하고, 홍 회장이 미국 보수세력과 맺고 있는 두터운 인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홍 회장은 특히 부시 2기정부의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콘돌리자 라이스와 친분이 두터운 것을 비롯해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과도 관계가 좋은 점 등이 강점으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02년 세계신문협회장(WAN)을 맡은 이래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주류언론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최근 미국 주류언론의 비판적 보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참여정부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 홍 회장 발탁의 배경에는 참여정부의 '외연'을 확장하는 정치적 의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합리적 보수'를 표방해온 홍 회장을 참여정부의 요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지지기반으로 보수세력을 끌어들이려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홍 회장과 참여정부의 '밀월'**

하지만 무엇보다 노대통령이 홍회장을 정부요직에 기용한 것은 지난해 후반이래 중앙일보가 보여온 '보도태도의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는 지난 2002년 대선과정에 조선,동아와 함께 노무현후보의 당선을 적극 저지해, '조중동'이란 닉네임을 얻었다. 참여정부 출범후에도 중앙일보 보도태도는 '조중동' 그 자체였고, 청와대는 중앙일보의 이같은 보도태도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 가을이래 중앙일보의 보도태도에 획기적 변화가 읽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9월12일 '폭풍 매미 연극 파문'때 중앙일보가 보인 보도자세였다. 당시 노대통령은 폭풍 매미가 강타하던 날 당초 잡혔던 일정대로 가족과 연극을 관람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조선, 동아 등 다른 메이저언론이 이 사건을 대서특필한 반면, 유독 중앙일보만은 이례적으로 이를 눈에 안띄게 처리했다. 종전의 보도태도와 180도 달라진 보도태도였다.

중앙일보 보도태도는 이 사건을 신호탄으로 참여정부에 대한 보도에서 확연한 '변화'를 보였고, 그후 '조중동' 대신 '조동'이란 용어가 새로 자리잡게 됐다. 중앙일보의 이같은 보도태도 변화의 배경을 놓고, 언론계에서는 '모그룹 작용설' 등 여러가지 풍문이 나돌았다.

올해 들어 청와대와 중앙일보의 밀월은 여러 형태로 목격됐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14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취임 1주년 특별대담을 가졌다. 대통령 취임후 조중동 가운데 최초로 가진 이날 회담은 장장 3시간 반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노대통령은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 "일반적인 견해,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 등이 뒤엉켜 때론 감정적 발언으로 표현되고 불안한 이미지를 국민에게 남긴 게 사실"이라며 "취임 1년이 지나면서 대통령으로서 감정적 대응은 절제할 생각"이라는 유연한 대응자세를 밝혔다. 노대통령은 또 "개인과 인간의 권리라고 해도 대통령은 그 권리를 다 행사하며 살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게 됐다"며 "소송같은 개인적 대응은 명확하게 악의적인 공격에 한해 차분하게 하려 한다"고 언론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 자제도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 정책에 대해 "여러가지 산적한 문제도 있는데 중요한 사회적 기능과 세력을 갖고 있는 언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은 나에게 버거운 일이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 회장은 이날 노대통령과 회동에서 "친미와 친북은 대립개념이 아니며, 친북이 친미일 수도 있다"는 유연한 외교관을 밝혀 노대통령의 공감을 끌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 회장도 곧 화답했다. 홍 회장은 지난 3월 세계신문협회장(WAN)과 한국신문협회장 자격으로,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 창간 40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지난 1년 동안 참여정부와 언론의 관계에 대해 "'건전한 긴장관계'가 어느 정도 뿌리내리고 있는 것 같다"며 "참여정부가 과거 정부와는 달리 신문에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만 하다"고 답했다.

홍 회장은 "정부는 끊임없이 비판을 받는 가운데 자유민주주의를 키워가야 한다는 점을 숙명처럼 여겨야할 것이며, 언론도 비판을 속성으로 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기사의 진실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진지한 성찰의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같은 노대통령과 홍회장간 1년여의 친분이 이번 주미대사 내정으로 이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홍 회장, 2006년 유엔 사무총장 후보"**

홍 회장 내정을 접한 중앙일보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홍 회장 내정과정과 관련, "홍 회장이 주미대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편집인은 물론 편집국 간부진조차 모르고 있었던 사안"이라며 "하지만 몇몇 핵심 인사들은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그동안 이와 관련된 사전 작업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 회장이 주미대사를 수락한 것은 그보다 더 중요한 사후 포석이 깔려 있다"며 "아마 홍 회장의 주미대사 재임기간은 외교경험을 쌓는 수준에서 '단기간'으로 진행될 것이고, 그 다음은 한국을 국제무대에 알리는 아주 중요한 직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17일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어 "홍 회장은 2006년말 임기가 끝나는 코피 아닌 유엔 사무총장의 유력한 후임후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홍 회장이 주미대사에 내정됨에 따라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직과 한국신문협회장직에 대한 조정도 있을 예정"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 협조해 주기로 이미 논의가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앙일보는 홍 회장 내정을 '의미있는 행보'로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일각에서는 이로 인한 외부시각이나 향후 신문논조 등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사주가 주미대사가 됐으니 대미문제나 정부관련 보도에서 제약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발표 직후 공정보도위원회 간사 등과도 이를 두고 긴급하게 후속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며 "지금으로서는 기존의 편집방향과 논조를 유지해 나간다는 원론적인 답변밖에 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에 관한 한은 '조중동'**

홍 회장 내정을 바라보는 언론계 반응은 복잡하다. 언론계는 홍 회장 내정이 향후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한 예로 홍 회장은 참여정부와 밀월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신문법 등 언론개혁에 관한 한 '조중동'으로서 확고한 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한국신문협회회장을 맡고 있는 홍회장은 언론개혁이 본격화하자, 지난 8월 신문협회를 통해 <언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정책수단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의 책자를 발간해 "인위적인 시장점유율 시정 조치, 신문사 사주의 소유지분 제한, 편집권 독립의 의무화 등은 위헌의 소지가 큰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언론개혁에 정면 반발했다.

그후 열린우리당의 신문법에서 '신문사 사주의 소유지분 제한' 조항은 삭제됐고, 언론계에는 이같은 과정에 중앙일보 역할이 상당했다는 후문이 나돌았다.

때문에 홍 회장의 참여정부 참여는 어떤 형태로든 향후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또한 언론계 일각에는 이번 내정을 홍회장의 '정치행보' 시작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과거 주요 정치시즌때마다 홍회장의 정치 참여 가능성이 나돌았던 데 따른 해석이다. 따라서 홍회장이 이번에 외교팀에 합류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커다란 마스터플랜하에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언론계 및 정가 일각에서는 하고 있다.

홍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세계은행(IBRD) 경제개발연구소 경제조사역, 재무부장관 비서관, 대통령비서실 보좌관, 삼성코닝 상무이사, 중앙일보 사장, 한국신문협회 부회장을 거쳐 지난 99년부터 중앙일보 회장을 맡아오고 있으며, 2002년 세계신문협회 회장, 2004년 한국신문협회장 등 국내외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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