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명예퇴직 실시 등을 통해 ‘위기돌파’를 모색하고 있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최근 한 언론 현업단체 대표단과의 만남에서 앞으로 경품 제공행위를 전면 중단하고, IPI(국제언론인협회) 워치리스트(감시대상국) 명단에서 한국이 제외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혀 언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 사장 “지국 경품제공 철저히 단속” 장담**
방상훈 사장은 지난 2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등 언론노조 대표단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국내 언론계의 변화 시점에서 조선일보가 최대한 협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만남은 방 사장이 조만간 열리는 IPI 총회 참석 이전에 ‘안티조선’을 표방하고 있는 대표적인 언론 현업단체와 대화할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요청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노조측에서는 신학림 위원장과 박강호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조선일보측에서는 방 사장 이외에 4명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참석자는 “만남 내내 신 위원장은 조선일보가 국내 언론계에 끼친 각종 폐단을 주제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방 사장은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방 사장은 오히려 그동안의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듯 적극적인 자세로 본인의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화 과정에서 방 사장은 특히 신문시장 정상화에 대한 신 위원장의 주문에 대해 “앞으로 지국들이 경품 제공 등을 통해 구독자를 확장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방 사장은 “경품 제공은 결국 신문사가 제 살을 깎아먹는 행위나 다름없다”며 “만약 이를 어기는 지국이 있다면 해당 지국과의 계약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 사장은 무가지 투입과 관련해서는 “현행 신문고시에는 무가지 투입을 2개월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 이 조항은 독자들도 적응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따라서 무가지 투입 기간은 최소 3개월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 사장은 또 신문 1부당 가격과 관련해선, 최근 중앙일보가 6천원대 추진을 의식한 듯 “현재 1만2천원인 월구독료는 지나치게 낮은 감이 없지 않아 가장 적정한 수준으로 2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의 신문시장은 경품에 따라 독자들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정상화되면 미국의 뉴욕타임스처럼 몇십만명의 구독자로도 사회적인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방 사장 “IPI 정부비판 보는 내 맘도 편치 않아”**
방 사장은 현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선 ‘열린 자세’를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방 사장은 “정부가 기자들의 정보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어느 면으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참여정부가 진정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 사장은 이어 “IPI에서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한국을 위치리스트에 올린 것을 보고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제무대에서까지 한국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워치리스트에서 제외해 줄 것을 IPI측에 요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방 사장은 IPI 수석부위원장 겸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방 사장과 언론노조의 이날 만남은 언론계의 '앙숙’이 자리를 함께 했다는 점에서 언론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티 조선으로 양측이 오랜 갈등을 보여왔고, 특히 최근에는 스포츠조선노조에 대한 탄압으로 서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언론노조 한 관계자는 이날 회동과 관련,“내부적으로 이번 만남을 만류한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언론개혁 국면을 맞아 조선일보의 생각을 정확히 읽어보기 위해서는 서로간에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아마 조선일보측도 그러한 의도에서 자리를 주선하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언론노조는 앞으로도 조선일보는 물론 다른 족벌언론 사주들과도 만나 언론계와 사회의 비판 목소리를 전달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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