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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광고경기 '최악', 언론계 감원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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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광고경기 '최악', 언론계 감원태풍

광고협 "내년광고 10~15% 감소", 한겨레 감원 착수키로

내년에도 내수경기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올해보다 최소한 광고비를 10%이상 줄일 것으로 알려져 언론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각 언론사들은 외환위기를 웃도는 경제위기감 속에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고, 특히 일부 마이너신문사들은 대량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다음달중으로 이를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이다.

***광고주협회 "내년 광고경기, 어둡다 못해 '캄캄'"**

한국광고주협회(회장 민병준)가 최근 3백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광고비 전망지수 조사에 따르면, 2005년 광고비 전망지수는 87.7로 지난 2001년 조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광고비 전망지수가 100 이상이면 올해보다 내년에 광고비를 늘릴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100이하면 광고비를 줄이겠다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2004년 광고지 전망지수는 106.4였다.

광고주협회측은 "이처럼 내년도 광고비 전망이 부진한 것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유가와 달러약세 등 대내외 여건의 악화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도 내년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어 기업들의 광고비 지출은 더욱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헌표 조사팀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반적으로 모든 업종의 시장이 죽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나마 피로회복제, 비타민 음료, 은행사들의 광고비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 또한 방어적인 차원에서 집행하는 것일 뿐 광고의 필요성 때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 팀장은 또 "11월은 한 해 가운데 마지막 잔여 광고비를 모두 집행하고 다음해의 광고비를 책정하는 달"이라며 "연말을 앞둔 11월의 광고경기실사지수(ASI)가 77.4를 기록하며 지난 2002년 7월 76.9로 조사된 것을 제외하고 가장 낮게 나온 것도 내년 광고경기가 얼마나 어두울 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광고 10~15% 삭감"**

한 마이너신문 사장은 "최근 광고주협회 고위관계자를 만나본 결과,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광고주들이 '일단 내년 광고를 올해보다 10%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며 "아직까지는 삼성이 내년 광고를 올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나 불황이 심화되면서 삼성까지 광고를 줄일 경우 광고감소량은 15%로 낮아질 것"이라며 내년 경영을 크게 걱정했다.

그는 또 "요즘 마이너신문 사장들 사이에서는 요즘 같은 광고불황속에서 언론개혁법이 통과될 경우 메이저신문보다 마이너신문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요컨대 "언론법이 통과되면 ABC제도가 도입되면서 마이너신문들도 의무적으로 초라한 발행부수를 공개해야 하고 그럴 경우 광고주들이 마이너신문에 대한 광고를 외면하거나, 광고를 주더라도 광고비를 부수에 비례해 대폭 삭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언론사 SOS 보내나..."**

기업의 홍보담당자들에게서도 내년 광고 축소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 5년새 언론매체에 가장 많은 광고물량을 풀었던 한 통신회사 관계자는 "이동통신업체들도 이제 고객 유치가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분석 속에 광고물량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고객 유지 차원에서 새 서비스를 개발할 때마다 이를 광고하는 것인데, 사실 이 부분은 예전과 같은 광고물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의 홍보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언론매체들의 요청에 따라 전년보다 10% 안팎으로 광고량을 늘렸지만 매체가 다양해진 탓에 신문사들의 경우 체감경기는 더욱 컸을 것"이라며 "요즘에는 일부 마이너신문사 지국장들이 지국을 접어야 할지 아니면 계속해야 할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 내년 광고집행 정도를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오는 등 예전에 보지 못했던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요즘 언론사 최고위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회사 고위층을 상대로 도와달라는 SOS를 보내고 있다"고 언론사의 다급한 분위기를 전하며 "하지만 내년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이같은 요청에 일일이 응할 수 없는 게 회사 사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재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광고불황을 계기로 공정거래법 등 경제관련 법안을 재계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지원사격을 하는 언론에게만 광고를 몰아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어, 광고불황에 따른 언론의 보도위축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신문사들 자구책 마련 부심, 일부 '언론개혁' 딴 목소리 눈길**

이처럼 내년도 광고상황이 악화될 게 확실해지자 언론사들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향신문은 애초 다음달 중 선발예정이었던 수습기자 선발을 내년 초로 잠정 연기하고, MBC 등으로 이직한 일부 기자들의 빈자리도 메우지 않기로 했다. 경향신문은 대신 <굿데이>로부터 일부 경력기자를 채용해 이번 주중 '스포츠X'라는 이름으로 스포츠 섹션을 발행하기로 했다. 경향신문은 이에 앞서 인터넷 게시판을 '언론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언바세바)로 개편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가칭 문화개혁연대와 손잡고 인터넷방송 'Win TV'를 개국하는 등 젊은층과 진보진영 흡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의 일환으로 최근 장기 구독자와 우호 독자들을 대상으로 독자주주 모집을 펴고 있기도 하다.

문화일보는 한 때 내부적으로 '10월 유동 위기설'이 나돌면서 상여금 지급 동결 등의 비상조치를 취했으나 하반기 들어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사정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일보의 경영이 이처럼 나아진 것은 올해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병규 사장이 초기부터 '친기업신문'을 표방하면서 비롯됐다는 것이 언론계의 대체적 평가다. 이 사장은 지난 11월 1일 문화일보 창간 13주년 기념사에서도 "신문사도 철저하게 시장경제 원리 속에서 생존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서울신문의 경우 적자가 누적되면서 경영에 비상이 걸렸으나 더이상 국내 공기업들로부터 추가출자를 받기 어려워지자, 미국계 자본 유치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려 시도하고 있다. 최근 언론계 일각에서는 미국계 유력신문사의 출자설 등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불황은 신문뿐 아니라 방송쪽으로도 확산돼, 최근 KBS가 내년 제작경비 15% 삭감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는가 하면, 일부 방송사의 경우 기자들에게까지 우회적인 광고수주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한겨레 대량 감원·<굿데이> 사실상 파산**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언론은 감원에 착수했다. 수입이 줄어들 게 확실한만큼, 언론사의 최대비용인 인건비 삭감을 통해 위기에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23일 저녁 늦게까지 진행된 노조,우리사주조합 동시 투표에서 결국 대규모의 희망퇴직 실시를 받아들이는 비상경영위원회안을 인준했다. 한겨레신문 전체 사원의 91% 가량이 참여한 이날 투표에서 구성원들은 비상경영위원회가 제시한 △상여금 삭감·지급 동결 △퇴직금 중간정산방식 변경 △직위별 차등정년제 도입 △임금피크제 도입 △2005년부터 5년 동안 퇴직금 주식환매 금지 등의 안을 60.8%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한겨레신문은 단기유동성 개선과 조직의 고령화 개선작업에 착수하게 됐으며,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희망퇴직' 명목으로 퇴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한겨레신문은 이번 희망퇴직 실시로 모두 60여명 정도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회망퇴직은 전체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60여명선이 산출된 것으로 안다"며 "이번 희망퇴직자에게는 이미 출자전환된 퇴직금을 2003년말 기준으로 주당 4천3백 정도로 환산해 별도의 위로금과 함께 지급하게 되지만 이후 퇴직자들은 5년 동안 이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언론들도 한겨레를 시작으로 임금 삭감 및 감원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져, 연말 언론계를 살풍경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한 때 회생이 점쳐졌던 스포츠신문 <굿데이>는 끝내 다음달 중으로 파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져 마이너신문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굿데이>는 지난 18일 새 투자자인 '네티앙-EtN' 컨소시엄측과 벌인 막판 협상이 결렬된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굿데이>는 이미 지난 13일자부터 경향신문측에 신문 인쇄대금을 납입하지 못해 신문 발행이 중단된 상태이며, 인터넷 도메인 등 자금이 될 만한 것은 이미 처분해 사실상 파산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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