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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파행, 도로는 농성장. 의원들은 ‘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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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파행, 도로는 농성장. 의원들은 ‘외유’

일부 의원·교육관료·기자 등 EBS 해외 행사 참여차 출국

이해찬 국무총리의 시정발언 이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국회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회의원들과 교육부 관계자, 언론사 기자들이 해외 행사를 이유로 ‘외유’를 나간 것으로 알려져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EBS 수능 콘텐츠 전달식 참여 위해 4박5일 동남아행**

황우여 국회 교육상임위원장(한나라당) 등 여야 의원 6명(열린우리당 3명, 한나라당 3명)은 EBS(교육방송, 사장 고석만)가 마련한 해외 동포 자녀 EBS 수능강의 콘텐츠·교재 무상지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8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발했다. 이번 행사에는 교육부 관계자들과 6개 신문·방송·통신사 기자들도 동행했다.

EBS는 이들과 함께 4박 5일의 일정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한국인 학교를 차례로 방문, EBS가 지금까지 제작해 온 수능강의 방송분 5천3백여편과 방송교재 1천3백여권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EBS측은 “재외 7개국 13개 한국인 학교 가운데 학습 인프라가 열악한 제3세계권 국가에 소재한 2개교를 우선 대상학교로 선정했다”며 “국내에서 성공적인 정부 정책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EBS 인터넷 수능강의가 해외 한국인 학교에까지 파급됨으로서 해외교민 자녀들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재외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9일 오전(현지 시각) 자카르타 한국인 학교를 방문해 준비해 간 지원품을 전달하고, 오후에는 현지 교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이들은 또 10일 베트남 호치민으로 이동해 마찬가지로 현지 한국인 학교에 지원품을 전달하게 된다.

***교육·언론단체들 “국가 명운 걸린 때에 외유라니…” 허탈**

그러나 EBS의 이번 해외 행사는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굳이 교육상임위원들의 참석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점이 많고, 더군다나 교육부 관계자들과 언론사 기자들을 대동한 것 등도 ‘외유’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EBS가 밝힌 체류 일정표에 따르면, 9일과 11일 오후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어 관행처럼 현지 관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12일에도 오후 2시 호치민 한국기업 방문 일정을 제외하고는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저녁 10시 30분까지 별다른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우려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국회 교육상임위의 경우 17대 국회 초반부터 여야간의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더니 국감 이후에도 다른 상임위들과 달리 아직까지 각종 법안을 심사하기 위한 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정이 이런대도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외유성 짙은 해외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정치권 내부에서도 말들이 많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하며 23일째 국회 앞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교육·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강한 분노감마저 표출했다.

전교조 한 관계자는 “사학법인들이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전 국민을 상대로 협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작 수능강의 콘텐츠를 해외 한국인 학교에 전달하기 위해 국회의원들과 교육부 관계자들이 우르르 해외로 몰려나가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냐”며 “그럴 시간이 있다면 수능으로 인해 황폐해진 학교현장을 돌아보거나 20일이 넘도록 찬 이슬을 맞고 있는 교육·시민단체들과 함께 이 나라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생 농성을 벌이는 것이 더 보람된 일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8일 오후부터 국회 앞에서 언론개혁 입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며 밤샘 농성에 들어가는 언론개혁국민행동 관계자들도 기자들의 외유 동참 사실에 대해 어처구니없어 했다.

한 관계자는 “정치권과 정부가 국정을 잘못 운영하고 있다면 이를 바로 잡아야할 책무는 바로 기자들에게 있는 것”이라며 “이처럼 기자들이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언론개혁 관련 입법이 성사되더라도 언론계의 미래는 여전히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열린우리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8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EBS의 이번 행사는 외국 주재 교민들의 자녀들에게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행사로 여겨져 참여키로 했던 것일 뿐”이라며 “이를 두고 외유 논란을 벌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또 “국회 교육상임위가 그동안 여야 의원들간에 대화의 자리가 적어 의견대립이 많았던 점을 상기해 보면 오히려 이번 기회에 여야 의원들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계기가 마련하게 되면서 좀더 나은 교육정책 방향이 도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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