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SBS간 ‘보도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두 방송사는 지난 11일을 시작으로 4일 연속해서 자사의 메인뉴스와 아침뉴스 등을 총동원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자칫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질 추세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양측은 가을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연예국간 '전면전'도 선언한 상태다.
***SBS-MBC 나흘째 이전투구**
싸움은 지난 11일 SBS가 MBC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SBS는 이날 <8시 뉴스> ‘MBC 땅 투기 의혹 논란’ 제하의 보도에서 이날 방송문화진흥회 국감에서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의 말을 빌어, "MBC가 일산 제작센터 부지 가운데 75%를 상가, 오피스텔로 분양해 8백억원대 이익을 봤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정병국 의원의 주장은 이미 본지를 비롯한 다른 언론에서도 보도됐던 것이나, MBC는 유독 SBS의 이같은 보도가 다분히 '의도성'이 깔린 것으로 받아들였다.
MBC <뉴스데스크>가 SBS 사영화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3일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면서 “SBS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방침을 천명했지만 지배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창업주의 회장직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며 “사주체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편성위원회를 만들어도 편성권의 독립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SBS오너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BS 한 관계자는 MBC 보도와 관련,“지난 1일 어렵게 방송독립을 위한 노사 합의까지 이뤄낸 마당에 이러한 보도가 동종업계인 MBC의 전파를 통해 방영되자 보도국을 중심으로 ‘대응보도를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결국 11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 MBC의 일산 땅 투기 의혹이 한나라당에 의해 제기되자 보도국 정치부에서 관련 보도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SBS 11일 뉴스가 다분히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한 MBC는 12일 <뉴스데스크>에서 ‘윤세영 회장 가족방송?’ 제하의 기사를 통해, SBS 대주주인 태영의 소유지분이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0%를 넘어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김재홍 우리당 의원의 국감발언을 보도하며 맞불을 놓았다.
그러자 SBS는 다음날인 13일 <8시 뉴스>에서 MBC 보도는 SBS의 땅투기 의혹 보도에 대한 보복이란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고, MBC는 이에 13일 <뉴스데스크>와 14일 아침 뉴스를 통해 ‘주식으로 돈벌이’'봉이 윤선달?'이란 기사를 통해 "SBS가 공공재산인 전파를 사주일가와 태영의 치부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SBS 주식의 증권거래소 상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파헤쳤다.
SBS는 그러자 14일 <8시 뉴스>를 통해 MBC의 부동산투기 의혹 후속 기사와 자사 관련보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기사를 무더기로 3건이나 쏟아냈다. SBS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MBC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자료를 내고 MBC의 공개사과가 없을 경우 MBC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는 그러나 이에 대해 "해볼 테면 해보라"며 강력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예국간 전쟁으로 확전**
양측 싸움은 보도국간 전쟁에서 연예국간 전쟁으로까지 확전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측은 가을개편을 통해 유사 프로그램들을 같은 요일에 배치하면서 이미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먼저 목요일 밤 방송되던 SBS '생방송 한밤의 TV연예'가 수요일 오후 9시대로 옮기면서, 이날 오후 11시 방송되던 MBC '섹션TV 연예통신'과 맞붙었다.
목요일에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같은 날 편성됐다. MBC '코미디 하우스'가 토요일에서 목요일 오후 7시대로 옮겨 방송되며, 일요일 오후 방송되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목요일 오후 11시대에 방송된다.
주말에는 더욱 치열해 토요일 오후 6시대에는 한동안 사라졌던 '짝짓기' 프로그램이 부활해 정면대결한다. MBC는 16일부터 '심심풀이'에서 새 코너 '러브 서바이벌 두근두근'을 방송하며, SBS 역시 '실제상황 토요일'에서 '리얼로망스 연애편지' 코너를 신설했다. 일요일 저녁에는 SBS가 토요일 방송되는 '실제상황 토요일'의 'X맨을 찾아라' 코너를 '일요일이 좋다'로 이동해 방송,MBC 간판격인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벌'과 격돌하게 됐다.
***전문가들 “공중파 갖고 사적 싸움” 비판**
이같은 양 방송국간 전쟁을 바라보는 언론계와 시청자들의 눈길은 싸늘하다.
주동황 광운대 교수는 “국감장에서 제기된 문제를 보도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명분일 뿐 어느 시청자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라고 양측의 감정 섞인 보도태도를 함께 비판했다. 주 교수는 “공공재인 지상파를 사용하는 방송사들은 사업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을수록 보다 신중하게 보도에 임해야 한다”며 “이번 ‘보도전쟁’은 앞뒤 관계를 떠나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세간의 눈길이 싸늘한 가운데 SBS노조(위원장 민성기)가 15일 오전 상호간 비방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귀추가 주목된다.
SBS노조는 성명에서 “우리는 지난날 동업자라는 이유로 감싸기에 급급한 적이 있었던 점을 반성하며 앞으로도 서로 건전한 비판과 감시활동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믿는다”며 “그러나 국감을 통해 각종 민생 현안들이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민의 공기인 SBS와 MBC가 상호간의 비판에 메인뉴스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SBS노조는 이어 “따라서 SBS와 MBC는 시청자를 무시한 지금의 상호간 비판과 비방보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특히 아무리 사실관계에 기반한 기사를 쓰더라도 시청자들에게는 이 기사들이 보도라는 무기를 이용한 이전투구로 비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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