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한 정치 신인이 영남권 중진 의원 11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e메일을 보낸 사실이 18일 밝혀져 한나라당내 파문이 일고 있다. 그간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5, 6공 인사의 퇴진을 요구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 경우처럼 실명을 들어가며 퇴진을 요구한 적은 처음이다.
***"김용갑, 나오연, 김만제 등 11명 물러나라"**
메일을 보낸 주인공은 한나라당 정웅교 부대변인으로,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운영위원이고, 시흥에서 2004년 총선 출마를 준비중이다.
정 부대변인은 영남권 중진 의원 11명의 퇴진을 요구하는 e메일을 지난 10일 해당 의원에게 보냈다고 밝히고, 그 내용을 18일 언론사에 공개했다.
정 부대변인이 지목한 퇴진 대상 의원은 강신성일, 김만제, 김용갑, 김종하, 나오연, 박재욱, 박종근, 유흥수, 윤영탁, 윤한도, 이상득 의원이다.
***"한나라당 얼굴인 영남에서 환골탈태 이뤄져야"**
정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해 있어 제2창당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한나라당의 상징이며 얼굴인 영남지역에서 환골탈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대변인은 “영남에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없으면, 설사 이곳에서는 크게 패배하지 않더라도 수도권에서는 한나라당의 설자리가 없게 될 것”이라며 “영남지역 대선배들께 당과 후진들을 위해 명예롭게 용퇴하실 것을 간곡히 간청드린다”고 말했다.
정 부대변인은 “당선 가능성을 강조하여 용퇴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며 오기”라고 말한 뒤, “우리가 그토록 질타하는 노대통령의 오기, 독선과 무엇이 다르겠나”라고 덧붙였다.
정 부대변인은 의원들에게 이미 용퇴의사를 밝힌 박관용, 양정규, 김용환, 김찬우, 주진우 의원을 본받으라고 말한 뒤, “선배들은 80, 90년대에 이미 나라를 위해 중심적 역할을 했으니, 이제 그 바톤을 후배에게 넘겨 달라”며 “아쉽고 미련이 많겠지만 후련하게 물려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정 부대변인은 대상선정기준에 대해 "영남권 중진 및 연로한 선배의원들을 골랐다"고 밝혔으나 단순히 나이만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니라 비리연루자나 수구적 이미지의 인물도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게 당 주변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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