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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치어리더 되지 말아야"

<종군기자 현황> 이진숙 MBC기자 바그다드로

미국의 이라크 공습 과정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만 3명의 외국 종군기자들이 목숨을 잃고 2명이 실종되는 등 언론인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언론인 피해가 전해질수록 국내에서는 "우리나라 기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냐"는 비난이 비례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에서 전장을 취재중인 우리나라 종군기자들의 현황은 어떠하며, 그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이진숙 기자, "객관적 시각 담기 위해"**

현재 미국의 공습이 한창인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남아 계속 취재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자는 지난 91년 1차 걸프전 당시 한국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로 이름을 날린 이진숙 MBC 특파원이 유일하다. 현재 바그다드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2백여명의 언론인들이 취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특파원은 지난 20일 회사측의 지시에 따라 미군의 공습시작과 동시에 동료들과 함께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요르단 암만으로 철수했다가 "어느 한쪽 편의 목소리가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도하겠다"며 23일 독자적으로 다시 바그다드로 들어가 현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 특파원은 23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자신이 미군의 공습을 피해 이라크 국경을 넘어 차를 타고 바그다드 시내까지 진입하는 동안 목격한 미군과 영국군의 연합군 공습 피해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1분43초짜리 보도를 내보냈다. 이는 지난 20일 이라크전이 개전된 후 국내 기자에 의해 타전된 바그다드발 보도로는 최초다.

MBC는 또 24일 아침뉴스를 통해 "이 기자는 현지도착 첫 소식으로 바그다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외국으로 빠져나가 인구 5백만의 대도시 모습은 찾을 수 없다고 전해왔다. 또 연합군의 조준사격으로 공화국 청사나 정보부 건물은 대부분 대파됐지만 민간시설물은 크게 파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신경민 MBC국제부장은 2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진숙 기자는 카메라 기자없이 단독으로 바그다드에 진입했으며 이동중 소형카메라로 잡은 화면을 위성으로 국내 본사로 송출했다"며 "이 기자와 통화는 잘 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나 안전하다는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신 부장은 또 "이 특파원이 어제 오후 전화를 통해 바그다드에 진입했다고 밝힌 뒤에야 알고 회사에서도 깜짝 놀랐다"며 "이 특파원은 비자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입국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취재도 중요하지만 신변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이 특파원에게 몇번 강조했으나 의욕을 꺾지 않고 있다"며 "조속히 안전한 곳으로 철수하라고 설득중"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이에 24일 바그다드로 이진숙 기자와의 위성통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방송3사 각사별 10-20명ㆍ신문사 2-5명 현지 파견해 취재경쟁**

MBC는 현재 이 특파원외에 속칭 '볼펜 기자'(취재기자) 6명과 카메라기자 3~4명을 쿠웨이트와 요르단, 카타르 도하 등지로 파견해 전쟁상황을 취재중이다. MBC의 경우 미 국방부가 실시하고 있는 종군기자 프로그램(임베드,embed)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며 제작국에서도 별도로 PD와 카메라맨, 엔지니어를 파견했다.

이라크 전쟁 취재를 위해 요르단 암만과 쿠웨이트, 카타르 등지에 보도국에서만 현재 13~14명의 인력을 파견한 KBS 또한 제작국 인력들이 별도로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제작중이다. SBS도 보도국에서만 임베드에 참여하고 있는 이민주 기자를 포함해 볼펜 4명과 카메라 기자 6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신문ㆍ통신사중에선 연합뉴스가 가장 많은 기자를 현지에 파견했다. 연합뉴스는 현재 쿠웨이트에 3명, 요르단 암만에 1명, 임베드 프로그램에 1명 등 모두 5명을 이라크 주변국가에 파견중이며 다른 중동국가를 비롯해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지의 특파원들을 이용해 현지소식을 전하고 있다.

다른 종합일간지들의 경우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5명 정도의 특파원을 현지에 파견한 상태다. 걸프지역에 파견된 특파원들은 처음에는 바그다드에서 취재를 하다가 미국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요르단과 쿠웨이트 등 주변국가로 거처를 옮겨 이라크 난민과 현지 상황에 대한 취재를 계속하고 있다.

***미 국방부 종군기자 프로그램 참여언론사는 중앙ㆍ조선ㆍ연합ㆍSBSㆍKBS 등**

한편 미 국방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임베드에 참여하고 있는 언론사는 현재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연합뉴스, 그리고 SBS 등이다. KBS의 경우 펜타곤으로부터 임베드 초청은 받았으나 배치받은 부대가 후방에 위치하고 있어 나중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임베드에 참여한 언론사들의 경우 처음에는 중앙일보 안성규 기자와 조선일보 강인선 기자만이 지난 2월 중순 미 국방부가 최초로 결성한 프로그램에 초청을 받아 각각 지난달 말과 지난 3월초 합류했으며, 연합뉴스 옥철 기자와 SBS 이민주 기자가 현지에서 미군 사령부의 초청을 받고 뒤늦게 합류했다.

지난달 26일 한국 기자로는 가장 먼저 미군 종군기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안성규 기자는 나중에 합류한 옥철 연합뉴스 기자와 함께 현재 미군 101 공중강습사단에 배치돼 이라크 전장을 취재중이다.

안 기자는 지난 3일 "이번 종군기자 프로그램에는 전세계에서 6백25명의 기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외국 기자는 모두 1백76명"이라며 "종군기자들은 이라크 작전을 지휘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산하의 지상군사령부(CFLCC), 101보병사단, 해병대 사단, 제3보병사단, 제4보병사단, 승리군단(5군단), 신속배치해병(MEU), 군수사령부(PSAB) 등 9개 단위부대에 나눠 배치된다. 제4보병사단·MEU·PSAB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대는 모두 쿠웨이트에 있다. 최일선 전투부대는 물론이고 군수 및 정비·수송 분야에도 배치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4일 걸프지역에 파견된 강인선 조선일보 기자는 현재 미 승리군단(5군단) 선발대에 배치돼 활약중이며 이민주 SBS기자는 미 항모 키티호크호에 승선해 종군취재에 참여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종군기자 프로그램은 지난 2월 중순 미국 언론사 4백명과 외국 언론사 기자 1백여명을 1차로 선발한 데 이어 국내외 언론사들의 요청이 잇따르자 쿠웨이트 현지 사령부가 추가로 합류할 언론사와 기자들을 뽑았다.

미 국방부의 종군기자 프로그램에 합류한 언론사들은 자사의 매체영향력과 발행부수 등이 기준이 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언론계 일각에선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나 윤세영 SBS 회장 등 사주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나중에 임베드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인 KBS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SBS와 중앙일보의 경우 오너들이 적극적으로 종군기자 파견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종군기자들의 고민 "미군 치어리더가 될 것이냐, 진실한 역사를 기록할 것인가"**

하지만 미 국방부의 종군기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효용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미 국방부의 취재제약과 보도지침으로 일방적인 미군측의 입장만을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으며 현장스케치도 주로 미군들의 일상생활과 하루 하루의 공습상황 전달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이와 관련, 미 국방부의 취재제한으로 전쟁관련 보도가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군 치어리더가 될 것이냐, 진실한 역사를 기록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ARD는 22일 카타르 주재 미군사령부가 침공 이후 단 한차례도 기자회견을 열지 않다가 이날 오후 첫 브리핑을 하는 등 극도로 정보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타르에 파견된 페터 풀만 ARD 기자는 "이라크전에 비판적인 나라에서 온 기자들은 침공 이전부터 여러 기술상의 어려움으로 보도를 저지당하고 잇는 반면 미국 기자들은 국방부와 백악관에서 직접 정보를 얻고, 주요 미국 방송사들은 일종의 미국 정부 공보처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웨이트에서 취재중인 ARD 아르님 스타우트 특파원도 "전쟁 이전부터 사전에 군당국의 조정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 병사들과의 접촉만 허용됐고, 독자적으로는 사진도 찍지 못하는 등 취재 제약을 받고 있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소위 '자유 이라크' 작전은 언론자유의 제약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베테랑 종군기자의 사망 등 독자적 취재는 기자 안전보장 담보 못해**

그러나 미 국방부의 임베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종군기자들에게 당면한 문제는 안전이다. 23일 사망한 영국 ITN의 베테랑 종군기자 테리 로이드가 독자적으로 취재를 하다가 미-영연합군의 오발로 사망한 것이 그런 대표적 사례다.

미군과 함께 이동하는 종군기자들의 경우 취재제약은 감수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있는 반면 독자취재를 원하는 종군기자들은 목숨을 내놓고 현장취재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 사망이 유력시되는 실종된 기자들까지 포함할 경우 이미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습 5일만에 6주동안 계속된 91년 걸프전 당시 희생된 4명의 기자보다 많은 기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22일 이처럼 피해규모가 크게 늘어난데 대해 "너무 많은 종군기자가 투입돼 지나치게 치열한 취재경쟁을 하고 있으며 각팀이 연합군의 지휘를 받지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쿠웨이트의 연합군사령부가 집계한 이번 이라크전의 종군기자수는 공식집계된 인원만 2천74명이며 이 가운데 이라크내에서 취재중인 기자들은 1천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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