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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 정명훈, 그리고 "세계적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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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 정명훈, 그리고 "세계적 지휘자"

[김상수 칼럼]<139> 이명박 오세훈, 9년 시정(市政)의 적폐((積弊)

이명박과 오세훈. 이 두 명의 전 서울시장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서울시 재정과 행정을 동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시성 행정을 이끈 두 시장의 특징은 창조보다는 모방과 포장에 능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9년간 서울시는 하드웨어 위주의 문화 인프라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다. 이명박은 전기 펌프로 흘러내리는 청계천 '복원'을 한 뒤, 미국의 조각가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생경한 꽈배기 조형물을 청계천 입구에 세우고, 청계천 생태 및 문화 복원이 완성됐다며 돌판에 자기 이름까지 새겨 청계천 입구 벽에 때려 박았다. 오세훈은 한강에 인공 섬 '새빛 둥둥섬'을 만들고 명품 브랜드 '팬디'의 모피 패션쇼를 열었다.

또한 두 시장은 하나같이 토건 중심의 하드웨어 정책에서 예술의 소프트웨어를 결합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매우 상징적인 정책 가운데 하나가 이명박의 '거장 정명훈' 모시기다. 나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명박 오세훈의 문화예술 시정에 대한 비판적 글쓰기를 해보려 한다. 그 첫 번째로 이명박 전 시장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영입한 '정명훈'과 그가 이끈 '서울시향'에 대한 글로 시작한다.(필자)


▲ 정명훈 씨의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취임 기자회견 모습. ⓒ연합

2011년 11월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행정감사

지난 18일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가 "서울시, 정명훈에 연간 20억…상상초월 특권 대우"라는 기사를 썼다. (☞기사 바로가기) 이 기사는 서울시 의회의 행정감사 현장에서 작성된 것이다.

나도 그 현장에 있었다. 민주당 시의원이 서울시향 대표이사에게 "서울시가 서울시향의 정명훈 상임지휘자이자 음악감독에게 연간 얼마나 지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자, 한나라당 출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과 또 한 사람의 한나라당 의원, 그리고 민주당 의원이 질문을 가로막았다. 이유는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내용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안 좋다"는 취지였다.

나는 당혹스러웠다. 저 사람들이 과연 시의원으로 기초 소양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갔다. 저 사람들이 정파를 떠나 정말로 시민들을 대표하는 시의원들인지 궁금했다. 정명훈에게 지불된 돈은 특정 재벌이나 기업이 선심으로 기부한 돈이 아니다. 서울시민들이 세금으로 낸 돈이다. 당연히 그 돈의 지출 근거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투명한가를 묻는 태도는 옳다.

이명박의 하드웨어로 음악인

이명박은 2005년 3월, '거장 정명훈'을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영입하면서 타당성 검토도 없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버금가는 전용 홀을 짓겠다고 부지부터 사들였다. "수년 안에 (서울시향을) 세계 10위의 유명 오케스트라로 만들겠다"는 이명박의 공언도 있었다. 이는 "거장 정명훈"을 서울시향에 심으면 오케스트라를 통한 자신의 과시적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이명박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정명훈 영입 등 서울시의 후속 예술문화정책은 예술 문화행정의 국제적 관례나 예술적 품격 등을 현저히 망가트리는 것으로 일관했다.

이는 필자가 시의회를 통해 입수한 정명훈과 서울시와의 계약서에 잘 드러나 있다. 이 계약서는 갑(서울시)과 을(정명훈)이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작성된 계약서라기보다는, 거의 일방적으로 을(정명훈)의 주문을 받아 적고 갑(서울시)이 사인한 수준의 '부당 계약서'였다.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를 맡은 정명훈의 의무와 역할은 애매하고 추상적이지만, 그가 서울시로부터 받아가는 돈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주문하고 있었고, 거의 일방적인 자신의 대우조건 위주로 계약서는 작성되어 있었다.

이명박의 서양클래식 음악 취향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문화적 소양은 그가 서울시장을 하기 전부터 그를 소개한 '인간 이명박' 등의 기사들과 그의 문화적 소질과 취향들이 그가 썼다는 책 등으로 꽤나 알려졌다. 그의 고상한 취미 중엔 "서양 클래식 음악 감상 수준이 유명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의 어느 부분이 단점이라고 지적할 수 있을 정도다"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음악 이해에 대한 수준은 감상 취향의 문제를 넘어 그의 인간적인 자질과 덕목처럼 내세워졌다. 이것은 '글 질'하는 어느 사람의 아부성 작문이나 자작의 은근한 공표일까? 그러나 오늘 이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소위 '문화인 이명박'의 교양이나 소양, 그 실체까지, 이미 서울시장 4년 청와대 4년 가까이, 그의 진면목은 그의 말과 행동거지로 충분히 차고 넘치며 유감없이 입증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45년 전통 시립교향악단 폭력적 재편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때인 2005년 3월 30일 저녁, 서울 시청 앞 잔디 광장 한 켠에선 검은색 정장으로 의상을 통일한 서울시교향악단 단원들이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하고 있었다. 45년 전통의 서울시향을 해체하려는 당시 이명박 시장에게 항의하는 서울시향 단원들의 연주였다.

그보다 몇 주 전인 3월 7일, "거장 정명훈" 영입을 발표하는 서울시 기자회견이 열리고, 서울시향을 독립법인화해 서울시립교향악단으로 재편하려는 이명박 시장에게 "한 명의 훌륭한 지휘자로 세계적인 교향악단을 만들 수는 없다"고 시향 단원들이 항의하면서 그날 서울시향 단원들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에 이어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과 3번 2악장,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을 잇따라 연주했다. 상임지휘자 자리가 비어 당시 악장이 연주와 동시에 손을 들어 지휘해야 했다.

악장을 비롯한 20명의 수석·부수석 단원들과 15명의 원로 단원들은 이미 후배들의 앞길을 위해 자리를 내놓거나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어디 대학이나 지방 연주 일자리라도 정한 소수 사람을 제외하곤 음악만 연주한 사람들인데 참으로 막막한 처지였고, 당장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였다.

당시 문화예술노동조합 세종문화회관지부장은 "서울시가 정명훈 지휘자가 직접 단원을 뽑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머지 서울시향 단원들의 자리보존을 조건으로 수석·부수석 자리를 비우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1988년부터 서울시향에서 트롬본을 연주하고 있던 한 수석단원은 "입단 6개월도 안 되는 후배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 선배 연주자들이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옷을 벗었는데 서울시가 이제 와서 신규 오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단원을 내쫓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민을 위해 연주하고 싶습니다"

거리연주가 끝나고 당시 악장은, "우리는 연주하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방법이 아닌 연주로서 우리의 의지를 이명박 시장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서울시향은 정명훈이라는 세계적 지휘자 한 명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고의 지휘자 밑에 우리와 같은 단원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울시향은 시장의 것이 아닙니다. 서울시민 전체의 것입니다. 우리는 서울 시민을 위해 연주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또 문화예술노동조합 세종문화회관지부장은 "정명훈 지휘자는 2년 동안 고작 2~3개월만 이곳에서 지휘하고 나머지 시간은 지금처럼 해외에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임으로 지휘를 맡거나 예술감독을 맡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님을 벌써 7년 전 그 당시에도 내다봤다.

"서울 시민 위해 연주하고 싶다"는 이들 단원의 7년 전 간절한 그 바람은 끝내 정상적인 연주활동으로 지켜지지 않았고, 당시 단원 중 상당수는 서울시향을 떠나거나 새로운 방식의 오디션을 통해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 의 눈에 실력을 인정받아야만 그나마 연주를 할 수 있었다.

정명훈, 서울시향 맡고 7년이 지난 오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영입한 정명훈은 무소불위의 막강한 음악 권력을 지니게 됐다. 2005년 1월 12일에 작성된 서울시와의 2008년까지 1차 '위임계약서'를 보면, 정명훈은 단원 선정, 단원의 위·해촉, 단원평가를 포함한 고과, 상벌에 관한 사항의 인사위원회 심의 요구, 오케스트라 부지휘자 임명, 객원지휘자 및 협연자 초청계획 수립, 연주곡목 선정, 서울시와 합의되지 않은 사항에 대한 거부 등, 어떤 나라 어디 예술단체나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나 지휘자도 누릴 수 없는 절대 권력을 지니고 시향 전체를 이끌어 왔다.

이후 7년이 지나고 오늘, 서울시향은 과연 이명박의 공언처럼 "세계 10대 오케스트라"가 됐나? 무엇으로 "세계 10대 오케스트라"를 평가할 수 있는지, 그 평가기준을 따지고 말 것도 없이 이명박의 공언과 달리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서울시향은 "세계 10대 오케스트라"가 되지 못했다. 물론 일정부분 오케스트라의 성과를 인정하는 의견도 있지만, 서울시향이 세계 10대 오케스트라 반열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나는 아직까지 들어본 바 없다.

이명박의 허언 "세계 10대 오케스트라"

그런데 사실 이런 식의 "세계 10대 오케스트라"라는 표현과 또 "세계 10대 오케스트라"가 되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고 적절한 기대인가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장차 훌륭하고 개성적인 화음을 내는 오케스트라, 앞으로 서울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오케스트라라는 시민 대중의 평가와 전문가의 음악성에 대한 평가기준은 앞으로도 나올 수 있겠지만, 수년 안에 "세계 10대 오케스트라"가 되리라는 이명박의 2005년 공언은 애초부터 현실성이 없거나 틀린 주문이고 공표(空表)가 아니었던가.

예술의 정치화는 예술을 피폐화한다

무엇보다도 이명박은 서울시장으로 자신의 공언을 뒷받침할 만큼 서울시향을 국제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서울시에서 예산지원을 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마에스트로 정명훈" 등으로 정명훈을 대음악가, 대연주자, 명지휘자, 예술의 거장(巨匠)으로 칭송하는 매스컴에 같이 편승하여, 오직 하나, 정명훈 개인만 서울시향 지휘자와 예술감독 역으로 파격적인 계약으로 영입하면, 서울시향이 "세계 10대 오케스트라"가 될 것이라고 믿었던지, 아니면? 정명훈의 이름을 빌려 서울시향을 통해 서울시장으로 자기 치적을 쌓아 대권을 향하는 발판으로 '서울시향'을 이용하겠다는 속셈이었던지, 그래서 예술의 정치화를 꾀하고자 했던 건 아닌지, 정치화된 예술은 단기간에는 특정 효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예술을 피폐하게 하고 만다. 이명박의 속셈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정명훈을 영입하면서 말했던 그의 공언인 "서울시향이 수년 내에 세계 10대 오케스트라"가 될 것이라는 공개적인 언사는 철저하게 허언이고 허구임이 드러났다.

어떻게? 무엇으로? "세계적 지휘자"인가?

먼저 나는, 정명훈이 연주자로 지휘자로 이룬 그의 음악적 성취나 성과를 폄하하지 않겠다. 그러나 한국의 매스컴이 일방으로 얘기하고 줄곧 시민 대중들에게 들려주는 "마에스트로, 세계적 지휘자, 세계적 연주자, 거장 지휘자" 등으로 정명훈을 말하는 우리나라 매스컴의 저 관습적인 찬사나 표현을 따라서 말하거나 동의하는 태도에 나는 거리를 둔다.

우선 "세계적"이란 수사가 무엇을 얘기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그가 활동했고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가 '세계'를 대표한다는 것인지? 그가 공부했고 이따금 지휘하는 미국이, 일본이, '세계'란 말인지? 아니면? 그가 연주자로 지휘자로 음악적 깊이, 즉 그의 음악사상이나 철학이 '세계적'이란 말인지? 서양 고전 음악이 널리 애청(愛聽) 되고 유통되니 그런 척도로 '세계'를 말하는 것인지?

22세 때 정명훈

사실 정명훈이 한국에서 명성의 시작은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피아노 연주로 2등을 했을 때부터다. 당시 시민은 갑작스러운 매스컴의 흥분에 덩달아 들떴다. 당시 정명훈은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다. 오색 종이가 흩날리는 길가엔 수만 명의 시민이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대대적 환영행사에 이어 은관문화훈장 수여가 결정됐다. 그때 나이 22세였다. 오늘날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든 어디 유명 콩쿠르든 한국인이 큰 상을 받았다고 해서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나거나 오색 종이를 뿌리는 카퍼레이드를 하진 않는다. 그만큼 국력이 크게 성장한 탓도 있지만 1974년 당시 한국은 너무나 외지고 구석진 나라였고 많은 사람들의 삶이 힘들 때였다. 그래서 젊은 청년의 음악적 성과를 같이 기뻐했다. 이것은 오늘의 정명훈이 있기까지에는 자기가 태어난 조국의 사람들에게 온전하게 감사해야 할 덕목이다.

<프레시안> 기사가 나가고

<프레시안> 기사엔 많은 댓글이 달렸다. 정명훈이 과연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인지 아닌지는 한국의 매스컴이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마그네틱(magnetic)에서 오는 건 아닌지? 이는 더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또 "연봉 저 정도 받는 거 결코 과한 거 아닙니다"와 "20억 원 투자는 곧 그 몇 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묻는 댓글에 대한 답은, 나는 정명훈이 많은 돈을 받는 것의 문제는 차라리 후차적이다. 서울시가 정명훈에게 연 20억 내외의 돈을 지불한 것에서 투명성과 정당성을 묻는 것이다.

여기서 수입의 상대적 과다문제는 자본주의 극단을 달리는 미국의 10대 오케스트라 10명 음악감독의 세전(稅前) 수입표를 첨부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도표를 보면 알겠지만 정명훈이 서울시로부터 받는 수입금은 미국 10대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연봉 10위에서 두 번째에 해당한다. 하지만 서울시향은 이명박이 공언한 대로 "수년 내에 세계 10대 오케스트라"를 꿈꿨지만 수년은 이미 지났고, 아직 "세계 10대 오케스트라"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오직 정명훈만 미국 오케스트라 최상 그룹의 수익을 챙기지만 오케스트라의 질이나 음악성, 단원의 처우는 국제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참고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경우 일반적으로 음악감독이나 지휘자의 연봉은 미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는 예술이 특정 부류 사람들만이 접하는 전유물이 아닌, 거의 모든 시민이 골고루 예술을 수용하고자 하는 측면이면서 아울러 예술의 행위자나 생산자 역시 자본의 특권적 대우보다는 사회적 공공성에 이바지하는 역할로 유럽식 사회주의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가령 독일의 10대 중요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연봉은 5만 9000유로(€)로 우리 돈 9090만 원 수준이다. (출처 : gehalt.de)

미국 10대 오케스트라, 10대 음악감독 연봉

ICSOM 2011 Compensation Reports: Music Directors(음악감독 최상위 10위권)

출처 : Adaptistration.com



(☞바로 가기 : www.kimsangso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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