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진 못했으나 김 국방위원장이 29일 핵 문제에 대한 김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김 대통령의 조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해 추후에 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임 특사는 이날 오후 가진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방북결과 대국민 보고를 통해 통해 "김 국방위원장이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 비서를 통해 김 대통령의 친서와 친서에 담긴 따뜻한 조언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임 특사는 김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북측은 김 국방위원장이 지방에서 중요한 현지지도 사업을 하는 사정상 만나게 되지 못했다고 양해를 구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북 기간에 미국과 일본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으나, 북한이 미국과 일본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받아오지 못했다"며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나서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해 달라는 요청은 받아왔다"고 말했다.
임 특사는 "김용순 비서 등 북 고위인사들과 현안들을 여러 차례 진지하게 협의했다"며 "우리는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 의혹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고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는 점을 북측에 강력히 촉구했으나, 북측은 '그런것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덧붙였다.
임 특사는 김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는 3가지로, 하나는 우라늄 농축 계획에 관한 것이었으며 두번째는 NPT 탈퇴 선언을 철회하고 그것도 조만간에 철회해야만 북핵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돼 제재 결정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세 번째는 북한이 원하는 불가침조약 체결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프로세스(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권고였다고 밝혔다.
한편 노무현 당선자측 대표로 임 특사 방북에 동행한 이종석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며 "남북정상회담은 제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김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노 당선자의 인사말을 김용순 비서를 통해 전달했다. 김용순 비서와의 대화를 통해 핵 문제의 조기해결 필요성과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등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동원 특사의 방북결과 대국민보고를 겸해 가진 기자들과의 1문1답.
***"김정일 위원장 못 만난 건 아쉬우나 반응을 보인 건 의미있다"**
Q: 현지지도때문에 김 위원장이 면담에 응할 수 없었다는 북측 설명이 이해되지 않는다. 면담이 불발한 속사정은 뭔가?
A: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나서 친서를 전달하고 우리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한 뒤 김 위원장의 생각을 듣기 위해 갔는데 북쪽 사정에 의해 만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대신 현지지도 방문중인 김 위원장이 김용순 비서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김 비서가) 그 메시지를 읽어준 것을 들었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친서를 잘 받았고 김 대통령이 제안하신 조언과 권고에 대해 사의를 표명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서 필요하면 알려드리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김 위원장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고 본다. (핵문제에 대해) 즉각 답변하기는 어렵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Q: 김 위원장이 (김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검토후 알려준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형식을 얘기했었나. 북측의 기존 주장인 '핵개발을 안하겠다'는 설명이 농축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짚어 얘기한 것인가.
A: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형식은 예측하기 힘들다. 또 (우리측이) 농축우라늄 개발계획에 대한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고, 이것이 이 문제(북핵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어 (북측의) 해명이 필요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북측이) 밝히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북의 입장은 알려진 대로다.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북측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Q: 오늘 부시 미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 등을 무법정권으로 규정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 향후 북핵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전망해달라.
A: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내용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북핵문제에 대한 향후 전망은 대단히 어렵다. 북핵문제는 방북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속성상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쪽이 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때 해결이 가능하다.
예컨대 안보위협이 해소된다든지 적대적 관계에 있는 나라들과의 신뢰관계가 회복될 때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해결해갈 수 있는 것이지 갑자기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핵문제와 군비통제문제를 10여년 연구하고 다뤄온 경험에서 그렇게 판단된다.
Q: 이번에 미국이나 일본 메시지를 가져갔나. 북측이 미국이나 일본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없었나.
A: 미국과 일본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한의 미국과 일본에 대한 메시지는 받아오지 못했다. 다만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해달라는 요청은 받았다.
Q: 김 대통령의 친서 내용은 뭐였나.
A: 김 대통령은 친서를 통해 세 가지 문제를 얘기했다. 이는 핵문제와 남북관계 문제, 새 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당부의 말씀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핵 문제에 대해 말하자면 세 가지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나는 조금 전에도 설명했지만 농축우라늄(HEU) 핵개발 계획을 해명하고 사실이라면 이를 폐기하는 데서 시작해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고 방법론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권고안을 제시했다.
두번째는 NPT 탈퇴 선언을 철회하고 그것도 조만간에 철회해야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되어 제재 결정이 나오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철회를 조속히 밝혀야 한다는 문제와 관련돼 있는 사항이다.
세 번째는 북한이 불가침조약 체결을 원하는데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프로세스(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했다. 구체적으로는 최근에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 다자협의를 통한 해결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모두 언급했다. 나머지는 구체적인 설명을 생략하겠다.
Q: 김 위원장을 만나서 친서를 직접 전달하는데 실패했는데 이에 대해 실망했나.
A: 간접 전달한 데 대해 실망이라기보다는 아쉽게 생각했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고, 듣고 싶었는데 지방 순시 나가있다고 하니까 별 재간이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김 위원장이) 친서를 받아보고 최초 반응을 보였다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김 대통령의 설명과 따뜻한 권고에 감사드리며 구체적으로 검토해서 나중에 알려드리겠다고 했는데 이는 의미가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Q: 북한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원하는데 아직도 한국이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A: 핵 문제는 미북간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이고 우리가 그 한 당사자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역할을 계속 할 것이다. 북한도 이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미ㆍ일의 구두 메시지 내용은 뭔가.
A: 여기서 밝히는 것이 외교 관례상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Q: 오늘 오전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국정 연설에서 미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 다른 국가들과 함께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아직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 내용을 보지 못했다. 다만 (평화적 해결 입장은) 미국이 그전부터 밝혀온 것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지 않나. 일단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미 한ㆍ미ㆍ일은 지난해 10월에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외교적 노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데 합의했다. 이것이 대원칙이자 기본이다. 그것을 다시 강조했다니 좋은 징조가 아닌가 생각한다.
Q: 김 위원장 답방에 대해서도 논의됐나.
A: 이번에는 그런 얘기를 할 분위기가 아니었지 않나.
Q: (이번 방북 기간에) 5+5 협의체 구성 문제도 논의했나.
A: 얘기했다. 그밖에도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는 여러 가지 방안을 다 얘기했다.
Q: 공동보도문을 내지 않은 이유는.
A: 이번에는 협상이 아니었으니까.
Q: 지난해 4월에 방북했을 때에도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 중이었는데.
A: (그때는 김 위원장이 평양에) 하루 전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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