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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물선 사건'은 미국에 불행한 결과"

독일 슈피겔, 미 외교정책 혼선과 국제법 논란 지적

미국이 15기의 스커드미사일을 싣고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화물선 서산호를 공해상에서 강제 나포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예멘에 인도하기로 결정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이 불러온 실패중의 하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이 북한 화물선을 나포하고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강력히 비난했다가 결국은 이 화물선이 예멘에 인도되도록 선회한 것은 미국에게 불행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헤센의 평화-분쟁 연구재단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미사일 수출은 수입국에 대한 무기통제제한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 한 국제법상 어떠한 문제도 없는 것"이라며 "예외적인 경우는 바로 무기수입이 제한된 대 이라크 수출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또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예멘행 미사일 수출을 방해한 것은 북한이 주도적인 미사일기술 수출 국가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미사일을 실은 북한 선적을 공해상에서 강제 나포함으로써 북한이 미사일 수출 국가임을 증명하고 한반도는 물론 중동지역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독일 전국지 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FR)는 12일 '북한의 미사일 수출은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이란 기사를 통해 "미국 관점에서 볼 때 미사일을 실은 북한 선박을 나포한 것은 북한이 악의 축 국가임을 부각시켜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워싱턴은 평양이 화약고인 중동지역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FR은 "이종석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 실장 등 한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 선박 나포를 통해 노리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 실장은 '이 미사일들이 이라크로 수출되지 않는 한, 또 장거리미사일이 선적된 것이 아닌 한 이번 사건이 한반도 위기를 더 고조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을 북한의 당초 계획대로 예멘에 인도하기로 결정한 데는 무엇보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동맹국인 예멘 정부의 강력한 항의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북한 선박의 석방결정에 앞서 딕 체니 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과 각각 전화통화를 했고,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예멘이 이 미사일들을 어느 국가에도 양도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미국에 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미국은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이번 미사일 선박 나포 파문과 관련, 예멘에 미사일 인도 포기를 설득했는지 여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다만 미국이 이 선박을 정지시키고 수색할 권한은 갖고 있지만 화물을 압류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1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화물을 압류할 분명한 권한은 없다"면서 "이 상선은 풀려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선박 석방은 파월 주도**

북한 선박을 석방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번 사건은 군사기술을 전세계에 확산시키려는 북한의 의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미국도 군사기술의 확산에서 비롯하는 위험을 널리 알릴 뜻이 있다"며 "그러나 동시에 이 미사일이 우리와 우호관계인 국가로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예멘 관영 사바통신은 "아부 바커 압둘라 알-쿠르비 외무장관이 에드먼드 헐 예멘 주재 미국 대사를 소환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항의서한을 전달했다"며 "미국이 예멘-북한간 거래가 합법적으로 이뤄진 이상 화물 억류는 해제된다고 예멘 정부에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즉 국제법상의 논란 여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외정책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 선적을 강제 나포했으며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예멘 정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이를 석방했다는 것이다. 파월 장관은 "이 선박이 공해를 항해 중이었는데다 국제법에 따른 거래였다는 점을 인정해 조금전 해당 선박에 당초의 목적지로 항해하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 또한 "예멘이 북한 미사일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법 조항은 없다"면서도 서산호를 억류 수색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 화물선은 국기가 걸려있지 않았고 테러범들이나 잠재적인 테러국가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서산호의 북한 출항 전부터 이 선박을 감시해왔고 북한과 예멘간의 미사일 계약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미국이 이미 목적지인 예멘에 거의 도달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스페인 군함을 이용해 강제 나포한 데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미국 부시 행정부내 매파와 비둘기파간 외교정책에 있어 빚어지는 충돌로 인해 이번 사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파월 장관은 예멘 정부가 이번이 북한으로부터의 마지막 수입이라는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현 예멘 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대 테러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해결에 예멘은 큰 변수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주목할 부분은 부시 행정부가 2000년 말 북미간 미사일협상이 무산된 이후 북한의 미사일 수출과 관련 아무런 제재노력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역설적인 것은 부시 행정부가 북미간 미사일 협상이 중단된 이후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저지하려는 협상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의 약속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선박 나포는 럼스펠드 주도**

북한 선박 나포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11일 카타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선박을 나포한 것은 이 배의 국적이 불분명하고 선적된 물품과 목적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관리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8월 북한의 창광신용사가 예멘에 스커드미사일을 수출한 데 대한 제재조치를 취했으며 예멘에 대해서는 이를 수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예멘은 당시 북한 미사일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미국조차 북한은 미사일 대외확산을 금지하는 유일한 국제법상 근거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한 국가도 아니며 예멘의 미사일 수입도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에 비추어볼 때 미국의 북한 선박 나포와 석방은 부시 행정부내 매파와 비둘기파간 외교정책을 조율하는 데 있어 빚어진 해프닝이거나, 한반도와 중동지역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테러와의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고 한국 대선 등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을 위해 시도된 고도의 전략일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ㆍ스페인 관계도 악화될 것인가**

한편 이번 사태에 제3자로 개입했던 스페인과 북한과의 향후 관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해 2월 7일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북한의 1백42번째 수교국이다. 스페인은 지난 7월 경제대표단 북한 파견을 통해 풍력발전, 포도주 생산, 기술자 및 예술단 교환 등에 합의했으며 지난해 5, 6월에는 앤터니 레글레 바르셀로나 상공회의소 회장과 미켈 나다 외무차관이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유럽 국가중 북한과 가장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 나라중 하나가 스페인인 것이다. 하지만 공해상에서 북한 선적을 강제 정선시킨 이번 사건으로 북한의 강력한 항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해양법협약 제110조는 공해상에서 외국 민간선박에 대한 군함의 임검과 수색에 대해 해적행위와 노예무역, 무국적선에 대해 임검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서산호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에 한국은 물론 스페인, 예멘 등 많은 국가들이 본의아니게 얽혀들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대미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한국 차기정부의 어깨는 점차 무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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