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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루만에 나포 北선박 풀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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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루만에 나포 北선박 풀어줘

예멘의 강력항의에 밀려, 美매파의 한국내정 간섭 음모설도

스커드미사일을 실은 북한 화물선을 나포한지 채 하루만에 미국이 이 배에 실린 스커드미사일을 예멘 정부에 넘겨주기로 하고 억류를 해제, 이 선박이 현재 예멘으로 향하고 있다고 예멘 외무부가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예멘 외무부는 이날 미국이 예멘정부의 강력한 항의에 따라 북한 화물선과 스커드 미사일에 대한 억류를 해제했다고 말했다. 예멘 정부 대변인은 미국의 해제 조처가 딕 체니 미 부통령과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간의 전화통화로 성사됐다고 밝혔다.

***예멘, "더이상 북한미사일 수입 안하겠다" 약속**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그러나 이같은 결정은 미정부내 '비둘기파'인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과 살레 예멘 대통령과의 전화 협상을 통해 최종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통화에서 살레 대통령은 "이번 미사일 수입은 마지막 선적분으로 앞으로는 더이상 북한 미사일을 수입하지 않겠으며, 제3국에 이를 보내지도 않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극적으로 북한선적 억류 해제가 성사됐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미국 '매파'들의 일방적이면서도 모험주의적인 북한선박 나포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예멘정부의 강한 반발로 테러전쟁 공동전선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자, 파월 국무장관 등 미국 '비둘기파'들이 서둘러 예멘과의 중재에 나서 극적 타협을 도출해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에 앞서 예멘의 관영 사바통신은 북한선박 나포 직후 예멘 정부가 북한에 15기의 스커드 미사일을 주문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미국과 스페인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나포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아부 바커 압둘라 알-쿠르비 외무장관이 에드먼드 헐 예멘 주재 미국 대사를 소환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살레 예멘 대통령도 지난 8월에도 예멘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방어용 목적으로 스커드 미사일을 구매했다고 확인하고, 예멘에게는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나포사건 발생직후 중동의 알 자지라 방송은 북한 화물선에서 발견된 스커드 미사일 및 군사장비는 예멘 정부 소유라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예멘과 북한은 수개월 전 미사일 및 군사장비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예멘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예멘 정부는 미사일 등 장비를 전달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었다.

***미국, "스커드미사일을 압수할 권한이 우리에겐 없다"**

미국정부도 조지 W.부시 대통령의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같은 억류 해제 사실을 밝혔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스페인 해군이 북한 화물선을 세우고 미국 전문가들이 이를 수색한 데 대해 "국기를 게양하지 않은 선박을 정선, 수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그러나 "북한에서 예멘으로 향하던 스커드 미사일을 압수할 수 있는 명백한 권한은 없다"면서 "따라서 이 화물선은 억류에서 해제됐다"고 밝혔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미국은 미사일 기술의 확산 중단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예멘과 그와 같은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대화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미국은 미사일을 실은 북한 화물선이 잠재적 테러국가인 예멘으로 향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갖고 북한 화물선을 억류해 조사하게 된 것이라고 나포배경에 대해 해명했다.

외교가에서는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을 돕고 있는 예멘 정부가 당초 미국의 예상치 이상으로 강력항의함에 따라 테러전쟁 전선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지못해 미국이 억류 해제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초법적 일방주의 외교에 또한차례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한국 내정간섭 혐의 짙어**

실제로 북한선박 나포 직후 미국 수뇌부가 보인 반응은 대단히 호전적이고 음모적이었다.

미국 '매파'의 선봉인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1일 스커드 미사일을 선적한 북한 선박이 나포된 사건에 대해 북한이 미사일 확산 주범이라고 비난했다.

지부티를 방문중이던 럼스펠드 장관은 이스마엘 오마르 괼레 지부티 대통령과 회담한 후 기자들에게 "북한은 가장 위협적인 미사일 및 탄도미사일 기술 확산의 주역"이라고 비난했다. 럼스펠드는 "북한은 수십만명을 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다수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화물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불법적인 장소'로 향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럼스펠드의 발언은 미국이 나포 3주 전인 지난 11월중순 문제의 북한선박이 북한 남포항을 출발했을 때부터 선박을 추적해왔었다는 발표와 비교하면, 럼스펠드 등 미국매파들이 이 선박의 목적지가 예멘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불법적인 장소'로 향하고 있다는 음모론적 주장을 편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이같은 미국 수뇌부의 앞뒤 안맞는 행보를 볼 때 이번 북한선박 나포가 지금 한국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반미 감정을 냉각시키는 동시에,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국 대통령선거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이회창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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