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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조중동"

11일자 조중동 일제히 '집값폭락' 공포 부추겨

"역시 '조중동'답다."

11일자 세 신문을 훑어 보면, 이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조선일보, "수도권 집값 폭락 재앙"**

최근 들어 노골적으로 '이회창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조선일보의 11일자 신문은 조선일보가 최근의 이회창 열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지금 얼마나 열심인가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의 이날 1면 톱 제목은 '행정수도 충청이전 치열한 공방'이라는 타이틀 아래 '한나라 "수도권 집값 폭락 재앙", 민주 "투기.과밀고통 덜자는 것"'이었다.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겸 편집장이 9일 '수도 이전? 나라가 망했나? 김정일이 남침했나?'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 및 월간조선 인터넷판에 게재한 뒤, 한나라당 수뇌부가 10일 집중적으로 문제점을 거론한 수도 이전 문제를 다룬 기사다.

조선일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3면에 '행정수도 충청이전 논란/전문가들 견해'라는 제목의 해설기사를 톱으로 실었다. 해설기사의 제목은 '대다수 "40~50조", 일부 "5~6조"'였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수도이전 공방 집중보도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2면의 만평이었다. 신경무 화백이 그린 '조선만평'의 이날 제목은 '대선 쟁점화'였다.

12월19일 기표소에 들어간 여성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들고 있다. 투표용지는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를 묻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이날 조선일보는 대선쟁점을 수도이전 문제로 몰아가 현재 이회창 후보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의 표심을 이 후보쪽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히 드러난 지면의 연속이었다.

***중앙일보 만평, "아파트값 괜찮을까?"**

중앙일보 11일자는 조선일보의 적나라한 지면 구성과 비교하면 제목 자체가 상대적으로 중립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중앙일보의 이날 1면 톱 제목은 '대선후보 TV토론...행정수도 이전 공방'이라는 타이틀 아래 '李 "서울 공동화로 경제 큰 혼란", 盧 "4조5천억 정도로 이전 가능"이었다.

하지만 이 기사 바로 아래 자리잡은 만평을 보면, 조선일보 뺨을 친다.

김상택 화백이 그린 '김상택 만화세상'의 이날 타이틀은 '5~6년내'였다. 만평의 배경은 '과천 부동산'이라는 복덕방. 복부인들이 우루루 복덕방을 찾아와 주인에게 "아파트값 괜찮을까?"라고 묻는다. 복덕방 한편에는 TV에서 노무현 후보가 "사법부 빼고 다 간다"고 말하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다.

비록 만평의 배경을 과천으로 잡고 있으나, 과천을 포함한 수도권 독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만평이었다.

***조선일보가 견인하고 중앙,동아가 그 뒤 따라가**

동아일보 11일자는 조선일보의 붕어빵이다.

1면 톱 제목을 보면 '李 "수도이전땐 서울 집값 폭락", 盧 "지방균형발전 위해 꼭 필요"'였다.

단지 동아일보는 만평을 싣지 않고 있어 조선.중앙과 비교를 할 수 없었다.

이같은 '조중동'의 보도는 한마디로 말해 "조선일보가 앞장서 견인하고 중앙,동아일보가 그 뒤를 따라가는 기러기 행진"이 연상된다. 왜 세간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세 신문을 '조중동'이라는 고유명사로 부르는가를 새삼스레 일깨워준 것이 11일자 조중동의 지면이었다.

아울러 외형상 선거중립을 천명하고 있는 세 신문이 지금 얼마나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고 있는가를 보여준 지면이기도 했다.

참고로 경제문제에 관한 한, 조중동보다 전문성이 있다고 평가받는 이날 주요 경제지들의 1면 톱은 다음과 같았다.

李 "연평균 6% 성장 이뤄낼 것"
盧 "공직상위 30% 이공계 발탁"(한국경제신문)

李 "관치경제.정경유착 근절"
盧 "재벌개혁 안하면 또 위기"(매일경제신문)

다음은 행정수도 이전 논란의 발단이 된 것으로 민주당이 비판하고 있는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겸 편집장이 지난 9일 자신의 홈페이지 및 월간조선 인터넷판 '오늘의 뉴스'에 올린 수도 이전 관련 글의 전문이다.

***수도 이전? 나라가 망했나? 김정일이 남침했나?: 2002/12/9(월) 15:00**

노무현 후보는 어제(12월8일) 실로 엄청난 약속을 했다. 그는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옮기겠다는 공약을 더욱 구체화시켰다. "청와대와 중앙부처는 물론 국회까지 이전할 것이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행정수도의 이전이란 말로 설명될 수준이 아니라 수도 이전으로 보아야 한다.

수도는 언제 이전되는가. 우리 민족사를 보면 나라가 망하고 새로운 국가가 성립될 때, 또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이전되었다. 신라가 망하고 고려가 서니 수도가 경주에서 개성으로 올라온 것이다. 고려가 망하니 수도가 서울로 옮겨간 것이다. 김일성이 쳐들어와 서울이 함락되니 임시수도 부산으로 옮긴 것이다.
수도에는 정권과 안보와 경제와 행정의 중추기능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정통성의 상징과 중심이 바로 수도이다. 國體의 중심이 수도란 이야기이다. 따라서 수도 이전은 대한민국의 이념적 안보적 경제적 일대 변혁을 수반하게 된다.

고려 인종시대 묘청이 수도를 서경(지금의 평양)으로 옮기려다가 먹혀들지 않으니 반란을 일으켰다가 김부식을 중심으로 한 개성 세력에 의해 타도당했다.
궁예는 후고구려를 세운 다음 수도를 송도(지금의 개성)에 정했다가 철원으로 옮기는 과정에 민심 이반을 일으켜 결국은 송도세력인 왕건의 쿠데타로 밀려났고 왕건은 수도를 송도로 원위치시켰다.

한국 주도의 자유통일을 추진해야 하는 민족사적 사명을 띤 우리 세대가 수도를 민족정통성의 중심지인 서울이 아니라 충청도로 내려보내게 되면 이는 통일 주도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수도 이전은 이처럼 정치적 군사적 의미가 큰 것이다. 만약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세력중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거나 대한민국을 분열세력으로 보는 좌파가 있다면 그 저의를 의심해보는 것이 정상적인 思考일 것이다.

수도를 옮김으로써 대한민국 정통성의 한 상징을 없애려는 의도가 끼여 있는가 없는가 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인구의 47%, 정부투자기관 및 정부출연기관의 74%, 100대 기업 본사의 95%가 몰려 있고 금융거래와 조세수입의 70%가 집중되어 있는(노무현 후보 발표문에서 인용) 수도권은 대한민국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일이 남침하여 수도권을 포위하거나 장악하면 대한민국은 끝장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정권은 이 점을 알았기 때문에 서울 死守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어떤 경우에도 수도권이 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병력 배치를 해두었다. 만약 수도가 충청도로 이전하면 수도권 사람들은 안보상의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까. 군지휘부가 상당부분 충청권으로 이미 내려가 있는 판에 국정의 사령탑인 청와대, 정치의 중심인 국회, 행정의 사령탑인 행정부처가 충청권으로 내려가 버리면 2000만 서울 인천 경기도 주민들은 버려진 느낌을 갖지 않을까. 이런 불안감은 집값, 땅값 폭락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수도권의 부동산 값이 폭락하는 것을 고소하게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경제란 그런 화풀이가 아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기업과 개인에게 엄청난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권이 붕괴하면 기업과 가계가 무너진다. 이것은 한국 경제의 총붕괴를 의미한다. 이런 부작용을 막는 길은 수도 이전이 국체 변경과 같은 엄청난 의미를 지닌 사안임을 직시하여 깊은 연구와 토론을 거치면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어느날 갑자기 한 개인이 공장 하나 이전하듯이 수도 이전을 공약한다면, 더구나 그 후보가 여당의 후보라면 우리는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경제의 毒은 불안이다.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국민들이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면 기업과 家計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이런 공약이 과연 노무현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 충청도 사람들 표를 얻는 것만 계산한 듯한데 수도권 2000만명의 지지를 잃는다는 또 다른 계산은 하지 않은 것일까. 이회창 후보는 젊은표 좌파표를 의식해서 자기 지지세력의 이념을 배신하고 反美 분위기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야당후보보다도 더 신중하여야 할 여당 후보로서의 책무를 버리고, 작게는 2천수백만 많게는 7천만 민족전체의 운명에 관계되는, 수도 이전이란 어마어마한 정책을 가수가 신곡을 발표하듯이 하고 있다. 국민들은 표를 얻기 위해 정체성을 팽개치는 것을 서슴지 않고 있는 두 후보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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