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월간조선 대표이사 겸 편집장이 연일 '맹필(?)'을 휘두르고 있다. 지난주 2일, 3일, 6일 세차례나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를 "권력기생적, 기회주의적 우파"라 비판했던 조갑제 편집장은 9일 하루에만 세 편의 글을 쏟아내며 '보수우익의 총궐기'를 촉구했다.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에게만 이번 대선을 맡겨놓으면 노무현 후보에게 패할 게 분명한 만큼, 50~60대 우익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20~30대, 그 중에서도 특히 부모에게 돈을 타쓰는 20대를 집중공략함으로써 이번 대선을 승리로 반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조갑제가 오래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온 '30대 고립론'의 리바이벌이다.
조갑제 대표는 9일밤 자신의 홈페이지 CGJ(www.chogabje.com)에 "이회창이 선거전에선 지고 주류층이 투표에서 이길 가능성" "집토끼, 산토끼, 그리고 이회창 전략" "수도 이전? 나라가 망했나? 김정일이 남침했나?"라는 제목의 칼럼 세편을 실었다. 이 가운데 뒤의 두 글은 자신이 책임맡고 있는 월간조선 인터넷판 '오늘의 뉴스'에 싣기까지 했다. 조갑제 개인 차원을 넘어서 조선일보가 직접 전면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조갑제, "이회창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조갑제 글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대목은 현재 대선 판도를 읽는 시각이다. 그는 맨처음 글 "이회창이 선거전에선 지고 주류층이 투표에서 이길 가능성"에서 자신과, 더 나아가 조선일보가 판독하고 있는 최근의 대선 판도를 다음과 같이 적나라하게 전하고 있다.
"적어도 선거전에서만은 이회창 후보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12월9일 이후보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를 의미 있는 차이로 뒤지고 있으며 선거운동 현장의 열기 또한 노 후보에게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는 무엇보다도 선거전략의 실패이다."
'이회창 대세론'이 무너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갑제는 이번 대선은 "이회창 후보가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구도"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우파인사의 말을 빌어 "이회창씨가 정치적 자살을 하지 않으면 질 수 없는 게임인데 뒤진다니 이해가 안된다"며, 그 이유로 "(이번 선거가) 지역구도에서는 호남 대 비호남, 이념구도에서는 좌우(左右) 대결이라는 2중 구도하에서 이회창 후보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갑제는 이같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도 현재 패색이 짙게 된 모든 책임을 이회창 후보에게 돌리고 있다. 요컨대 "반미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이념적 지조를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 우파인사의 "금전적 부패보다도 이념적 부패, 즉 보수적 기회주의가 더 나쁘다"라는 말까지 빌어 이회창 후보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이회창의 배신'으로 인해 현재 우익진영이 얼마나 당황하고 절망하고 있는가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좌우대결을 회피하고 좌파에 영합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약60%로 추정되는 우파 진영에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회창 후보에 실망한 세력은 허무적으로 변하여 부동층으로 흐르든지 노무현 후보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회창 후보에 절망했지만 그래도 노무현 후보의 집권을 저지하는 것이 선결문제라고 보는 사람들은 이회창 후보에 대한 배신감을 감추려 하고 있으나 그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 이회창 후보를 꼭 지원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이념대결로 갔더라면 결집시킬 수 있었던 우파 진영이 내부적으로 일대 혼란에 빠짐으로써 이회창 지지율은 마의 35~36%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갑제 대표는 이같이 암담한 현실(?)을 극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길은 '우파진영의 다급함'에 따른 '자발적 봉기'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미 이같은 봉기가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우파 진영의 다급함이 확산되는 일이다. 이회창 후보가 불리하다는 사실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우파, 기성세대층이 발벗고나서서 자녀들, 후배들, 직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펼치는 장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설득의 결과는 여론조사에서보다는 투표장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이회창 후보가 선거전에서는 지고 투표에서 이긴다면 그것은 한국 사회 주류층의 봉기 때문일 것이다."
***"이념무장 안된 중도우파가 노무현쪽으로 쏠리고 있다"**
조갑제 대표는 "집토끼, 산토끼, 그리고 이회창 전략"라는 글에서 우익의 자발적 봉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돼야 하는가를 보다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이 글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대목은 조갑제가 보는 한국사회의 좌.우 역학도이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잘 무장된 핵심 우파' 30%, '이념무장이 안돼 있는 우파' 30% 등 우파 60%와, 중도좌파 30%와 극좌파 10% 등 좌파 40%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김대중 집권 5년사이에 종전에 80%이던 우파가 60%로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월간조선 정기 여론조사결과라는 것이다.
조갑제가 말하는 '이념적으로 잘 무장된 핵심 우파'는 어떤 세력인가. 조갑제는 다음 세가지 질문에 "그렇다"고 찬성을 던지는 세력이라 말한다.
"김정일이 악(惡)이냐"
"부산아시안게임 입장식때 태극기를 포기하고 한반기를 들고 들어간 것은 잘못된 일 아니냐"
"부시대통령이 김정일을 '악의 축'이라 한 발언에 찬성하느냐"
조갑제는 이회창의 고정표는 바로 '핵심 우파'들이라고 말한다.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의 고정표는 항상 35% 정도로 나오는데 이들이 바로 핵심 우파세력 약30%인 것이다. 이들은 이회창 후보의 최근 행보에 대해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자녀들이나 후배들을 만나면 '그래도 이회창을 찍어야 한다'라고 매달리는 이들이다. 60% 우파세력중 나머지 30%는 이념무장이 안되어 있어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이들이다."
조갑제는 그러나 최근 들어 이념무장이 잘 안된 나머지 30%가 흔들리며, 노무현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최근 이 그룹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로 많이 넘어가는 경향이 보인다. 이회창 후보 진영에서는 비록 소수이지만 이들 흔들리는 30%의 우파진영을 먼저 결속시킨 다음 여유가 있으면 30%의 중도 좌파표를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다수는 우파 표는 자동적으로 이회창 쪽으로 올 것이니 30%의 중도좌파 표를 얻어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회창 후보는 이 후자 편에 서서 반미시위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는 것 같다.
이회창 후보가 우파의 집안단속을 확실히 하지 못한 형편에서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아가 좌파 표를 쫒아다닌 지 1년이 넘었지만 그의 지지율은 35%를 돌파하지 못했다. 이는 산토끼 잡이에는 실패했고 오히려 문을 열어둔 탓에 집토끼가 달아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낳게 한다."
'중도좌파'라는 산토끼를 잡으려다가 '중도우파'라는 집토끼까지 놓치고 있다는 개탄이다.
***조갑제의 '20대 매수론'**
조갑제는 이처럼 이회창 때문에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50~60대 핵심우파들이 팔 거둬부치고 나서 대세를 역전시켜야 한다며,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우파세력이 긴장하여 나름대로 운동을 펴고 있다. 많은 50대, 60대 기성세대는 자녀들, 직원들을 상대로 이회창 지지를 설득하고 있다. 50대와 60대가 20, 30대를 상대로 펼치는 자발적인 득표활동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특히 한 집안에서 동거하는 경우가 많은 50대와 20대 사이에서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지 궁금할 뿐 아니라 이것이 이번 선거의 결정적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 20대는 대학생이거나 군대에 가 있거나 직장에 다닌다. 대다수는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어 부모의 설득이 먹혀들 수 있는 관계에 있다. 이번 선거는 가정 안의 토론을 통해서 승부가 날지 모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발언은 "20대는 대학생이거나 군대에 가 있거나 직장에 다닌다. 대다수는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어 부모의 설득이 먹혀들 수 있는 관계에 있다"는 대목이다. '돈'으로 20대의 표심을 장악하라는 말에 다름아니다.
조갑제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30대 고립론' '20대 매수론'의 리바이벌인 것이다. 그는 30대를 이른바 개조불가능한 '빨갱이 세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대는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본다.
조갑제는 지난 6월 월드컵대회 직후에 월간조선 7월호에 쓴 '왜 20대 천적은 김정일인가'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었다.
"이번 월드컵으로 모아진 20대 중심의 젊은 열정은 50대의 불신감을 상당 부분 해소해 주었다. 구김살 없이 자란 아이들이 역시 당당하구나 하는 감성이 그것이다. 저들에게 국민윤리, 질서의식, 정의감, 투지만 잘 가르쳐 주면 내일의 대한민국은 우리 세대의 대한민국보다 더 낫겠다는 안도감이 그것이다. 김정일이 아무리 잔재주를 부려도 저들을 속일 수는 없겠다는 믿음도 있다. 기자같은 50대의 눈에는 20대가 지금 찬사의 대상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교육과 지도의 대상으로 보인다."
"한국 젊은이들이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도 정신을 이어받아 민족사에서 두번째로 역사창조의 주역이 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 본연의 순수성으로 돌아가 김정일을 제대로 미워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제대로 미워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제대로 사랑할 수도 없는 법이다. 미워해야 할 사람을 동정하는 자는 동정받아야 할 사람, 즉 북한동포들에게 잔인한 법이다. 김대중 정권 사람들처럼."
"최근 한국사회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는 것들, 한국영화의 전성. 공연문화의 확산. 레저 및 스포츠의 극성, 남대문·동대문 시장의 활력은 20대의 구매력이 만든 것이다. 20대의 구매력과 구미에 맞춰서 상품을 기획하다보니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젊어지고 천박해지는 면도 있다.
기성세대들은 자신의 교양을 위해서 돈을 쓰는 데는 인색하면서도 자녀들에게는 용돈을 많이 주어 시장의 주도권도 빼앗기고 말았다.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끔 문화.예술시장의 수준을 높이려면 스스로 그 시장에서 돈을 써야 하는데 자녀들에게 돈을 대주고만 있으니 시장의 주도권, 즉 문화의 주도권을 젊은이들에게 빼앗기고 만 것이다."
"50대의 자산은 돈·직위·나이.
돈으로 시장에서, 직위로 직장에서, 나이로 가정에서 주도권을 잡고 젊은이들을 선도할 수 있는 것이 50대이다.
그리하여 50대가 20대를 설득하여 반(反)김정일 통일전선에 40대와 함께 묶어둔다면 30대의 좌파는 고립될 것이다."
***세간에 회자되는 한 조크**
조갑제 대표의 연이은 '맹필(?)'은 지금 그의 표현을 빌면 '핵심 우파', 보다 일반적 표현을 빌면 '수구세력'의 최근 위기감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거울에 다름아니다.
이념적 측면에서 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방법의 '저급성'이다.
며칠 전 금융기관 고위관계자와 몇몇 언론사 중견기자들이 식사를 하면서 요즘 세간의 한 조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조크의 요지인즉 이러했다.
50대 아버지가 대학 다니는 20대 아들에게 5만원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이 돈 받고 이번 대선에서 XXX당 후보를 찍거라."
이 말을 들은 아들이 주머니에서 구겨진 돈 5만원을 꺼내 아버지에게 내밀며 이렇게 답했다.
"아버지, 이번에는 제가 5만원 드릴 테니 XX당 후보를 찍어주시죠."
어쩌면 조갑제 대표를 비롯한 50~60대 핵심 우파들이 당면하게 될 풍광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음은 조갑제 대표의 9일 글 가운데 일독할 가치가 있는 두 글의 전문이다.
***이회창이 선거전에선 지고 주류층이 투표에서 이길 가능성: 2002/12/9(월) 21:21**
적어도 선거전에서만은 李會昌후보의 敗色이 짙어지고 있다. 12월9일 李후보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盧武鉉 후보를 의미 있는 차이로 뒤지고 있으며 선거운동 현장의 熱氣 또한 盧 후보에게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는 무엇보다도 선거전략의 실패이다.
李會昌 후보는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구도에서 출발했다. 한 右派 인사는 『이회창씨가 정치적 자살을 하지 않으면 질 수 없는 게임인데 뒤진다니 이해가 안된다』고 이야기했다. 지역구도에서는 호남 대 非湖南, 이념구도에서는 左右 대결. 이 2중 구도하에서 李會昌 후보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문제는 세대차.
李會昌 선거 전략의 실패는 그가 우파 이념을 포기한 데서 비롯되었다. 李會昌 후보는 盧武鉉 후보의 가장 큰 약점으로 파악되었던 좌파성향을 공격하지 않았다. 두 여중생 사망사건을 문제삼은 反美 운동에 그가 동참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그로부터 이념대결(좌우대결)이란 중요한 무기를 빼앗아갔다.
남북이념대치상황에서 이념을 포기하는 정치인은 사소한 데 목숨을 거는 작은 정치를 하게 되어 있다. 이념을 포기한다는 것은 安保문제, 對北문제, 통일문제, 이념갈등 문제, 체제위기 등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주제를 피해간다는 뜻이다. 인간은 큰 것을 포기하면 작은 데 몰입하게 되어 있다. 李會昌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나 선거 쟁점이란 것들이 큰 줄기를 포기한 자질구레한 것들이었고 이것으로써는 유권자들을 감동시킬 수 없었다.
깨끗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그의 가장 큰 공약은 너무나 흔한 것이고 어느 정당이나 할 수 있는 것이며 말만큼 간단하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12월8일에 李會昌 후보가 발표한 공약들도 국민들의 가슴에 와 닿지 않은 局面反轉用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진 것 같다. 한 독자는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한나라당 의원들을 장관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한나라당이 거대한 人材풀인데 이들을 쓰지 않겠다면 어디서 사람을 구해옵니까』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알아보았더니 한나라당 의원들을 기용안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현역의원 상태에서는 안되고 의원직을 사퇴하면 된다는 의미였다. 참 싱거운 공약이다.
이런 식의 정책싸움은 선거판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 유권자들은 『또 空約이군. 당선되면 그도 잊고 나도 잊는데 무슨 소용이람』이라고 생각해버린다. 이념이 한반도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존 조건인데 이것을 포기한 정치인은 필연적으로 가볍고 작고 비겁하게 보이게 된다. 한반도적 정치판에서 정치인은 이념을 자신의 운명으로 껴안을 때만이 커지고 비장해지며 도덕적 권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盧武鉉 후보가 오히려 이념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소신을 수정함이 없이 밀고나가고 있다. 텔레비전 토론에서 그는 대한민국을 분열정권이라고 본다는 시각을 수정하지 않았다. 김정일 정권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검증에는 반대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는 현장 유세에서도 자신의 좌파적 성향을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한다.
좌파 후보는 이념적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우파 지도자는 反美 운동에 동조함으로써 이념적 지조를 버린 것처럼 비치게 되었다는 것이 李會昌 苦戰의 가장 큰 원인이다. 한 우파 이론가는 『금전적 부패보다도 이념적 부패, 즉 보수적 기회주의가 더 나쁘다』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이념적 시각을 포기한 결과는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盧武鉉 후보가 행정수도(청와대와 국회를 옮기겠다는 사실상의 수도 이전)를 서울에서 충청권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는데도 李會昌 진영에서는 돈 문제만 따지면서 아주 미시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남북무장대치상황에서 수도를 옮긴다는 것은, 전국민의 반인 2000만명이 몰려 살고 있고 경제력과 군사력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을 전쟁이 터졌을 때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 남북통일을 전제로 한다면 우리 민족사에서 1000년간 수도였던 서울을 남쪽으로 옮긴다는 것은 영구분단의 허용 또는 통일 주도권의 포기로 비칠 수도 있다. 지금 김정일이 서울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힘은 이곳이 수도이고 수도를 공격하면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수도란 점에 對北 전쟁 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념무장이 제대로 된 후보라면 이런 점을 지적해야 하
는 것이다.
李會昌 후보가 좌우대결을 회피하고 좌파에 영합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약60%로 추정되는 우파 진영에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李會昌 후보에 실망한 세력은 허무적으로 변하여 부동층으로 흐르든지 盧武鉉 후보쪽으로 기울고 있다. 李會昌 후보에 절망했지만 그래도 盧武鉉 후보의 집권을 저지하는 것이 선결문제라고 보는 사람들은 李會昌 후보에 대한 배신감을 감추려 하고 있으나 그들의 士氣는 크게 떨어졌다. 이회창 후보를 꼭 지원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李會昌 후보가 이념대결로 갔더라면 결집시킬 수 있었던 우파 진영이 내부적으로 일대 혼란에 빠짐으로써 이회창 지지율은 마의 35-36%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李會昌 후보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우파 진영의 다급함이 확산되는 일이다. 李會昌 후보가 불리하다는 사실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우파, 기성세대층이 발벗고나서서 자녀들, 후배들, 직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펼치는 장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설득의 결과는 여론조사에서보다는 투표장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李會昌후보가 선거전에서는 지고 투표에서 이긴다면 그것은 한국 사회 주류층의 봉기 때문일 것이다.
***집토끼, 산토끼, 그리고 이회창 전략: 2002/12/8(일) 23:23**
한국 사회의 이념 지도는 월간조선의 정기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할 때 대강 이러하다. 우파세력, 즉 대한민국 수호세력은 약60%(이들은 여론조사에서 김정일은 惡이라고 대답한다). 김정일 추종세력은 약10%(이들은 여론조사에서 김정일이 善이라고 대답한다). 중도좌파가 약30%(이들은 김정일이 악인지 선인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김대중 집권 5년동안 약80%에서 약60%로 줄어든 우파세력중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은, 잘 무장된 反김정일 우파세력은 약30%이다. 이 30%는 예컨대 "부산아시안게임 입장식 때 태극기를 포기하고 한반도기를 들고 들어간 것이 잘한 일인가 못한 일인가"라고 물었을 때 "말도 되지 않은 짓이다"라고 확실하게 대답하는 이들이다.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을 악의 축이라고 발언했다.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찬성한다"고 나오는 것이 이들 30% 세력이다.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의 고정표는 항상 35% 정도로 나오는데 이들이 바로 핵심 우파세력 약30%인 것이다. 이들은 이회창 후보의 최근 행보에 대해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자녀들이나 후배들을 만나면 [그래도 이회창을 찍어야 한다]라고 매달리는 이들이다. 60% 우파세력중 나머지 30%는 이념무장이 안되어 있어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이들이다.
최근 이 그룹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로 많이 넘어가는 경향이 보인다. 이회창 후보 진영에서는 비록 소수이지만 이들 흔들리는 30%의 우파진영을 먼저 결속시킨 다음 여유가 있으면 30%의 중도 좌파표를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다수는 우파 표는 자동적으로 이회창 쪽으로 올 것이니 30%의 중도좌파 표를 얻어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회창 후보는 이 후자 편에 서서 반미시위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는 것 같다.
이회창 후보가 우파의 집안단속을 확실히 하지 못한 형편에서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아가 좌파 표를 쫒아다닌 지 1년이 넘었지만 그의 지지율은 35%를 돌파하지 못했다. 이는 산토끼 잡이에는 실패했고 오히려 문을 열어둔 탓에 집토끼가 달아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낳게 한다.
이회창 후보가 좌파 표를 얻기 위해서 신경을 쓰다가보니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주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이념대결이 희미해졌다. 이는 우파 지지층의 염원을 무시하는 것이다. 우파인사들은 이번 선거에서 역사관, 대북관, 김정일관, 통일관, 한미관계 등을 놓고 좌우파가 정면대결을 벌려 국가의 진로를 선택하기를 바랐다. 이회창 후보가 그런 정면대결을 피하는 바람에 좌우 구도는 성립되지 않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싸움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니 흔들리는 우파 30%는 그에 대한 애정이나 신뢰감을 상실하고 노무현 후보쪽으로 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지지세력의 상당부분은 "김정일은 善이다"(10%) "김정일이 선인지 악인지 모르겠다"(30%)라고 대답한 사람들일 것이고 여기에 "김정일은 악이다"(60%)라고 대답한 사람들 가운데 우파 이념 무장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가세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며칠 사이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우파세력이 긴장하여 나름대로 운동을 펴고 있다. 많은 50대, 60대 기성세대는 자녀들, 직원들을 상대로 이회창 지지를 설득하고 있다. 50대와 60대가 20, 30대를 상대로 펼치는 자발적인 득표활동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특히 한 집안에서 동거하는 경우가 많은 50대와 20대 사이에서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지 궁금할 뿐 아니라 이것이 이번 선거의 결정적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 20대는 대학생이거나 군대에 가 있거나 직장에 다닌다. 대다수는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어 부모의 설득이 먹혀들 수 있는 관계에 있다. 이번 선거는 가정 안의 토론을 통해서 승부가 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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