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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걸프전은 '1조 달러 석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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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걸프전은 '1조 달러 석유전쟁'

<전문가 진단> "그러나 석유 위해 피 흘려야 하나"

다음은 미국의 진보적 시사주간지 <네이션> 10월 7일자에 실린 '석유가 전쟁을 부르다(Oiling the Wheels of War)'의 주요 내용이다.

필자 마이클 클레어 교수는 이 글에서 미국의 대외석유의존도 심화, 기존 공급원인 사우디의 정치적 불안정, 이라크의 방대한 석유자원, 부시행정부 최고위 관리들과 미 석유기업과의 유착관계 등이 이라크 공격의 중대한 요인이라면서 그러나 석유를 얻기 위해 애꿎은 이라크 국민과 미국 병사의 피를 흘려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다가올 제2걸프전과 석유자원간의 관계를 가장 명료하게 드러낸 글이라는 점에서 이 기사를 소개한다. 클레어 교수는 뉴햄프셔대 '평화와 세계안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네이션>의 군사전문기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편집자

***'석유가 전쟁을 부르다(Oiling the Wheels of War)'/네이션 10월 7일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해 오면서 아직도 풀리지 않은 중대한 의문이 하나 있다. 지난 11년간 미국이 성공적으로 봉쇄해 온 이라크 정권을 이제 와서 굳이 타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걸까?

백악관은 후세인이 핵무기 획득 일보 직전에 있다면서 이라크의 핵 및 생화학 무기가 국제테러리스트에게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이라크를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성면에서 이에 결코 뒤지지 않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석유다.

석유와 관련하여 두가지 생각이 현 부시행정부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 하나는 미국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미국은 갈수록, 더욱더, 위험할 정도로 외국 석유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하나는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석유자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석유에의 의존도 심화라는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2001년 5월 백악관이 발표한 <국가에너지정책보고서>에서였다. 체니 부통령의 주도에 의해 작성돼, 일명 <체니보고서>로도 알려진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현재 미국에서 소비된 석유의 절반이 수입석유였으며 2020년이 되면 그 비율이 3분의 2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알래스카 야생생물보호지역 내의 유전 등 미국내 석유자원 개발이 거론되고 있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 미국의 석유소비를 충당해 줄 수 있는 지역은 걸프지역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걸프지역만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미국의 석유수요를 총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걸프지역의 석유자원에 대한 접근권 확대를 최우선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미국에 대한 석유공급국이었던 사우디의 정치적 불안도 한 요인이 됐다. 9.11테러에 사우디 출신 극단주의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미국으로서는 사우디를 대신할 공급원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정치적 불안정이 사우디의 석유 감산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적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를 대체할 공급원으로 일부 전략가들은 러시아, 또는 카스피해 연안국가들(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가 무너질 경우 그 부족분을 '실질적으로' 채울 능력을 가진 나라는 이라크밖에 없다. 러시아의 석유매장량이 4백90억 배럴, 카스피해 국가들은 1백50억 배럴에 불과한 반면 이라크는 1천1백20억 배럴이나 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이라크 석유자원을 확보할 경우 석유를 무기로 팔레스타인을 도우라는 사우디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유가 조작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 석유전략가들이 군침을 삼키게 하는 또다른 이라크의 매력이 있다. 사우디의 주요 유전들은 이미 충분히 탐사돼 매장량 규모가 밝혀졌다. 반면 이라크에는 아직도 탐사되지 않은 방대한 유전후보지역들이 있다. 어쩌면 아직도 탐사되지 않고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지구상 최대의 석유보고일지도 모른다.

알래스카나 아프리카, 카스피해 등의 미개발유전보다도 이들 이라크 미개발 유전의 석유매장량이 훨씬 많다. 이라크의 이들 유전지역을 손에 넣는 자는 21세기 국제에너지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사담 후세인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동맹세력을 만들기 위해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의 석유기업들에게 이라크에서 가장 전망 좋은 유전의 개발권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01년판 <세계에너지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후세인이 외국기업에 개발을 허용한 석유자원의 규모는 자그마치 4백40억 배럴에 이른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노르웨이(유럽 최대의 산유국이다)의 석유매장량을 합친 것과 같은 규모다. 현 국제유가 시세인 배럴당 25달러를 적용하면 금액으로는 1조1천억 달러에 이른다.

부시행정부가 이라크 공격을 고집하는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후 신정부를 이끌어가기로 워싱턴과 약속이 된 이라크 반체제세력들은 후세인 타도에 협조하지 않은 나라들의 석유기업에 대해서는 이전의 모든 석유관련 계약을 파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국민평의회(INC: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반체제세력들의 연합기구) 런던사무소의 대표는 최근 "우리는 모든 기존 계약들을 재검토할 것"이라면서 신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은 과거 후세인과의 계약은 무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신정부에 의해 무효화된 수많은 계약들이 미국 석유기업들에게 돌아갈 것은 불문가지다.

이는 아마도 근대 역사상 최대규모의 석유자원 확보가 될 것이다. 미 석유기업들은 수천억달러 규모의 석유개발 계약을 따낼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의 미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상당수 미 석유기업들은 현 부시행정부의 고위관리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의 석유가 수많은 미국 병사들과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의 피를 흘려야 할 만큼 가치가 있는 걸까? 이것이야말로 미 의회가 이라크 공격의 득실을 따지는 정직한 논의를 통해 반드시 점검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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