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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쿠데타 계획 사전에 알고 있었다"

미, 석유금수 동참 막기 위해 쿠데타 부추겨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4월의 쿠데타를 조기 무산시키고 권좌에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쿠데타 음모를 사전에 제보받고 이에 대비했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해부터 차베스 축출을 검토해 왔던 미국이 지난 4월 반정부세력의 쿠데타를 부추긴 것은 당시 이라크 등의 석유 수출금지 조치에 차베스 대통령이 동참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13일, 이날 밤 10시 30분(한국시간 14일 새벽 6시 30분) 방영된 BBC 방송의 '뉴스나이트'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은 쿠데타 발생 수일 전 석유수출국기구(OPEC) 알리 로드리게스 사무총장으로부터 쿠데타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로드리게스 OPEC 사무총장은 지난달 초 차베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쿠데타에 대비한 사전준비를 하라고 경고했다. 로드리게스 사무총장은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좌익 게릴라 활동을 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는 OPEC의 주요 회원국이다.

로드리게스 사무총장은 차베스에게 이라크와 리비아 등 몇몇 아랍국가들이 팔레스타인 사태와 관련해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새로운 수출금지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수출금지조치 동참을 막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된 쿠데타 모의의 실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로드리게스는 총파업이 예정됐던 지난 4월 11일이 쿠데타 거사일이 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베네수엘라는 1973년 아랍국가들에 의해 주도됐던 석유수출금지 조치를 막대한 석유 저장량을 이용해 무산시키는 등 미국의 충실한 우방이었으나 차베스가 집권한 이후에는 그동안 무력했던 OPEC를 활성화시켜 국제유가를 올리는 등 미국에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BBC의 보도는 4월 12일 페드로 카르모나와 군 장성들이 주도했던 쿠데타 발발 이틀 만에 어떻게 차베스 대통령이 유혈사태 없이 신속하게 권력을 되찾을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지금까지는 왜 스스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던 페르모나와 군 지휘자들이 발포 한번 없이 쿠데타를 포기했는지가 미스테리로 남아있었다.

그 해답은 (차베스 축출 후) 수백명의 친 차베스 군 병력이 대통령 궁인 미라플로레스의 비밀통로에 숨어 있었다는 차베스의 한 측근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차베스의 측근이며 국회의원인 후안 바레토는 차베스가 쿠데타군에 의해 대통령궁에 연금 상태에 있을 때 그와 함께 있었다. 바레토는 차베스에 충성하는 호세 바두엘 공정부대장에게 카르모나가 대통령궁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궁에 잠복해있던 바두엘 부대장은 이후 카르모나가 미라플로레스궁에 입성하자 그에게 전화를 걸어 카르모나도 축출된 차베스와 마찬가지로 포위된 상태임을 밝히고 24시간 이내에 차베스 대통령을 돌아오게 하라고 경고했다.

대통령궁인 미라플로레스로부터의 도피는 카르모나에게 불가능했다. 대통령궁은 이미 수십만명의 차베스를 지지하는 시위대로 에워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로드리게스 OPEC 사무총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후 (석유 금수조치 동참과 관련해) 부시 행정부를 안심시켜 쿠데타를 회피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베네수엘라는 새로운 석유수출금지조치에 참여하거나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차베스는 OPEC를 활성화시키고 베네수엘라의 석유생산량을 감축해 원유가가 배럴당 20 달러 이상으로 폭등하는 원인을 제공함으로써 이미 미국의 분노를 샀다.

반면 차베스 반대파는 미국에게 그들은 OPEC 생산량 제한에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며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인 엑슨모빌 등의 외국계 석유회사에 두배의 로열티를 물리겠다는 차베스의 계획을 파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4월 8일과 9일 이라크와 리비아가 주도한 시한부 석유 수출금지조치에 미국 정부가 크게 당황했다는 사실은 왜 미국이 비밀도 유지하지 못한 채 서투르게 베네수엘라 쿠데타 시도를 지원했었는지를 설명해주는 근거가 된다.

차베스 대통령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두명의 미군 장교가 쿠데타 공모자들의 본부에 들어왔던 시각과 나간 시각을 기록한 증거를 갖고 있다. 또 그들이 만난 사람들의 명단과 그들이 했던 말 등을 담은 비디오테이프와 사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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