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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美 정책 잘못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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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美 정책 잘못 있을 수도"

24일 英 강연회서, 체포ㆍ심문 요구는 거부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24일 자신의 공직 재직시에 미국 정부가 베트남전 및 칠레 쿠데타 등과 관련하여 "잘못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

전쟁범죄자 혐의로 남미ㆍ유럽의 사직당국 및 인권운동가들의 체포 요구에 직면해 있는 키신저는 이날 영국 런던의 경영인연구소(IoD) 강연 도중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나 수천건의 사안 하나하나를 30년이 지난 이제 와서 기억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문제를 법정에서 다루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고 영국 신문 가디언은 전했다.

이날 강연 장소인 런던의 로얄 앨버트 홀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전범 체포" 등을 외치며 키신저의 체포를 요구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키신저는 "어느 누구도 자신이 봉직한 행정부가 잘못(mistakes)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결정들은 51 대 49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은 매우 높다(quite possible). 문제는 30년전 일의 잘잘못을 가리는 데 법정이 적절한 장소인가 하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칠레 스페인 프랑스 등 각국 판사들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영국을 방문중인 키신저에 대한 심문 또는 체포 요구는 모두 영국 당국에 의해 거부됐다. 키신저 체포를 요구했던 영국의 인권운동가 피터 타첼은 이날 아침 10분간의 법정 청문회에서 자신의 체포 요구가 거부됐다고 밝혔다. 타첼은 지난 70년대 베트남전을 통해 수백만 양민을 "죽거나 부상하게" 한 책임을 물어 키신저를 체포하라고 요구했었다.

이에 앞서 스페인 발타자르 가르손 판사의 키신저 심문 요구도 영국 내무부에 의해 거부됐다. 가르손 판사는 지난 1999년 칠레의 전 독재자 피노체트를 반인륜 범죄 혐의로 기소, 영국에서 체포케 했던 장본인. 그는 지난 70년대 남미 군부독재자들이 반체제 인사들을 제거하기 위해 자행한 '콘도르 작전'에 관해 키신저를 심문하게 해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청했었다.

한편 인권운동가 타첼은 키신저를 법정에 세우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오늘이 마지막은 아니다. 나는 키신저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그는 닉슨 행정부의 안보보좌관으로서 미 전쟁정책의 핵심 입안자였다. 그의 전쟁정책으로 베트남과 캄보디아인 3백만명이 죽고 다치거나 고향을 떠나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키신저의 범죄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들은 정의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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