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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보육 지원 중단 사태, 누구 책임인가?

[복지국가SOCIETY] 정부, 지자체 복지 부담 재검토해야

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지난 8월 31일을 기점으로 서울시의 무상 보육 관련 예산이 소진된 것이다. 9월 보육지원금 지급일이 20여일 남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아직 사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서울시의 보육료 지원 중단은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이미 지난달부터 서울시내 대형 빌딩 옥상의 전광판에는 무상 보육 중단을 경고하는 서울시의 광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시내버스에서는 무상 보육 중단을 우려하는 차내 광고가 반복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골목마다 '무상 보육 중단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25개 구청장들이 내걸은 1만여 개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무상 보육 중단을 서울시 탓으로 전가하는 새누리당의 플래카드도 옆자리에 걸리기 시작했다.

이미 서울시가 경고하였고, 정치권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책 없이 무상 보육이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에도 이와 유사한 사태가 있었다. 당시에 정부는 추경을 통해 보육 예산을 배정하였고, 무상 보육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당시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약속하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일이 재연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무상 보육, 선거를 통해 쟁취한 민주주의의 성과물

무상 보육은 2004년 참여정부가 처음 시작하였다. 보육에 대한 국가 지원을 확대하면서 그 동안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한 국공립시설에만 지원되던 예산이 나머지 90%인 민간시설들에까지 확대되었다. 보육에 대한 국가 지원이 이렇게 확대된 것은 첫째, 한국은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이기에 출산 기피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인 보육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절실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OECD 국가 중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0% 수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기에 보편적 복지 서비스의 하나로 보육 지원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정치권이 보육 지원 확대가 표가 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2010년 지방 선거에서 무상 급식이 화두가 되었고, 이후 서울시의 무상 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향한 국민들의 의사가 선거를 통해 반영되기 시작하였다.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다가 서울시장 자리까지 내준 경험을 한 한나라당은 2011년 연말에 다음해의 선거를 앞두고 초등학교 의무교육의 연장선상에 있던 만 5세 누리과정을 2012년부터 0-2세까지 확대하였다. 뒤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후보와의 협의 이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만 5세 누리과정을 만 3-4세까지 추가로 확대하기로 발표하였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들에게 지급하는 양육 수당도 2013년부터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전 계층으로 확대되었다. 그야말로 무상 보육이 시작된 것이다.

▲ 오세훈 전 시장 시절인 2010년 12월 21일 서울시가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무상 급식 반대 광고

육아 지원 정책의 초기에는 소득계층별로 지원율과 대상을 구분하여 우선 저소득계층에만 지원하였으나 점차 대상이 확대되면서 관련 예산도 해마다 늘어나 이제 연간 10.7조 원 규모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무상 보육이 확대되었던 것은 보육에 대한 국가 지원이 시대적 요구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시대적 요구가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투표로 반영되면서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부자 감세로 5년간 96조 원을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에게 몰아주고, 4대강 개발로 22.4조 원을 건설업자들에게 퍼주었지만, 2010년 지방선거로 약 2.5조 원의 무상급식 예산이 학부모에게 돌아가고, 보육료 지원으로 연간 약 10조 원이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에 돌아가게 되었다. 따라서 무상 보육은 선거의 승리를 통해 국민들이 쟁취한 전리품이다.

서울시 보육 재정 고갈 사태는 정치권의 무능 때문

지난해에 이어, 다시 보육료 지급 중단 위기를 초래한 원인은 정치권의 무능과 행정부의 직무 태만 때문이다. 이미 중앙 정부의 정책에 따라 지방 정부의 부담이 커지는 부분은 정부가 보육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할 당시부터 예견되었다. 무상 보육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차례로 늘어난 중앙 정부의 예산과 달리 지방 정부의 예산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 없이 단기적으로 부족 부분을 매워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에 2013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당시 이미 문제가 된 무상 보육에 대한 지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비비와 특별교부세를 활용하여 총 5607억 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2011년 5474억 원 수준이던 관련 재정 소요가 소득 계층의 차등 없이 0세부터 5세까지 지원하기로 한 2013년에는 이보다 두 배나 증가한 1조656억 원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정부의 추가 지원 예산 중 1355억 원이 지급되어도 정부 정책으로 늘어난 서울시의 부담금 3708억 원의 부족분을 채우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하여 통과시킨 법안을 9개월째 법사위에서 붙잡고 있는 것은 국회의 무능력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자격으로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의 간담회(2013년 1월)에서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 단위 사업은 중앙 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라고 하면서 중앙 정부의 재정 지원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서울시의 재정 부족이 현실화된 것은 지방정부에 대한 국고 보조율을 정하는 권한을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복지사업에 대한 국고 보조율은 '보조금 기본법'에 따라 기획재정부에서 장관의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보육정책에 대한 서울시의 분담률이 타 시·도에 비해 너무 높은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보육 사업에 대한 국비와 지방비의 분담률이 통상 50% 수준인데, 2006년도부터 서울시만 80%를 분담하도록 한 것이 오늘날 서울시의 재정 부담이 커진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기재부의 관련 실장에서부터 차관, 그리고 법사위에 직접 출석한 부총리까지 나서서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였음에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는 것은 결국 정부의 직무 태만 때문이다. 법사위에서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을 묶어두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보육료를 필두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재정 분담이 개별법에서 정해지는 것이 관례화되어 각종 복지 사업으로 인한 예산 증가가 기재부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을 우려한 부처 이기주의의 소산이기도 하다.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 통과시켜야

서울시는 중앙 정부가 약속한 추가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9월부터는 보육료를 지급할 수 없으며, 지난해 연말 이후 새로 추가된 정책으로 인해 대상자가 늘어나 이미 배정된 예산을 지급 받더라도 10월 이후에 다시 보육 예산 고갈 사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사안이 엄중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 대책은 정치권이 보육 재정 부담률에 대한 밀고 당기기를 당장 중지하고, 조속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관련 법률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정부는 이미 확보된 서울시에 대한 보육료 지원분을 지급해야 한다. 서울시 측의 추경 여부는 중앙 정부가 책임질 일이 아니고, 서울시가 담당할 일이다. 둘째, 서울시 의회와 서울시도 시급하게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부족한 예산을 확보하여 서울시에서 무상 보육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현재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는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이미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법안의 작구 심사만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는 법사위에서 9개월 동안 붙들고 있는 것은 해당 상임위를 무시하는 월권행위일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국회의장 직권으로라도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본회의 투표를 통해 각 당의 입장과 개별 국회의원들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무상 보육에 대한 입장으로 내년 지방 선거에서 불리해지는 것이 두렵거나, 이번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으로부터 심판 받는 것이 두렵다면, 지금이라도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 2014년 정부 예산안에 무상 보육 예산에 대한 지방비 지원 방안이 빠져있을 경우 새누리당은 보육료 지급 중단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며, 민주당은 비교섭단체 의원과 협의하여 당론으로 법사위(위원장 박영선)에 계류되어 있는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 통과를 강행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지자체 복지 역할 분담 재검토해야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중장기적인 근본 대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지방의회, 그리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만드는 등, 지방 정부의 재정이 소요되는 법안에 대한 지방 정부의 의견수렴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국회에서 지방 정부의 재정이 소요되는 법안을 제정할 때에는 지방 예산 추계를 명문화하거나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둘째, 각종 복지 사업에 대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역할 분담 재검토 논의를 시작하여야 한다. 이에는 징수 및 배분을 중앙 정부가 담당하는 기존 국세 중심의 세제에서 지방 정부가 일정 비율 참여하는 세원 재배분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검토를 포함해야 한다. 실제로 스웨덴의 경우, 초기에는 중앙 정부가 모두 부담하다가 제도가 정착된 이후에는 중앙과 지방 정부가 각각 45%씩 분담하였으며, 누구의 잘못으로도 보육료 지원 지연을 못하도록 법에 명기하고 있다.

셋째, 중앙 정부의 보육 예산 지원 확대와 더불어 보육에 지급되는 국가의 예산 규모에 비해 학부모들의 체감도가 낮은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것은 실제로 각종 복지 사업을 집행하는 지방 정부의 권한과 책임이 미미하기 때문이므로, 법정 보육료 외에 학부모로부터 걷는 추가 부담금에 대한 지방 정부 처벌 권한 부여, 중앙 정부의 보육기관 평가 인증 권한 이양 및 지방 정부의 동시 평가, 기준 이하 시설에 대해서는 퇴출 구조 도입 등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지방 정부가 집행하는 예산이 국가 재정의 57%나 되지만 중앙 정부의 지침에 따라 단순히 지출만 할 뿐이고, 지방 정부의 권한과 책임은 너무 미약한 실정이다.

▲ 서울시구청장협의회가 지난 6월 27일 국회에서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인 영유아 무상 보육 사업의 지속 추진을 위하여 국회에서 의결된 지방지원금 5607억 원의 조건 없는 즉각 지원과 영유아보육법 6월 임시국회 개정 등 약속 이행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기자회견을 했다. ⓒ연합뉴스

최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014년 예산에서 무상 급식 관련 예산을 전면적으로 삭감하여 지난 2010년 지방 선거와 서울시 주민투표에 이어 다시 무상 급식이 쟁점이 되고 있다. 또한 이미 지난 4.1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없자 지방 정부의 주요 세원인 부동산 취득세를 영구히 감면하는 것이 예정되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는 이에 상응한 규모의 지방 세수 감소에 대한 대책 없이는 중앙 정부의 정책 추진을 거부하기로 예정하는 등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의 역할 분담에 대한 합의가 앞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상 보육과 마찬가지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매칭으로 지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의 경우도 설사 지급 대상을 축소하더라도 전체 노인 인구의 증가로 현 정부의 마지막 년도인 2017년이면 기초연금의 대상이 전체 810만 명이나 될 전망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재정 규모가 최소 연간 10조 원 수준을 상회할 전망인 바, 이에 따른 지방 정부의 부담 증가는 연간 5.8조 원이나 되어 지방 정부들에 또 다른 재정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난 2012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보았듯이, 복지국가의 확대는 시대적 요구이므로 구체적으로 복지국가 정책에 대해 행정 체계와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는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이번 정기 국회부터 시작하여 무상 보육뿐만 아니라 무상 급식과 기초노령연금 등 급속히 확대되는 보편적 복지 정책들에 대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의 역할 분담 방안을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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