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이날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8명과 삼성전자 LCD 공장 노동자 2명의 암 등에 대해 산재를 신청했다.
산재 신청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다가 뇌종양에 걸린 이 모(여·30) 씨, 유방암에 걸린 김 모(여·33) 씨,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손 모(남·54) 씨 등 삼성 반도체 노동자 8명과 유방암에 걸린 조 모(여·26) 씨와 폐암에 걸린 이 모(여·27) 씨 등 삼성 LCD 공장 노동자 2명이다.
질병별로 보면 유방암 4명, 뇌종양 1명, 융모상피암 및 난임(불임) 1명, 갑상선암 1명, 폐암 1명, 백혈병 2명 등이다.
▲ 반올림이 23일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에서 일한 노동자 10명에 대한 산재를 신청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3년간 일한 이 모 씨는 '산재 승인' 1심 소송이 진행 중인 고(故) 이윤정(32) 씨와 같은 고온 테스트 공정에서 일했으며 고인과 같은 병인 뇌종양을 앓고 있다. 반올림은 특히 이 공정 출신 뇌종양 발병자가 제보된 것만 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삼성 LCD 천안공장에서 일했다가 유방암에 걸린 조 모 씨는 재생불량성빈혈에 걸렸다가 지난 5월 산재를 불승인받은 고(故) 윤슬기(31) 씨와 같은 공정에서 일했다. (☞ 관련 기사 : 삼성병원 의사가 '삼성 직업병' 산재 신청 심사 논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했다가 유방암에 걸린 박 모(40) 씨와 갑상선암에 걸린 이 모(37) 씨는 1심에서 산재 승인을 받은 바 있는 고(故) 이숙영(30) 씨와 같은 3라인에서 일했던 동료들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2011년 6월 고(故) 황유미 씨와 고(故) 이숙영 씨의 백혈병이 산재라고 판결한 바 있다. 황유미 씨와 이숙영 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의 같은 공정에서 맞교대로 일했다가 둘 다 같은 병인 백혈병에 걸려 숨졌다.
이번 집단 산재 신청 결과, 전자산업에 종사했다가 희귀병에 걸려 산재를 신청한 사례는 기존 29건에서 39건으로 늘어났다. 반올림이 집단 산재 신청을 한 것은 2008년 이래 다섯 번째다.
그밖에도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했던 김 모(여·35) 씨의 난임(불임)에 대해서도 산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의 여성 노동자의 난임 문제로 산재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올림은 "산재 신청자 가운데 고인인 1명을 제외한 여성 노동자들은 주로 20-30대에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등이 발병했고 여전히 투병하면서 생계 문제로 고민 중"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이 더는 아픈 피해자들에게 증거를 요구하지 말고 신속하게 산재를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올림은 또한 "반도체 노동자의 뇌종양 위험이 일반 인구보다 높게 나타나고, LCD 출신 노동자들의 암과 희귀 질환 피해가 늘고 있다"며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가 반도체·LCD 노동자들의 뇌종양 위험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고, LCD 공장 작업 환경의 유해 요인에 대한 정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반올림과 삼성일반노조 등은 이날 오후 7시 30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황민웅(31) 씨의 8주기를 맞아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를 신청하는 반올림 회원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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