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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일가의 '보물섬' 애용, 이렇게 막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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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일가의 '보물섬' 애용, 이렇게 막으면 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뉴스타파> 폭로 이후 우리가 할 일

<뉴스타파>가 7차에 걸쳐 조세 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이제 조세 도피 문제에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해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한다. 누구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홈페이지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한국을 주소지로 기재한 사람과 법인 이름 등 기본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장기전으로 들어간 조세 도피처 공방

MB 정권 시절 해직된 언론인을 중심으로 출범한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지난달 22일 처음으로 해외 조세 도피처에 서류상 회사를 세운 한국인 명단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OCI 이수영 회장 부부, 대한항공 조중건 전 부회장의 부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 등 31명의 이름이 공개됐다. 폭로는 이제 장기전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이고, 남은 것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자,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글에서는 문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제도적 해결책을 제시해 보려 한다.

▲ 5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세청 앞에서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와 민변 등 단체 회원들이 조세 피난처를 이용한 기업인 등에 대한 세무 조사를 실시하고 강력히 처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세 도피처, 몇몇 섬나라만의 이야기일까?

<뉴스타파>의 이번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유영 박사가 번역한 <보물섬>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는 조세 도피처 문제가 단순히 섬나라에 몇몇 부자가 돈 묻어둔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국적 기업이 조세, 금융 규제, 형법, 상속 규정 등 사회에 살고 사회에서 혜택을 받음에 따라 지켜야 할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경로가 바로 조세 도피처라는 것이다. 조세 도피처는 다국적 자본이 보물을 묻어두고 자국에 들어오지 않음으로써 사회의 규율을 비열하게 피해가는 보물섬인 셈이다. 이 책에서 문제로 지적하는 조세 도피처에는 섬나라들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 등 금융 선진국이 포함되어 있다.

조세 도피처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조세 도피처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기업들이 비용은 세율이 높은 곳에 전가하고 이익은 조세 도피처로 빼돌려 사실상 세금을 포탈하기 때문이다. 조세 도피처 악용은 해외라는 점에서 아무나 활용하기 어렵고 방법도 상당히 복잡해서 비싼 전문가 그룹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윤리적으로 더 큰 비난을 받아 마땅한 부유층의 탈세 기법이다.

도로, 경찰과 국방 서비스, 각종 행정 서비스, 외국과 교역 등에서 국가 인프라 혜택을 누가 가장 많이 받겠는가? 부자들, 핵심 기업들이다. 어느새 탈세마저도 양극화되었음이 드러났다.

조세 도피처에 세운 외국 법인이 부동산을 사고 주식을 사는데, 그 많은 돈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각종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일개 부동산 상속 문제를 넘어서 거대 기업 경영권 상속 고리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이 손실은 해외 자회사에 떠넘기고 실제 이익은 조세 도피처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로 빼돌리기도 하는데, 이러한 이익은 기업 총수인 재벌의 개인 쌈짓돈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커서 주주와 노동자들의 손해로 이어진다.

정치 비자금의 경우,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조세 도피처에 세운 기업에 묻어두었다가 어떤 식으로든 국내에 다시 들여와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정치 비자금은 돈 선거 자금이 되어 공정한 정치 경쟁을 방해한다. 거시적으로는 국제적 투기국의 문제, 북반구 선진국과 남반구 개발도상국 간의 빈부 격차로 인한 남북 문제로 부도덕하게 조성된 자금이 국경을 넘나들며 금융 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위기를 가져온다. <뉴스타파>의 문제 제기를 몇몇 개인에게 과세하는 정도로 끝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유형별 해법이 필요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국내법과 조약을 점검해서 해외 재산을 파악할 수 있는 제도를 재정비하는 것에서 시작하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언론이 폭로하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국외에 계좌를 두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 중 미신고자는 두 유형이 있어 각각에 대한 대응이 달라야 한다. 어떤 당근을 제시해도 아예 납세할 의사가 전혀 없는 부류(지하 경제, 재벌과 정치인의 비자금의 경우)와 납세할 의사는 있지만 다른 이유로 하지 않은 부류(남들 다 신고 안 하니까, 이제와 신고해서 받을 불이익이 두려워서, 왜 나만 신고하나 등)이다.

첫 번째 납세 의사가 전혀 없는 재벌과 정치인 부류에 대해서는 국제정보교환협정이 중요하다. 국세청이 정보를 입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를 입수한 뒤에는 미신고 행위에 대해 엄벌에 처해야 하고 역외 탈세 행위에 대한 탈세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두 번째 부류는 주로 중소형 기업이나 해외와 국내를 오가며 생활하는 개인일 것인데 이들에 대해서는 우선 자발적 신고를 유도해야 한다.

결국 '조세 정보 확보'가 문제이다. 조세 도피처의 재산 정보 확보의 성공은 자진 신고 유도를 위한 효과적 제도를 구비해 뒀는지 여부와 신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 국세청이 그 조세 정보 확인 능력을 구비하는지 여부, 이 두 가지에 달려 있다.

조세 정보 협정, 제대로 맺어야

세금을 줄이기 위해 다른 국가나 지역을 이용한 사례는 세금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말이 있다. 과거 조세 도피처를 이용한 조세 회피 행위는 효과적이고 합법적인 절세 방안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 들어 다국적 기업이 적극적으로 조세 도피처를 악용하고 조세 경쟁의 부작용이 세계화와 함께 빠르게 확산되는 한편, 1998년과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각국 정부에 부족한 세수 확보가 중요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제 조세 도피처는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가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하는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OECD는 이 문제를 최초로 다룬 1998년 보고서(Harmful Tax Competition-An Emerging Global Issue)에서 각국이 해야 할 일을 제시했다. 먼저 국내 입법에서는 외국 법인에 대한 대항 세제 및 외국 투자 펀드 입법 조치와 국제 거래 보고 및 은행 정보 접근 확보 등을 규정할 것을 제시했다. 조약 측면에서는 정보 교환 강화와 국제적 협조 집행 프로그램의 실시 및 징수 공조 등을 조세 조약에 편입하는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세 번째로 포럼 설치, 조세 도피처의 목록 작성, 비가맹국과 대화 촉진 등의 국제 협조 강화 분야 항목들을 제시했다.

2002년에는 'OECD모델 TIEA', 즉 모델 조세 정보 교환 협정(Tax Information Exchange Agreement; TIEA)이 발표되었다. 구속력은 없지만 대부분 OECD 국가 간 맺는 TIEA는 이를 기초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6년 OECD 서울 선언에서 적절한 법률적 수단을 통해 조세 회피 기법을 적발하고 다른 국가에서 사용된 전략의 확산 방지를 위한 정보를 공유할 것과 조세 조약상 정보 교환의 강화, 정보 교환에 장애가 되는 실무적 어려움 제거, 필요한 경우 역외 금융센터와 정보 교환 협정 체결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5월을 기준으로 80개 국가와 정보 교환 조항을 포함한 조세 조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2개 조세 도피처와 조세 정보 교환 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3개 조세 도피처와 조세 정보 교환 협정에 서명했으며, 12개 국가(지역)와는 가서명했다.

그러나 최근 박원석 국회의원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5월 말 조세 정보 교환 협정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하마, 바누아투공화국의 경우 한국인의 투자가 거의 없거나 다른 조세 도피처에 비해 미미했다고 한다. 반면 조세 도피처 중 투자 잔액 상위 국가인 버뮤다는 지난해 1월 협정 서명을 마쳤으나 아직 발효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고, 조세 도피처로 유명한 케이먼제도 역시 2010년 3월 가서명했을 뿐이다. 투자 잔액 비중이 가장 큰 조세 도피처인 말레이시아와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인 전재국 씨가 비밀 계좌를 개설한 국가인 싱가포르를 대상으로 한 조세 조약 개정 절차도 완료되지 않았다. 게다가 역외 금융의 중심지인 홍콩과는 조세 정보 교환 관련 협정 조약이 체결되지도 않았단다.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는 각국과 조세 정보 교환 협정을 체결하고 개정 작업을 완료하는 데 속력을 내야 한다.

국내법은 문제가 없나

국내법은 문제가 없을까? '국제 조세 조정에 관한 법률'이라는 조세 도피 방지 관련법이 있다. 국제 거래를 한 경우 외국과 우리나라에 이중으로 납세를 하는 이중 과세를 방지하고, 국제 거래임을 악용하는 조세 회피자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 법에서는 조세 도피처를 법인의 부담 세액이 실제 발생 소득의 15% 이하인 국가 또는 지역으로 규정하고 내국인이 해외에 금융 계좌를 보유하고 1년 중 어느 날이라도 그 잔액이 10억 원이 넘으면 다음 연도 6월에 세무서에 계좌 보유자 성명, 주소, 계좌 번호와 금융 회사명, 계좌의 실소유주를 신고하게 한다.

그러나 역외 탈세에 대한 적발과 과세가 미미하고 의식이 낮아 자발적 신고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미신고자에 대한 과태료도 너무 낮다. 해외 계좌 중 미신고 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해야 10%의 과태료를 부과할 뿐, 20억 원에서 50억 원까지는 7%, 20억 원 미만은 불과 4%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미신고 금액이 50억 원을 넘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미신고 금액 10%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둘을 동시에 부과할 수도 있다.

일단 탈세 혐의가 드러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상당히 무겁게 처벌하고 5억 원이 넘으면 그 포탈세액 등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조세 포탈 처벌은 무거운 편이다. 그런데 탈세를 잡으려면 일단 계좌가 있는지 정보가 필요한데, 미신고자에 대한 과태료는 너무 솜방망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2007년 2월 제출한 조세 도피처 악용 방지 법안(Stop Tax haven Abuse Act)에 의하면 조세 도피자의 경우 최대 벌금을 부정 이득의 150%까지 올리고 해외 보유 주식을 숨긴 경우 미국 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면 최대 100만 달러까지 벌금을 높이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도 일단 특정 위원회나 TF를 두어 그의 결정으로 '해외 자산 일제 신고 기간'을 제시하고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홍보한 뒤, 신고자에 대한 그 이상의 세무 조사나 형벌, 가산세를 감면해주는 대신 그간 안 낸 세금은 내게 하는 방법을 대대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자진 신고를 꺼리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자진 신고를 계기로 이어질 세무 조사에 대한 두려움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신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야

자신 신고를 받는 동시에 신고 기간이 끝난 뒤에 미신고자를 적발할 경우 미신고자에 대한 처벌은 상당히 중하게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2009년, 2011년에 "Amnesty Program"을 운영했는데 2009년의 경우 미국 국세청인 IRS가 지난 6년간 미신고분에 대하여 자진하여 신고하는 자에게 ① 형사 처벌을 면제하고 ② 과태료의 상한을 20%로 제한하는 혜택을 부여하는 특별 프로그램이었다. 미국의 경우 자발적 신고를 하지 않고 국세청에 의해 적발될 경우 고의적인 경우 1만 달러와 해외 금융 계좌 잔액의 50% 중 큰 금액을 과태료로 부과했다

역외 탈세 관련 내부 고발자를 더욱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다. 내부 고발자가 없으면 재벌과 정치인의 역외 탈세는 잡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내부 고발자를 배신자라고 여기는 인식도 바꿔야 하고 그의 희생과 용기에 대해 응당한 대가도 주어야 한다.

해외 계좌뿐 아니라 해외 보유 주식, 부동산도 신고하도록 해야

우리는 해외 금융 계좌 정보에 대해서만 신고 의무가 법제화되어 있고 그 외 자산인 부동산, 주식 등 금융 계좌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 재산은 아예 신고할 의무가 없다. 그나마 해외 계좌 신고 제도도 2010년에야 도입된 것이다.

현행 금융 계좌 정보 외에 부동산, 법인 지분 등 다양한 재산에 대한 신고 의무제를 두어야 역외 탈세를 방지할 수 있다. 김재연 의원이 이미 이러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발의해 두었다. 여론으로 통과를 위한 힘을 보태야 한다. 계좌의 경우도 10억 이상만 신고하게 하지 말고 1억 이상이라든지 더 이하의 금액으로 신고 의무를 확대해야 한다.

국세청, 금융 당국, 관세청 등은 긴밀히 협력하라

국내에 있는 정보마저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한다.

외국환거래법과 관세법에 따르면 국세청이나 기획재정부 장관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관세청이 현물이 오가는 중에 잡아낸 정보와 금융 당국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적발한 정보를 국세청이 원활히 활용할 수 있는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만 이때 과도한 정보 집중으로 인한 국민 사생활 침해 문제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고, 국회 등에 의한 국세청 감독이 강화되어야 한다. 국세청의 역외 탈세 적발 현황에 대해 대국회 보고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매서운 관심으로 역외 탈세 잡아내자

<뉴스타파>의 그동안의 폭로와 수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 이제 공은 국세청과 국회에 돌아갔다. 얼마나 개혁할 수 있을까. 조세 도피처는 힘 있는 자들의 보물섬이다. 국민들의 매섭고 계속된 감시의 눈만이 국세청과 국회를 춤추게 할 것이다. 제도를 개선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역외 탈세 방지 시스템을 갖추자.

* 지난주 내만복 칼럼은 영상으로 제작된 '내만복 보이는 칼럼'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284)

* 내만복 칼럼 회원 가입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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