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환 변호사와 정래용 홍익대 교수가 2008년에 발표한 '국제 조세 회피 행위의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입증 책임 전환'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요. 1987년에 OECD가 발표한 보고서까지 추적하며 해외 사례를 찾아낸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2. 두 사람이 역외 탈세 근절 대책으로 추천한 '입증 책임 전환'은 어떤 내용의 대책입니까?
⇨ 조세 소송에서 입증 책임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 요건이 되는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이 과세 관청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세 피난처에서의 역외 거래에 있어서는 과세 당국의 정보 수집이 곤란하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에 대해 프랑스와 벨기에 등 일부 국가에서는 조세 피난처에 한하여 일정한 거래에 대한 입증 책임을 납세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세 피난처에서 세원 포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 거래의 진정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납세자에게 부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습니다(역외 탈세 차단 방법 ①).
3. 이들이 추천하는 역외 탈세 대책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 두 사람은 또 '비거주자 또는 외국 법인에 대한 원천 징수 절차 특례 적용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이 특례 제도는 조세 피난처에 소재하는 비거주자 또는 외국 법인에게 이자·배당·사용료 또는 유가증권 양도소득 지급 시 국내 세법에 따라 우선 징수한 후 조세 피난처에 실제 거주하는지 그 여부를 확인한 후 추후에 환급해 주는 제도인데요. 정부는 2006년 6월에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을 특례 적용 지역으로 지정한 이후 단 한 지역도 추가하지 않고 있습니다(역외 탈세 차단 방법 ②).
4. 국책 연구소인 한국조세연구원에서는 역외 탈세 대책과 관련하여 어떤 보고서들을 냈나요?
⇨ 조세연구원 보고서 중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안종석·안경봉·오윤 등이 2007년에 내놓은 '공격적 조세 회피에 대한 대응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최성은이 올해 내놓은 '지하경제 양성화 해외 동향'입니다.
5. 안종석 등의 2007년 보고서에서는 어떤 제안들이 있나요?
⇨ 이 보고서는 누군가의 역외 탈세를 조장하는 사람들, 예컨대 회계사나 세무사, 변호사 등을 처벌하자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조세 회피를 조장하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는 그런 처벌 제도가 없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조세 회피 거래를 조직, 설계, 자문하거나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됩니다. 미국에서도 조세 회피 가능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관련 서류를 작성하거나 작성을 도와주는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됩니다(역외 탈세 차단 방법 ③).
▲ 5월 22일 조세 피난처 프로젝트 공동 취재 기자회견에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왼쪽)와 최승호 PD가 관계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6. 최성은이 올해 내놓은 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 최성은은 보고서에서 해외계좌납세순응법(FATCA: 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습니다. FATCA에 대해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해외계좌신고법' 혹은 '해외계좌신고제'라 소개하고 있는데요. 이 제도는 해외 금융 기관이 미국 국세청과 정보 제공 협약을 체결하고, 미국 납세자들의 금융 계좌 정보를 이곳에 보고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이 협약을 맺은 해외 금융 기관은 5만 달러 이상의 예치금 혹은 25만 달러 이상의 저축성 보험, 연금 보험에 대해 전자 검색을 하여 미국 납세자인지를 판별하고, 예금주 동의하에 금융 계좌 정보를 미국 국세청에 보고해야 합니다(역외 탈세 차단 방법 ④).
7. 협약을 맺지 않는 금융 기관이나 계좌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계좌 보유자들은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나요?
⇨ 미국 국세청과 협약을 맺지 않는 금융 기관에 대해서는 미국 원천 소득, 즉 미국 내에서 원천 징수 대상이 되는 소득의 30%를 원천 징수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미국 원천 소득에는 이자 소득, 배당금, 임대 소득, 임금, 보험료, 연금 등과 자산 매각 대금 등을 포함합니다. 계좌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계좌 보유자들도 협약을 맺지 않는 금융 기관과 동일한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8. 최성은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역외 계좌 자진 신고제도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지요?
⇨ 미국의 역외 계좌 자진 신고 제도는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FBAR: Report of Foreign Bank and Financial Accounts)를 통해 신고하지 못한 역외 계좌 소득에 대해 자진 신고를 할 경우, 세금과 벌금을 납부하면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제도입니다. 여기에서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는 해외에 금융 계좌를 보유한 자가 1년 중 하루라도 해외 금융 계좌 잔고가 1만 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그 내역을 재무부에 신고하도록 한 제도인데요. 신고 대상자가 주어진 기간 안에 자진 신고를 하지 않다가 적발될 경우 2003~2010년 중 해외 금융 계좌 잔고가 가장 많은 해 잔고의 27.5%에 달하는 벌금과 함께, 추가적으로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0만 달러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역외 탈세 차단 방법 ⑤).
9. 우리나라도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가 있지 않나요?
⇨ 우리나라도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처벌 수위는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거주자 또는 내국 법인이 보유한 해외 금융 계좌 잔액의 합이 1년 중 하루라도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내역을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신고 대상자가 자진 신고를 하지 않다가 적발될 경우, 계좌 잔액의 4~10%에 해당하는 과태료만 내면 됩니다.
10. OECD와 EU는 정부 간 '조세 정보 자동 교환'을 장려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내용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죠.
⇨ 주OECD 대표부는 2011년에 '국제적 조세 정보 교환 동향과 미국의 FATCA'라는 보고서를 냈는데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OECD와 EU는 기존의 조세정보교환협정이 요청에 의한 정보 교환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 역외 탈세 근절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조세 정보 자동 교환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비거주자에 대한 과세 자료 일체(이자, 배당, 사업, 양도, 부동산, 연금, 로열티 등)를 상대 국가의 요청을 기다리지 않고 정기적으로 일괄 제공하는 제도인데요. 지금까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금융 회사가 보유한 고객 계좌 관련 정보를 자동 공유하는 것에 합의했고, 지난 5월에는 EU의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이 제도를 올해 말까지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역외 탈세 차단 방법 ⑥).
11. OECD와 EU가 조세 정보 자동 교환을 장려하고 각국이 이에 호응할 움직임을 보이자 조세 피난처 중 하나인 스위스가 궁지에 몰렸다고 하는데요. 위기에 몰린 스위스가 절충안을 내놓았다고 하지요?.
⇨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스위스는 금융 비밀주의를 기반으로 금융 산업을 발전시켜온 나라입니다. 그런데 조세 정보 자동 교환은 금융 비밀주의의 완전한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스위스는 이를 거부하고 절충안을 내놓았는데요. 그 절충안은 조세 정보 자동 교환을 거부하는 대신, 스위스에 예치된 비거주자 금융 자산에 대하여 상대국을 대신하여 원천 징수하고 그 세수를 거주지국에 이전하는 것입니다. 영국과 독일은 스위스의 이런 절충안을 받아들여 2011년 관련 협정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역외 탈세 차단 방법 ⑦).
12. 다양한 역외 탈세 근절 대책 중에서 가장 실효성이 높은 대책은 어떤 것입니까?
⇨ 여러 가지 역외 탈세 근절 대책 중에서 가장 실효성이 높은 대책을 고르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총동원해서 역외 탈세를 잡아내야 합니다. 물론 위에서 열거한 7가지 대책은 수많은 대책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13. 과거에 국세청이 역외 탈세를 못 잡은 것인지, 안 잡은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느 쪽이 맞다고 봅니까?
⇨ 국세청이 정보 부족으로 역외 탈세를 못 잡은 측면도 있고, 또 의지 부족으로 안 잡은 측면도 있을 텐데요. 저는 후자가 더 크다고 봅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자료 검색을 해보면 관련 자료들이 나오는데요. 이 자료들을 보면 역외 탈세가 범람한 원인이 국세청의 정보 부족보다 의지 부족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4. 역외 탈세가 범람한 원인이 국세청의 의지 부족에 있었다는 근거가 있나요?
⇨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역외 탈세와 조세 피난처라는 용어로 자료 검색을 해보면 2002년 8월과 9월 사이 4주 간의 역외 탈세 세무조사를 해서 4110억 원의 소득 탈루액을 적발했다는 보도자료가 나옵니다. 또 2009년 11월과 2010년 5월 사이 6개월 간에는 역외 탈세 세무조사를 해서 6224억 원의 소득 탈루액을 적발하고 3292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는 보도자료도 나옵니다. 또 국세청은 2011년 1/4분기에는 역외 탈세범들에게 4741억 원을 추징했다는 발표를 했고, 올해에는 지난 5개월간 이들에게 4798억 원을 추징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료들로 미루어 보아 역외 탈세가 범람한 원인은 주로 국세청의 의지 부족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국세청이 의지만 있다면 역외 탈세 적발을 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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