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자 희망 지킴이'는 시민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H-20000 모터쇼' 행사를 열고,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직접 조립한 '아트카(Art Car)'를 노래패 '꽃다지'에 기증했다.
박재동 화백 등 9명으로 구성된 자동차 선정위원회는 "22년째 노동 현장을 찾아가면서 노래로 연대하고 있는 꽃다지는 재정 상황이 어려움에도 노동 현장에서 MR을 틀지 않고 직접 연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선정위원회는 특히 "비정규직 투쟁에 소극적인 노조가 꽃다지에 자동차를 기증하겠다고 했지만, 비정규직 싸움에 너무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꽃다지가 이를 거부한 점 등이 선정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덧붙였다.
모터쇼에서 자동차 키를 전달받은 꽃다지는 "앞으로 몇 년이나 노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이 차가 10년은 달린다고 한다"며 "폐차될 때까지는 길거리에서 싸우는 노동자와 한뎃잠 자며 노래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만든 자동차의 열쇠를 건네받는 노래패 꽃다지. ⓒ프레시안(최형락) |
쌍용차의 대표적인 차종인 코란도를 재조립한 'H-20000 프로젝트'는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해고자들의 마음을 알리고 쌍용차 국정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기획됐다. (관련 기사 : <쌍용차 해고자들 "반갑다 코란도…솔벤트 냄새도 친근"> <해고자들이 만든 차 첫선, "2만 개로 조각난 삶 끝마친다">)
완성한 자동차 부품 하나하나에는 후원한 시민의 이름을 새기고, 시민 2만 명에게 부품 한 개당 1만 원씩 후원을 받아 장기 투쟁 사업장 30여 곳을 위한 기금을 모은다는 취지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자동차를 만들던 쌍용차 해고자들의 손은 4년 동안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쌍용차 해고자들은 공장에 들어가 자동차를 만들어야지, 길거리에서 헤맬 사람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은 "이제 공장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며 "국정조사를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해고자들의 진실을 밝히는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쌍용차 평택 공장 인근 송전 철탑에서 고공 농성을 하다가 지난달 내려온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지부장은 "25세에 컨베이어벨트를 타기 시작해 이제 나이 50이 넘었다"며 "누구나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해고의 공포가 이 나라에 너무 어두운 그림자로 남았다"고 운을 뗐다. (관련 기사 : 15만 볼트 위 171일 농성…"박근혜, 왜 약속 어기나")
한 전 지부장은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는 단일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영원한 숙제로 남을 갑들의 잔치"라며 "쌍용차 사태를 더는 미룰 수 없다. 2013년이 가기 전에 시민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함께 살자 희망 지킴이'는 자동차 기증 대상에서 아쉽게 떨어진 사연도 공개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자동차를 기증받을 단체나 개인의 사연을 받은 결과, 총 17편의 사연이 접수됐으며 최종 5개 후보군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5위는 밀양 송전탑 투쟁을 하는 주민들의 인터뷰를 르포와 단편소설로 소개하고 싶은 현직 교사 이 모 씨, 4위는 경산이주노동자센터, 3위는 의료 사고로 동생 부부를 잃고 가계가 파탄 난 시민 현 모 씨, 2위는 촛불 시위 당시 시민의 성금으로 산 승합차가 폐차 직전에 달한 칼라TV가 차지했다.
선정위원회는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하는 밀양 주민 대책 위원회도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기증할 차종이 코란도 밴이라는 점이 감안되어 순위에서 밀렸다"며 "사연에 응모해주신 분들이나 단체 모두 자동차가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우리가 준비한 자동차는 한 대뿐이었기에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후 4시에는 북 바자회, 사진전, 밥 나누기 행사가 진행됐으며, 오후 7시부터는 모터쇼와 공연이 열렸다. 공연에서는 이한철, 자전거 탄 풍경, 허클베리핀 등이 열띤 무대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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