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함께 살자 희망 지킴이'는 쌍용차 해고자들이 부품 2만 개를 모아 자동차를 만드는 'H(heart)-20000' 프로젝트 현장을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의 공업사에서 공개했다. (☞ 관련 기사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자동차가 6월 7일 공개됩니다)
이들 단체는 시민 2만 명에게 부품 한 개당 1만 원씩 후원을 받아 장기 투쟁 사업장 30여 곳을 위한 기금 2억 원을 모으고, 완성한 자동차 부품 하나하나에는 후원한 시민의 이름을 새길 계획이다.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해고자들의 마음을 알리고 쌍용차 국정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 H-20000 프로젝트 후원하기)
쌍용차지부가 자체 제작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공업사에 모인 해고 노동자 20여 명은 바퀴, 엔진, 차체 등으로 분해된 자동차 부품들을 익숙한 몸짓으로 차근차근 조립해 나갔다. 해고 노동자들의 숙련된 손을 거치자 자동차는 조금씩 모양새를 갖춰갔다.
▲ 코란도를 재조립하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프레시안(김윤나영) |
4년 만에 다시 작업 공구를 쥔 해고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16년간 쌍용자동차에서 일했던 윤충열(44) 씨는 "해고 이후 일손을 놓은 지 오래라 처음에는 다시 조립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하지만 한 번 수영을 배우면 잊어버리지 않듯, 몸으로 습득한 일은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 숙련공들은 언제든 다시 일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14년간 쌍용차에서 일했던 이장석(가명·42) 씨는 "분해된 자동차에 솔벤트(유기용제)를 뿌렸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친근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2003년에 만들어진 코란도 중고차의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감회도 새롭다. 쌍용차에서 14년 동안 일했던 차봉규(가명·43) 씨는 "바퀴와 엔진 부분을 보면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데, 표시한 부분을 보면 바퀴와 샤프트 연결은 내가 속한 B조가 했다. 내가 만든 차를 보니 반갑다"고 말했다.
14년 차 노동자였던 이현준(44) 씨는 "다시 코란도를 만드니 집에 못 들어갈 정도로 불철주야 일했던 때가 생각난다"며 "주간에는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9시 반까지 야근을 했고, 주말에도 오후 5시까지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회상했다.
윤 씨는 "이 차가 만들어진 2003년 당시 코란도는 고객들이 몇 달씩 대기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며 "검품에서 불량이 나와도 나중에 A/S 받을 테니 그냥 달라는 고객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2003년이면 쌍용차가 상하이차에 넘겨지기 전 법정 관리를 받을 때였는데, 주인이 없을 때 오히려 쌍용차가 잘나갔다"며 "상하이자동차가 인수한 다음부터 적자가 늘었고, 법정 관리 들어가면 적자폭이 줄었다. 주인이 없으면 잘되고 주인이 생기면 망했다"고 비판했다. 새 주인들은 투자액 회수에만 관심 있었을 뿐, 경영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2009년 상하이자동차의 '먹튀'와 정리 해고에 반대해 파업을 벌였지만, 희망퇴직자 1904명과 정리해고자 159명은 아직도 거리에 내몰린 상황이다.
'함께 살자 희망 지킴이'는 "쌍용차를 대표하는 코란도를 쌍용차 해고자들이 조립한 뒤, 자동차에 미술가들이 외장을 디자인해 '아트 카(Art Car)'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성한 차는 이달 말까지 사연 공모를 통해 당첨된 시민이나 단체에 기증하기로 했다.
조립한 자동차는 오는 6월 7일 서울광장에서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다. 6월 7일은 2009년 당시 법적 정리 해고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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