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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산 누출 심각한데도 밸브 교체 9시간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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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산 누출 심각한데도 밸브 교체 9시간 미뤄"

협력사 직원 "'모텔서 잔 뒤 입원…삼성카드로 치료비 결제' 권유받아"

5명의 사상자를 낸 '반도체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 초기인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관계자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불산 누출로 밸브 교체가 필요하다'고 보고받고도 9시간 동안 밸브 교체 결정을 미뤄 피해를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밤샘 작업이 끝난 28일 오전에야 현장에 나타난 삼성 관계자는 온몸에 반점이 생긴 피해자들에게 공장 가동에 지장이 생겼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병원 이송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기자들이 병원에 대기하고 있으니 모텔에서 자고 다음날 입원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은 4일 "삼성전자의 초기 미온적인 대응으로 9시간 만에 밸브 교체가 지시되고, 삼성직원 및 관리자가 불산 누출 17시간이 지나고서야 사고 현장에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협력사 직원 "밸브 교체 필요" vs 삼성전자 "다음날로 미루자"

한 의원 측은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STI서비스의 직원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이전부터 불산 누출을 인지하고 밸브를 교체해야 한다고 보고했으나, 삼성전자 안전관리팀 직원들은 비닐 등으로 임시 조치가 가능하냐고 되물은 뒤, 밸브 교체를 다음날로 미루자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사고가 언론에 알려진 28일 "경미한 누출로 판단해 협력업체와 협의해 27일 오후부터 수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이미 27일 밤부터 시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의원 측은 "STI서비스 직원이었던 고(故) 박모(34) 씨가 1차 밸브 교체 작업(28일 새벽 0시 13분-3시 21분) 당시 착용하던 내산 장갑 안으로 불산이 스며들어와 손가락 등의 통증을 호소했다는 현장 직원들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불산 누출 피해자들은 삼성전자 관리자가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박 모(33)씨는 "오후 11시 30분경 불산 누출이 심해져서 긴급하게 밸브를 교체해야 한다고 삼성전자 관계자에게 다시 보고했음에도 삼성전자 관리자 중 어느 누구도 현장에 출동한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 박모 씨가 현장으로 긴급 호출된 이유다.

고인이 2차 보수 작업(28일 새벽 4시 26분-4시 44분) 당시 방제복을 착용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현장 노동자들은 "다른 현장 근무자들이 방제복을 구해올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워낙 상황이 긴박하고 위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삼성 관계자, 치료 권유보다는 설비 안전 상황 질타"

한 의원 측은 "삼성전자가 근무자들의 안전보다 설비 안전을 중요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 등의 증언에 따르면, 현장 정리를 마친 28일 오전 7시 45분에야 도착한 삼성 관리자는 작업자들에게 치료를 권하기보다는 설비 안전과 원활한 공장 가동 상황에 대해서만 책임을 추궁했다.

한 의원은 "노동자들이 추궁을 당하던 당시 불산에 누출된 고 박모 씨는 온몸에 붉은 반점과 수포들이 생겼으며, 이송 중에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상황이었다"며 "나머지 4명도 아주대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와 검사만 마친 채 삼성 공장 회의실로 불려 들어가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상황 보고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언론에 알려질 우려 때문에 피해자들이 병원에 이송되는 시간이 16시간가량 지연됐다는 정황도 나왔다. 피해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STI서비스 관리자가 회사 간부와 전화 통화를 한 뒤 피해자들에게 "기자들이 한강성심병원에 대기하고 있어 서울로 가기 힘드니, 모텔에서 자거나 집으로 귀가한 뒤 다음날 동탄성심병원에 입원하자"고 제안했다고 한 의원 측은 밝혔다. 이에 피해자 4명 중 3명은 가족의 차량을 타고 개인적으로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했다.

피해자들이 아주대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병원비를 삼성카드로 결제할 것을 제안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삼성전자 관리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삼성에서 처리해 줄 수 있으니 치료비를 보험이 아닌 삼성카드로 결제하라"고 피해자들과 STI서비스 관계자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한 의원 측은 "보험 처리를 하지 못하게 해 사건 기록이나 의료 기록을 은폐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인 만큼,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삼성전자가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조작과 은폐를 시도했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축소하고 책임 전가만 하는 원청인 삼성전자의 책임을 철저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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