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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불산 사망자' 박 씨는 왜 숨져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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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전자 '불산 사망자' 박 씨는 왜 숨져야 했나?

[기고] "귀가 후 현장 재투입? 1차 노출 후 병원 이송했어야"

지난 27-28일에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로 인해 하청업체(STI서비스)직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망자 박00의 경우 처음 불산에 노출된 시점과 병원 후송 시점, 그리고 사망시점 등을 감안할 때 여러 가지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30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사고 현장을 방문하여 공동 조사한 결과 불산 누출 후 삼성의 대처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사고가 난 시각은 27일 13시 22분이다. 그러나 삼성측 설명에 의하면 사망자 박00가 처음 현장에 투입된 시각은 27일 23시 38분경이라고 한다(삼성 측에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음).

현장에 나온 고인은 불산 탱크 하부에 있는 밸브 조임 작업을 직접 실시하였고(이때 보호장구 착용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음), 28일 새벽 3시 32분에 밸브를 교체한 후 상황이 끝난 것으로 판단하여 귀가를 했다고 한다.

이후 현장에 남아 있는 인력이 불산 누출 여부를 테스트한 결과 계속적인 누출이 확인되었고, 이미 귀가한 고인에게 연락하여 고인은 다시 회사에 출근했다(CCTV에 새벽 4시 38분에 다시 출근하는 것이 기록되었다고 함), 2차로 다시 사고 현장에 투입된 고인은 28일 4시 38분부터 약 8분간 보수작업을 실시하였고(이때는 방제복을 입지 않고 마스크만 착용했다고 함), 가스 누출량이 많아지자 다시 나와 방제복을 입고 4시 59분까지 작업을 계속했다고 한다. 즉, 최종 작업이 종료된 시점은 새벽 5시 정도인 셈이다(이후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는 1월 31일 "확보한 사고 당일 CCTV 화면과 작업 자료를 대조한 결과 보수작업은 1차 28일 0시 13분-3시 21분, 2차 4시 36분-4시 44분, 3차 4시 45분-7시 45분 3차례 이뤄졌다"고 기존 발표를 수정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고인은 총 6시간가량 작업에 투입됐으며, 작업이 끝난 시점은 오전 7시 45분이었다.<편집자>).

작업이 정리된 후 보호복을 벗어보니까 목 주위에 반점이 확인되어 사내 구급차를 타고 7시 30분(경찰은 "7시 45분에 작업이 끝난 뒤 박 씨와 피해자 4명은 7시 50분에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월 31일 밝혔다. <편집자>)에 3.7km 떨어진 동탄성심병원으로 후송했다고 한다. 후송 중 고인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으나 병원 도착 직전(10-15초 전이라고 회사에서 설명함)에 심장 쇼크가 발생하여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한다(이후의 구체적인 병원 기록이나 병원의 조치 내용은 설명하지 않음).

병원에서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10시 경에 화상 전문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할 것을 권유하였고, 그곳으로부터 52km 떨어진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13시 05분에 사망했다. 이후 삼성은 13시 50분에 노동부 경기지청에 최초로 사망 사고를 보고했다.

ⓒ연합뉴스

"왜 1차 노출 즉시 병원에 후송하지 않았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처음 불산에 1차 노출된 후(삼성측 주장에 의하면 27일 23시 38분) 왜 곧바로 병원 후송이 이루어지지 않고 귀가 조치 후 다시 작업 현장에 투입되었는가?

미국에서 사용하는 불산 누출에 대한 응급구조시트(Right to know Hazardous Substance Fact Sheet)를 보면 누출 피해자는 즉시 흐르는 물로 씻어낸 후 중화연고를 바르고, 병원으로 후송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병원에 후송되면 24-48시간 동안 관찰한 후 문제가 없으면 퇴원 조치를 밟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불산의 독특한 독성학적 특성 때문이다. 즉, 불산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거나 혹은 불화가스가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 수분에 녹은 불소이온이 혈액 내 칼슘과 결합하여 칼슘농도가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낮아진 칼슘농도를 보상하기 위해 세포 내 칼륨이 세포 외로 이동하여 혈액 내 칼륨농도가 높아져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혈액 내 칼륨농도가 높아지면 심박세동이 와서 사망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불산 농도가 아주 높을 때, 다시 말해 즉시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장해를 초래할 수 있는 농도(IDLH)인 30ppm 이상일 때 위급하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농도가 높지 않을 때는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장해를 입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리고, 그 기간 동안에는 화상에 의한 반점이 생기거나 목 통증과 같은 증상 외에는 별다른 특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삼성은 불산의 이러한 독성학적 특성을 무시하고(또는 알지 못하고), 1차 노출 후 박 씨에게 눈에 보이는 뚜렷한 징후가 없자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즉각적인 후송 조치를 취하지 않은 오류를 범했다. 더군다나 1차 노출 후 귀가한 사람을 다시 불러 추가 노출을 시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박 씨를 숨지게 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박 씨의 사망은 삼성의 명백한 관리 소홀로 빚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1차 노출 후 바로 병원에 후송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불산은 뼈에 스며드는데, 화상 전문 병원으로 이송?

또 한 가지 의문은 병원 도착 후 치료의 과정과 의료기록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인이 처음 병원에 도착한 28일 7시 30분(31일 경찰 발표상 7시 50분에 후송 <편집자>) 이후에 행해진 의학적 조치 내용이 적절했는가의 문제이다.

동탄 성심병원은 2012년 10월에 개원한 대학 병원급으로 공장 인근에서 가장 큰 최신식의 대형 병원이다. 그럼에도 서울에 있는 화상 전문 병원인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한 이유는 혹시 불산 노출에 필요한 필수적인 의학적 조치를 간과하고 화상 치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은 아닌지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또 다른 궁금증은 '다른 피해자는 없는가?'이다. 삼성의 공식적인 발표는 사망자 1명과 경상자 4명이다. 그러나 4명도 퇴원 후 다시 입원하였으며, 현재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 외에 추가적인 피해자가 있을 수 있으나 회사 측이 병원에 입원 중인 피해자들에 대한 접촉을 차단하고 있어 추가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진상 조사 당시 담당 직원은 '과거 불산 누출 등의 유사한 사고들이 있었다'고 조사단에 진술하였다. 과거에 또 다른 가스 누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 이후 언론에서도 보도된 적이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이전에도 유사한 사고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이며, 인명 피해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은폐되고 알려지지 않을 따름이다.

작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상주의 염산 누출, 청주의 불산 누출, 그리고 삼성전자 불산 누출 등 끊임없는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터지고 있다. 왜 이렇게 원시적인 사고가 반복되고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유해 화학물질 관리 법·제도 미비, 사고 발생 시 화학물질별 수습 관리 체계의 미비, 재난 구조 시스템의 미비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역 사회의 알 권리 문제다. 집 근처에 있는 공장에서 어떤 유해물질을 취급하고, 그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사고가 발생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이 제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바로 그런 정보를 요구해야 각종 규제와 감독 기능이 사고를 예방하는 의미를 얻는다.

하루빨리 이러한 문제를 포함해서 제도적 문제가 보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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