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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질린 '오세이돈'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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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질린 '오세이돈'의 초상

[프덕프덕] '세훈둥둥섬', 표류는 이제 그만

서울 시내에 새로운 4대강(광화문대강, 테헤란대강, 사당대강, 남부순환로대강)이 생기고 서초구 우면산의 토사가 흘러 내려 일대 지형이 바뀌는 서울 창조가 27일 발생했다. 이를 두고 누구는 '르네상스 서울'이라 하고, 누구는 '워터파크 서울'이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훤칠한 키에 조용한 말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환경위원 출신으로 16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무엇보다 정수기 광고 한 편으로 여심을 흔든 중년 꽃 미남이었다. 이런 그의 맑고 투명한 이미지는 정치권을 강타했다.

보랏빛 열풍이 한참이던 2006년, 강남 3구를 텃밭으로 서울시장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전직 시장에게 청계천 수돗물 값 1억여 원과 뉴타운으로 지정된 서울시내 곳곳, 시청광장 잔디밭을 선물로 받았다.

서울시장 자리가 청와대 바로미터라는 공식을 세운 현직 대통령을 본받아 오세훈 시장은 서울을 새롭게 디자인해 나갔다. 초기 목적은 분명 CEO 출신 전 시장의 삽질과 차별화 된 환경 활동가표 디자인 정책이었으리라.

'오세훈'이라는 간판은 18대 국회의원 선거 지형도 바꾸었다. 그가 약속했다는 뉴타운 개발은 비교적 낙후된 강북지역 주민의 표를 불렀고, 사기죄 논란에도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같은 중진도 '오세훈 활용 100배 즐기기'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창의와 디자인을 시정에 도입해 회색도시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로 변화 시키겠다'는 열정에도 2010년 지자체장 선거는 만만치 않았다. 턱걸이 하듯 간신히 재임하게 된 오세훈 서울시장. 그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는 무상급식 논쟁과 화학적 결합을 하면서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 28일 서울 동작구 사당로 일대 폭우 피해를 둘러보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그런데 28일 폭우 피해 현장 시찰을 나온 그는 더 이상 맑고 깨끗한 중년의 꽃 미남이 아니었다. 파란 고무장화에 비에 젖은 듯 헝클어진 머리, 하얗게 질린 얼굴에서 흔들리는 그의 초상을 보았다.

'오잔디'라고 불리던 애칭은 '오세이돈'으로 바뀌었고,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 준 강남 3구의 민심마저 강남역 물보라처럼 요동쳤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향후 대한민국의 정국을 바꿀 것이라던 호언은 우면산 지뢰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됐다.

그가 이번 폭우로 반포 한강 시민 공원에 표류된 '세훈 둥둥 섬'같은 처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결국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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