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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아주머니들이 '노동자'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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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청소아주머니들이 '노동자'가 되기까지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 투쟁·⑤]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악용하는 사측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북평등지부 전주대·비전대 여성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인정과 성실교섭 등을 요구하며 70일 간의 파업농성을 진행한 끝에 지난 16일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밀알학교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이태식 지부장은 단식농성 49일 차가 되던 이달 5일 건강악화로 병원으로 후송되고 단식을 종료했습니다.

전주대·비전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0여 년 근무해 왔습니다. 1999년 이전에는 정규직이었던 이들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신동아학원과 전주대·비전대 교직원들이 공동출자해 만든 용역업체인 ㈜온리원의 매장청소와 물건운반, 김장 담그기 등에 동원되어 억울한 삶을 살다가 작년 노동조합에 가입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이들 노동자들과 하는 일이 전혀 다른 온리원 매장 노동자들로 구성된 복수노조를 만들고, 전주대·비전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노동조합과의 성실교섭을 거부했습니다.

전주대와 비전대 여성노동자들은 두 달이 넘는 파업 과정에서 노동조합 인정과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46일 간 전주대 총장실에서 점거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자신들의 요구를 신동아학원 밀알복지재단 홍정길 이사장(전 남서울은혜교회 목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강남구 일원동 밀알교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학교법인 신동아학원은 30%에 가까운 ㈜온리원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전주대 홈페이지에는 '전주대 청소미화원 처우 개선 지원 약속, 파업 풀고 업무 복귀 요청'이라는 전주대 총무처장의 글 밑에 '조속한 파업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는 ㈜온리원 김종수 대표이사의 편지가 붙은 공지 글이 올라왔습니다. 전주대와 ㈜온리원은 기존의 임금과 노동조건 저하 방지, 임금인상을 위한 노력, 미화 용역계약에 명시된 인력 수준 유지, 탈의·휴게를 위한 공간 제공 등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약속 네 가지를 하며 업무 복귀를 요청했습니다. 임금은 이번 달부터 시급 4590원에서 4700원으로 인상해주겠다는 것이며, 그 외 '파업과 관련한 민·형사 소송과 부당노동행위·차별 금지'를 포함하여 노동조합이 양보해 제시한 10개 요구안 중 5개 항에 대해 합의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전주대와 ㈜온리원은 이번 파업 문제의 핵심이었던 노동조합 인정과 성실교섭 문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복수노조와 창구단일화'를 운운하는 등 맡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전주대 측은 '우리 대학은 청소 용역 근로자들의 사용자가 아니어서 직접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원청 사용자성을 부정하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조합원들은 이제 파업농성을 해제하고 업무 복귀했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전주대·비전대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전주대·비전대 여성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들고 제일 처음 한 말이 '월급이 오른다'가 아니라 '우리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들 여성노동자들이 10년 동안 가슴 속에 맺혀 있던 말을 할 수 있게 해준 노동조합이 인정받는 '작은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이후에도 많은 관심과 연대 부탁드립니다. 전주대·비전대 여성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복수노조 제도에 온몸으로 저항하고,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노조 가입 후 1년 동안 파업을 여섯 번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기억해야 합니다. 두 달여 동안 힘겹게 파업농성을 해온 전주대·비전대 여성노동자들, 그리고 이 분들과 함께 한 모든 분들께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며 다섯 번째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필자주>

필요한건 아는데 무서웠어요

"예전부터도 (노동조합이) 있어야 된다는 건 알았어요. 근데 서로 말 꺼내는 걸 두려워했어요. 몇 년 전에 도청 조합원들이 전주대 와서 노조 만들어야 된다고 했었는데, 우리도 필요한건 알았지만 무서웠어요. 동료들이 이르지나 않을까…. 언니, 동료, 짝꿍한테도 서로 말을 꺼내지 못했어요. 예전엔 과장이나 반장만 봐도 굽신거리고 눈치 보고, 하고 싶은 말도 못했어요. 고개만 숙였죠."

1999년 직접고용에서 간접고용으로 고용형태가 바뀐 후 10여년 간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은 사측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주기 않기 위해 근무시간을 축소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며, 본 업무 이외의 온갖 잡일을 시키는 걸 견뎌왔다.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서로 눈치만 보고 말 한 마디 하지 못하면서 10년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북평등지부에 집단가입을 하게 된다.

청소 노동자들이 조직된 후에 경비 노동자들이 조직되는 다른 대학의 사례들과는 달리, 전주대·비전대는 경비 노동자들이 먼저 조직화한 후에 청소노동자들이 조직화했다. 작년 5월, 전북평등지부가 지역 내 대학을 순회면서 최저임금 관련 선전전을 하고 있었는데, 전주대 경비노동자들이 이를 보고 문의를 해온 것이다.

때마침 최저임금 선전전을 하러 들어갔던 거죠

"경비노동자들이 평소 신문이나 인터넷 정보를 많이 보시잖아요. 작년 홍대 문제도 알고 계시더라고요. 이 분들이 저임금이나 고용불안 같은 누적된 불만들 때문에 노동조합을 고민하던 시점이었는데, 저희가 때마침 최저임금 선전전을 하러 들어갔던 거죠."

전북평등지부 이주철 교선부장은 면담 결과 최근 수 년 동안 경비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지 않았고, 매년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재계약이 안 되는 등의 고용불안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전주대·비전대 경비노동자들의 업무는 감시·단속적 업무에 속해 최저임금 전면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연장 근무, 야간 근무 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부터 감시·단속 노동자들에 대해 최저임금의 100%가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전면 적용 3개월을 앞둔 지난해 11월 '인건비 상승 시 고용감소가 우려'된다는 고용노동부의 제안으로 2014년까지 90%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감시·단속노동자들은 2007년 최저임금의 70%를 적용받았고, 2008년부터 작년까지는 80%를 받았다.

또, 24시간 학교 건물 안에서 근무를 하고, 심야시간에도 두 시간 간격으로 2~30분 씩 4회에 걸쳐 순찰을 돌고 있었음에도, 사측은 심야노동 시간 7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산정했다. 전주대·비전대 경비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작년 5월에 적극적으로 노동조합 가입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경비노동자들이 청소노동자들에게도 노동조합 가입을 독려해 많은 청소 노동자들도 관심을 갖게 된다.

▲작년 7월 20일 열린 전주·비전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 임단협 투쟁승리 결의대회. ⓒ전북평등지부


"10년 동안 하도 억울하게 살아 우리 권리 찾고 근로조건 개선하려고 가입했어요. 처음에 경비아저씨들이 가입하자고 가입원서를 주더라고요"

6월 초까지 청소·경비 노동자 130여 명 중 113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된다. 반장과 친분 있는 소수 말고는 거의 다 가입했다. 전북평등지부는 노동조합 설립과 유지가 힘든 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이주 노동자들이 지역적 연대를 바탕으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2004년에 설립돼, 2005년에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 전북평등지부는 사업장을 넘어서는 연대를 실천하기 위해 지회나 분회를 두지 않고 '전주대·비전대 현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노조 가입한 거 잘 했다고 생각해요 후회는 없어요

"우리가 기본적인 걸 모르잖아요. 그래서 가입원서 쓰고 6월에 점심시간에 교육한다고 해서 연구동에 모이기로 했어요. 가긴 갔는데, 입구에 가니까 관리자들이 양쪽으로 서있는 거에요. 관리자들이 있으니까 걸음이 멈칫 했는데, 우르르 같이 들어갔어요."

작년 6월 10일 12시, 점심시간을 이용해 조합원들은 전체모임을 계획했다. 이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온리원 과장과 반장, 전주대 총무처장 등이 모임시간 즈음에 모임장소인 교수연구동 1층에 왔다. 하지만, 학교 측과 ㈜온리원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전체 조합원의 절반이 넘는 노동자들이 모임에 참석해 조합원 총회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전체 모임을 성사시켰다.

"노동 3권도 배우고, 노동조합을 왜 해야 되는지 배웠어요. 노조 하는 게 헌법에 보장된 거라는 걸 알았어요. 우리가 겁내고 눈치 볼 게 아니라 당당해야 된다는 걸 알았죠. 연세 드신 분들은 많이 몰랐는데, 기본적인 걸 많이 배웠어요."

노동조합 가입 후에 조합원들은 주 1회 씩 점심시간을 이용해 노동권과 노동법, 노동조합 활동 등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마음속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기에 동료들에게 전화를 해서 같이 가서 교육을 받았다. 이렇게 전주대·비전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삶과 권리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했다.

"노조 가입하고서 한가지 한가지 개선을 했어요. 근로시간도 8시간으로 바꾸고, 연차도 쓰고, 온리원 매장도 (일하러) 안 가게 됐어요. 김장도 안하게 됐고요. 힘든 것도 있죠. 하지만, 노조가입 한 거 잘 했다고 생각해요. 후회는 없어요."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을 하면서 동료들의 개인적인 사정을 서로 알게 되고, 정도 많이 생겼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아침 출근 사인을 하고 나면 점심시간 10분 외에는 동료들의 얼굴 보기도 힘들었단다.

비정규직 탄압을 위해 엿새 만에 만들어진 ㈜온리원노동조합

전체 조합원 모임 후에 노동조합은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해 작년 6월 22일과 27일에 두 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6월 30일 회사는 갑자기 단체교섭을 거부한다. 사측은 첫 교섭부터 노무사 2명을 대동하고 나왔는데, 이 중 한 명은 전주 지역 다른 노조탄압 사업장에서 사측 노무사로 일했다. 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로 사측이 7월 4일 만나겠다고 했으나, 막상 이 날이 되자 복수노조를 이유로 교섭을 거부한다. ㈜온리원이 처음 단체교섭을 거부했던 6월 30일은 개정된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한 복수노조가 시행되는 바로 전날이었다.

이 해 7월 6일, ㈜온리원은 전국에 흩어져있는 30여개 천냥마트 매장 직원과 관리자를 주축으로 ㈜온리원노동조합을 설립한다. 복수노조가 시행된 지 엿새 만에 210명(2010년 3월 31일자 기준, 온리원 직원 총 374명)이나 되는 조합원을 가진 노동조합을 설립한 것이다. 그 이후 사측은 복수노조를 이유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하며 교섭을 기피했다.

전주대·비전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성실교섭 촉구와 학교 측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며 작년 8월부터 33일 간 파업으로 맞섰다. 같은 해 9월, 전주지방법원은 전주대·비전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상급 조직인 공공운수노조가 낸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소송에서 ㈜온리원에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하여야 하며, 위반행위 1회당 3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는 복수노조 시행일이 2010년 1월 1일이라는 정부 측 주장과 작년 7월 1일이라는 노동계 주장 중 노동계가 정당함을 반영한 결정이다. 즉, 작년 7월 1일 현재 단체교섭 중인 전북평등지부가 교섭대표 노조이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전주대·비전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상급 조직인 공공운수노조가 낸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소송에 대한 전주지방법원 결정문(2011.9.7.)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북평등지부

이 결정이 나오자 사측은 마지못해 교섭에 나왔다. 그러나 불성실한 자세로 시간 때우기 식의 교섭을 하거나, 교섭 시간과 장소를 이유로 교섭에 불참하는 등 교섭 해태를 지속했다. 사측은 대법원 판결까지 가겠다며 이의신청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복수노조를 악용해서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파업사태는 궁극적으로 사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겁니다. 다수 노조를 이유로 소수 노조와 교섭하지 않겠다고 하는 거죠. 다수 노조가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그걸 악용하는 겁니다. 금전적으로나 노동조건으로 봤을 때, 사립대 청소노동자들이 가장 열악하게 일하고 있는데요. 그 노동자들이 최근 2~3년 사이 서울을 중심으로 노조를 만들어 작은 권리들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학교와 용역업체가 작년부터 시작된 복수노조제도를 악용해서 그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주대와 밀알학교 앞에서 49일 간의 단식농성을 진행한 이태식 지부장은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인 전주대와 비전대의 재단법인 신동아학원 이사장이 목회자인데,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말한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는 이외에도 민주노총 공공노조 홍익대분회,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와 파카한일유압분회 등 많은 사업장에서 민주노조를 파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행 1주년을 맞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가 산업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되고 있다"며 자화자찬 하고 있다. 또한, 노동부는 이 보도자료에서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시행 2년 동안 현장 중심의 실리적 노동운동으로 변화를 원하는 근로자들의 정서가 반영되고 있고, 현장 근로자들이 기존노조에 대한 거리감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7월 2일 나온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성공적이었다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

하지만,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 파업문제에서도 드러나듯 복수노조 제도는 애초 취지라고 여겨지는 노동자의 단결권과 노조 선택권의 확대와는 무관하게 실제로는 사측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노동조합을 만들어 진정한 노동자 권리를 위해 설립한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

사실상 나가라는 요구나 다름없었다

전주대와 비전대 경비·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자마자 사측은 ㈜온리원노동조합 설립과 함께 개별 조합원들을 상대로 탈퇴 회유 작업을 시작했다. 또, 조합원들에게 업무·근로조건 상 불이익을 줘 노조를 와해하려는 작업에 들어갔다. 사측은 정년 연장문제 등을 미끼로 던지며 경비노동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 탈퇴를 유도했고, 8월 초에는 청소노동자들의 휴가기간에 개별적으로 접근해 집단 탈퇴를 유도했다.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사측은 2명의 조합원을 근로계약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최근 사측은 퇴직금 지급과 2년 초과 근무 시 직접고용 의무를 피하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 시 11개월, 12개월의 계약을 해왔다. 김순영(가명) 조합원은 노동조합 가입 후, 23개월 계약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계약 만료일 당일 날, 파업참가 후 귀가했던 김 조합원은 오후 4시 30분쯤 집으로 찾아온 ㈜온리원 관리자들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비조합원은 재계약이 됐는데 조합원들만 해고당했다. 사측은 노동조합에서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자 해고한 조합원을 복귀시켰다.

회사는 파업 기간 중 추운 겨울날 밖에서 떨고 있는 조합원에게 문을 열어준 경비 노동자에게 6개월 정직의 징계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지노위에서 부당징계 판정이 났지만, 사측은 복귀시키지 않고 이의신청을 했다.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은 조합원 업무에까지 이어졌다. 타 건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센 기숙사는 보통 3년 근무 후에 일반 강의실 건물로 옮겨주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조합원의 경우 4년 차가 되었음에도 옮겨주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비전대학교에서 10여 년 간 일 해온 한 여성노동자는 노조 가입 후 조합원 활동을 열심히 하자 갑자기 전주대에 혼자 일하는 건물로 옮기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 여성노동자는 "사실상 나가라는 요구나 다름없었지만, 억울해서 그만두지 못하고 옮겨와서 일을 했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건물 청소를 하던 조합원에게 지대가 높은 곳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쓰레기분리 하는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예전에는 가능했던 일을 금지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점시시간, 청소노동자들은 학생식당에서 줄 서는 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식권으로 밥을 사먹지 않고 도시락을 싸와서 먹기도 했다. 그 경우에 노조 가입 이전에는 밥을 사먹지 않아 남게된 식권으로 매점에서 다른 물건을 교환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노조 가입 후 사측은 이를 금지시켰다. 학생식당과 거리가 있는 건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동 시간과 식사에 드는 시간을 감안할 때 점심시간 한 시간이 빠듯하다. 노조 가입 전에는 학생식당이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 식사하는 게 가능했지만, 노조 가입 후 사측은 이러한 융통성마저 차단했다. 또, 청소노동자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넒은 휴게실을 폐쇄하기도 했다. 몸이 아파 병가 중인 조합원에게 더 쉬게 해주는 조건으로 관리자들이 노조 탈퇴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3월에는 ㈜온리원이 출근부 대리서명을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지문인식기를 도입하겠다며 지문인식기에 개인 지문을 입력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동의서도 받지 않고 지문을 채취했다. 개인정보 보호 침해라는 노동조합의 강력한 항의가 있자 사측이 이를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우리도 말할 수 있다

화물연대 파업 4일차이자 민주노총 경고파업이 있던 지난 달 28일 오후, 화물연대 서경지부 이봉주 지부장이 농성 중인 의왕 ICD 철탑 아래에서 열리는 '공공운수노동자 총력투쟁결의대회'에 함께하기 위해 전주대·비전대 여성노동자들이 하얀 소복을 입고 왔다.

"박자 잘 맞춰."
"엄청 많이 왔네."
"촌시럽게 남원 말 하지마."

▲지난 달 28일 의왕 ICD 철탑에서 농성 중인 화물연대 서경지부 이봉주 지부장. ⓒ연정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작은 희망>을 부르기 위해 무대에 오른 전주대·비전대 여성노동자들이 하는 대화가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자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 나온다. 여성노동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지 노래 전주가 나올 때까지 수다떨기에 여념이 없다. 전주에서 파업농성 중인 전북고속 노동자가 사투리 쓰지 말라며 너스레를 떤다. 단식농성 3일 차를 보내고 있는 철탑 위에 있는 이봉주 지부장도 몸을 숙여 무대를 바라본다.

"아따, 참말로..."
"인사해야지."
"정○○ 부장 잘 봐~"
"차렷. 하나 둘 셋!"

지친밤 오늘을 기억해 부질없는 바람일지라도
숨죽인 우리의 노래가 언젠가 네 가슴에 닿기를
거리 위 지나는 걸음 아래 이름 없는 들풀일지라도
언젠가 당신에 손길이 갸날픈 내 손에 닿기를
수많았던 눈물과 한숨들 숨죽였던 침묵의 세월
이제는 말해도 될까요 작은 희망 이룰 수 있게


▲지난 달 28일 의왕 ICD에서 열린 공공운수노동자 충력투쟁결의대회에서 노래하는 전주대·비전대 여성노동자들. ⓒ연정


뜨거운 환호와 박수 속에 <작은 희망> 합창이 끝나고, 한 여성노동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가 민주노조를 만들고 제일 처음 한말이 무엇이냐면 '우리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월급이 오른다'가 아니라 '우리도 말할 수 있다.' 그 동안, 십 년 동안 얼마나 말을 못했으면 말 할 수 있다고 외쳤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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