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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마음이 아파 마음을 찢고 있어요" 한마디에…

[전주대·비전대 여성비정규직 청소노동자 투쟁 ②] 희망을 말해도 될까요?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북평등지부 전주대·비전대 여성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인정과 성실교섭 등을 요구하며 파업농성을 시작한 지 6월 25일 현재 50일 차가 되었습니다. 평등지부 이태식 지부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 39일 차가 되었으며, 전주대 총장실 농성은 43일 차가 되는 지난 6월 21일에 해제하였습니다.

전주대·비전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0여 년 근무해 왔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용역업체인 ㈜온리원의 매장 청소와 물건 운반, 김장 담그기 등에 동원되어 억울한 삶을 살다가 2011년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이들 노동자들과 하는 일이 전혀 다른 온리원 매장 노동자들로 구성된 복수노조를 만들고, 전주대·비전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노동조합과의 성실교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주대·비전대의 재단법인인 신동아학원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던 여성비정규직 청소노동자 1인에게 1일당 300만 원의 벌금을 학교에 내라는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냈습니다. 이는 조합원 전체 기준으로 1일 1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총 43억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단식농성 중인 이태식 지부장과 여성노동자들은 현재 신동아학원과 밀알복지재단 홍정길 이사장(전 남서울은혜교회 목사)에게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강남구 일원동 밀알교회 앞에서 노숙농성 중입니다. 밀알교회 측은 농성장 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필자주>


마음이 아픈 사람들

"오늘 충청과 남부지방에는 비 예보가 있습니다."

6월 8일, 전주로 가는 7시발 버스를 타니 일기예보가 나오고 있다. 다소 흐린 서울 하늘을 보며 '진짜 올까?' 했는데, 정안휴게소를 지나니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한다. 서울에서 3시간 조금 안 되는 거리가 갖고 있는 간극을 느끼는 순간이다.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파업농성 549일을 맞는 전북고속 농성장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자, 전북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북평등노조(이하 '평등노조') 공영옥 조직국장과 이순희 사무국장이 와서 나를 전주대로 안내한다. 공영옥 조직국장은 전북버스파업과 전주대·비전대 파업 등 지역에 중요한 투쟁이 많아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내가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농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파업농성 16일 차가 되던 5월 22일, '기자 없는 기자회견'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이날, 2시가 언론사 마감시간이라고 해서 1시간을 당겨서 기자회견을 했건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혼자 동분서주하며 전북지역 취재를 다니는 지역 대안매체 기자도 이날 일정이 안 맞았던 모양이다.

▲ 신동아학원 법인사무국 사무실 앞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는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 ⓒ연정
전주대 구 정문 앞에 이르니 "수퍼스타를 키우는 곳 전주대학교"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전주대 안에 있는 신동아학원 건물에 도착했다. 거기에서 전북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건물 입구에는 '학교법인 신동아학원'과 '(주)에버미라클(EM)'이 적힌 현판이 붙어있다. 신동아학원(이사장 홍정길, 전 남서울은혜교회 목사) 법인사무국 사무실이 있는 2층에 올라가니 그 앞에 여성노동자들이 앉아서 신문지를 찢고 있다. 오전 내 찢은 종이가 소복하게 쌓여있다. 피곤함을 못 이기고 사무실 앞에 마대자루를 덮고 누워있는 여성노동자들도 보인다. 그 옆에는 <유정천리>와 <노조는 아무나 하나>, <남행열차> 등 가요를 개사한 노래 가사가 붙어있다.

"뭐 하시는 거예요?"
"마음이 아파서 마음을 찢고 있어요."
"네? 마음을 찢는다고요?"

'마음이 아파 마음을 찢고 있다'는 이 한마디에 나의 마음은 무장해제 당한다. 전주대로 나를 안내한 공영옥 조직국장이 나를 소개하자 조합원들이 박수와 환호성으로 반갑게 맞아준다.

▲ 전주대 내에 신동아학원과 에버미라클(EM)이 함께 있는 건물. ⓒ연정

"온리원 천냥 백화점 매장 가서 물건 진열하고 포장하고 청소하고 우리가 다 했어요."
"1년에 천 포기씩 김장도 했어요."
"아니야. 삼천 포기야."
"난 연차 휴가도 제대로 못 써먹고, 아들 졸업식도 못 갔어요."
"방학 때만 휴가를 쓸 수 있어요. 평소 때는 쉬고 싶어도 못 쉬어요."

처음엔 말 못한다며 서로 미루더니 이야기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다른 조합원들은 귀에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 한 곡을 반복해서 부른다. 얼마 전에 파업농성 중인 전주대·비전대 여성 청소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작한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 합창 UCC'에 나오는 노래란다.

"지친 밤 오늘을 기억해 부질없는 바람일지라도
숨죽인 우리의 노래가 언젠가 네 가슴에 닿기를…"

대중음악 또는 복음성가로 알려진 <you raise me up(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을 한글 가사로 바꿔 만든 노래였다. 여성노동자들은 이 노래를 '작은 희망' 또는 'Wind or Wish(바람 또는 바람)'라고 불렀다. 이때 이후로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을 만날 때마다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엔 학교 직고용으로 했었어요

"저는 1997년도에 들어왔거든요. 처음엔 학교 직고용으로 했었어요. 2년 정도 했는데, 1999년에 서울에 있는 용역회사로 넘기더라고요. 그때, 총무처장 같은 사람한테 말을 많이 했어요. 그냥 이대로 두면 안 되겠냐고…. 넘어가서 1년 이상 되니까 온리원이라는 회사로 다시 넘기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신동아재단에서 꾸몄더라고요."

올해로 전주대에서 청소 노동을 한 지 18년 차가 되는 박영신(가명) 씨는 1997년에 전주대에 직접고용 정규직 노동자로 입사를 했다. 그때도 적은 월급에 일은 많았지만, 청소 이외 다른 잡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입시소집 같은 때에 일을 하면 따로 보수를 지급받았고, 회식도 자주 있고 선물도 받았다. 또, 명절에는 '떡값'도 나왔다. 같은 신동아법인 소속인 비전대학교 역시 당시에는 청소와 경비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정규직이었다.

하지만, 신동아학원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된 직후인 1999년 전주대와 비전대에 용역업체를 들여와 일부 청소노동자들을 간접고용 형태로 전환한다. 당시에는 동일한 청소노동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이했다. 2000년에는 신동아학원과 전주대·비전대 교직원들이 공동출자하여 만든 용역업체인 온리원의 전신 성민기업으로 변경되면서 전체 청소노동자들이 간접고용으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경비와 시설업무도 간접고용으로 전환되었다. 성민기업은 2002년에 주식회사 온리원으로 사명이 바뀌어 현재까지 전주대와 비전대에 청소, 경비 등의 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시설업무 노동자들의 경우, 학교 차량으로 업무를 하고 있어 2011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 이후 불법파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자 학교 측은 4명의 시설업무 노동자들을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책임회피를 위한 자기부정

한국기업데이터에서 나온 (주)온리원에 대한 '기업신용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온리원에서 신동아학원의 지분율은 28.45%이며, 에버미라클은 27.09%에 달한다. 신동아학원과 에버미라클의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 약 56%에 달한다. (주)에버미라클에 대한 보고서에는 신동아학원의 지분율이 30.30%, 온리원의 지분율이 20.31%로 나타나 역시 50% 이상을 신동아학원과 온리원이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주대와 비전대의 학교법인인 신동아학원과 에버미라클, 그리고 온리원의 '나눠먹기식'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온리원의 주요관계회사 난에는 (주)에버미라클이, 에버미라클의 주요관계회사 난에는 온리원과 에버미라클이 표기되어 있다.



온리원의 초기 대표이사였던 강영중 씨는 2002년에 설립된 에버미라클의 창립 당시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온누리교회(담임목사 이재훈) 전 장로이다. 온리원의 현 대표이사인 김종수 씨는 온누리교회 신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리원의 사내이사 김영진 씨는 신동아학원 소속이며, 감사인 한상선 씨는 비전대 학생생활선교관장과 행정지원처장을 맡고 있다. 에버미라클의 조항진 대표이사는 온누리교회 전 장로이자 전 온누리복지재단 상임이사이고, 이사 박남규 씨는 전주대를 졸업하여 현재 전주대 EN연구개발단 사업실장을 맡고 있다. 또, 에버미라클의 감사 박용한 씨는 신동아학원 사무국장이다.



▲ 전주오거리 부근에 위치한 천원상점 온리원 매장 앞에서 일인시위 중인 여성노동자들. ⓒ연정

지난번 글에서 제시하였듯이 전주대와 비전대, 신동아학원, 에버미라클, 온누리교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성이 존재한다. 전주오거리에 있는 온리원 매장 앞에 있는 표지석에는 '건축주: 학교법인 신동아학원 이사장 하용조'라고 표기되어 신동아학원과 온리원의 관계를 알 수 있게 한다. 이들은 모두 '사실상 내부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과 관련하여 서로 간의 긴밀한 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전주대·비전대 파업농성 원인의 당사자들이 자기 자신을 부정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 전주오거리 온리원 매장 앞에 있는 표지석으로, 건축주가 신동아학원임이 표기되어 있다. ⓒ연정

따라서 전주대와 비전대에서 청소노동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인정과 성실교섭 요구 등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신동아학원이나 온누리교회 등에 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정당한 일이다. 그러나 여성노동자들은 신동아학원의 한 직원이 사무실 앞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향해 "고만 내려가요잉~"하는 말과 함께 삿대질을 하고 지나갔다며 울분을 토로한다.

근로계약 없는 근로계약서

파업농성 중인 전주대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은 온리원이 용역업체로 선정된 이후 기가 막히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오래 다닌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의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1년에 1번씩 회사 측에서 주민등록증을 떼어오라고 하는데, 노동자들은 그때가 되면 재계약하는 걸 눈치 챌 뿐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들어온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에 서명날인을 했지만, 관리자가 근로계약서 중에 내용이 적힌 부분을 접거나 가린 상태에서 서명날인을 요구하여 근로계약서 내용을 알지 못했다. 지난해 6월, 평등노조에 가입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내막을 알게 된다.

"읽어보려고 하면 '시간 없는데 읽고 있다'고 관리자가 막 뭐라 그래. '왜 이걸 하느냐' 그러면 알 것 없다고 그래. '언니, 왜 읽지도 않고 도장 찍어?' 하면 그 사람한테 뭐라고 하고."

한 여성노동자는 노동조합 가입 이후 23개월 근무한 후 기간만료 사유로 해고가 되었는데, 해고가 되고 나서야 자신이 11개월과 1년 두 차례 근로계약이 체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여성노동자는 노조 가입을 빌미로 한 부당해고라는 노조 측의 문제제기로 복직은 되었지만, 신규입사로 처리가 되어 기존에 있던 연차가 사라졌다고 하소연을 했다. 사측은 최근에 입사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위 사례와 같이 11개월과 1년을 계약하고, 계약서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또, 강제적으로 서명날인을 한 근로계약서를 해당 노동자에게 주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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