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계약해지 조치를 두고 현대차 관계자는 "개정 근로자 파견법 시행에 따른 법적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개정 파견법에 따르면, 오는 8월 2일부터는 '불법파견' 판정을 받으면 단 하루만 일해도 원청업체가 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의무가 생긴다. 현대차로서는 잠재적인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범위가 기존의 2년 이상 일한 하청노동자에서 전체 하청노동자로 넓어진 셈이다. 이번 조치가 "정규직 전환의무를 회피하고 불법파견을 은폐하려는 꼼수"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가 조합원들을 정리해고하고 강제 전환배치한다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맞섰다. 오는 5일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박현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을 만났다. <편집자>
사내하청 직고용, 그 이면엔? (上) 월급 오르는데도 "똥 밟았다" 한숨 쉰 까닭은… |
프레시안 :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 1564명을 단기 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했다. 현대차 사측, 정규직노조, 비정규직노조가 모여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하던 중에 나온 방침이다. 교섭 과정을 설명해달라.
▲ 박현제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지회장. ⓒ뉴시스 |
지난달 5일부터 치러진 4~6차 교섭에서 현대차는 두 가지 방침을 통보했다. 우선 사내하청 노동자 중에서 2년 미만자인 1564명을 전원 해고한다(그러나 1564명 중에는 2년 이상자도 있다). 단, 해고자 중에서 일정 인원을 회사 기준에 따라 선별해 직접고용 단기계약직으로 쓰겠다고 했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 일하는 공정을 분리하겠다고 했다.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끼리만 일하게 해서 불법 요소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특히 1564명과는 별도로 있는 정규직 지원반(정규직이 휴가 등을 이유로 빠질 때 대신 투입하는 인력반) 인원 200여 명을 전환 배치하겠다고 했다. 정규직 지원반에 있는 하청노동자는 불법파견 판정을 받을 확률이 가장 확실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오는 8월 2일부터 개정 파견법이 발효돼 2년 미만자들이 사업장에서 하루라도 일을 하면 정규직 고용의무조항이 적용된다며 이번 조치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5차 교섭 때부터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현대차는 8월 개정 파견법 발효를 앞두고 시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프레시안 : 현대차가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를 밟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박현제 : 현대차는 사내하도급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직고용 계약직 노동자를 쓰면서 버티다가 그 이후로는 법적으로 하자 없이 하청노동자를 쓸 것이다. 사내하도급법은 '불법파견'을 합법적으로 인정한다. 이 법이 예정대로 통과돼 내년 7월부터 시행되면 원청사업주가 합법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업무지시를 내릴 수 있다. 2010년에 대법원이 '불법파견된 2년 이상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이라고 판결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프레시안 : 만약 사내하도급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박현제 : 계속 기간제 노동자를 쓸 것이다. 정리될 때까지.
"한쪽에선 기간제로 전환, 다른 쪽에선 정규직 채용"
프레시안 : 1564명 가운데 일부는 해고하고 일부는 직접 고용한다는데 이들의 명단을 파악하고 있나? 현재 상황을 알려달라.
박현제 : 현장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 명단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현대차는 회사의 채용기준에 의해 해고자를 정하겠다고 한다. 소위 말해 말 잘 듣는 사람들을 데려다 쓰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 합리화, 조립공정 외주화' 등을 통해 인원을 줄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대차는 해고를 무기로 회사의 요구를 들이댈 수 있는 것이다. 줄어든 공정과 업체 폐업을 무기로 직고용을 받아들이라고 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노조탈퇴나 (불법파견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포기할 것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최근에 정규직을 신규채용할 때도 예전에는 나이 제한이라든지 기준이 있었는데, 노동조합을 흔들기 위해 1차 면접에서만 4배수를 뽑았다고 하더라.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1200명 가까이 된다. 이 중에서 800명을 뽑으면 노동조합이 작살나는 거 아니겠나. 노조에서 지침을 내려도 조합원들은 정규직 면접도 있고 하니 쉽게 못 움직인다. 현대차는 원래 지원 단계에서 떨어지면 채용 안 하는데도 조합원들에게 "다음번에 다시 뽑아줄 테니 기다리라"고 문자 날리고 있다.
이러니 조합원들이 노조 탈퇴도 못하고 양쪽으로 눈치만 본다. 조합에 가입한 사람은 교섭으로 '불법파견' 문제가 풀릴까 싶어서, 신규채용 1차 전형에 합격한 사람들은 혹시 정규직이 될까 싶어 움직이지 못한다. 불법파견 판결이 났으면 정규직 전환을 해야지, 왜 신규채용을 하면서 조합원들을 흔드나.
▲ 박현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이 26일 현대차가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직접생산공정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했다며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정몽구 회장을 울산지검에 고발하고 있다. ⓒ뉴시스 |
"정리해고·전환배치 통한 공정분리, 이미 몇 년 전부터 진행"
프레시안 :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공정분리(블록화) 작업은 얼마나 진행됐나?
박현제 : 사실 알게 모르게 오래됐다. 몇 년 전부터 추진돼 지금은 상당히 진행됐다. 생산라인에서 도장과 생관(물품을 나르는 작업) 쪽이 진행됐다. 시트나 엔진 쪽은 거의 블록화가 다 됐다. 예전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서 일했는데, 이제는 한 쪽 라인에서는 정규직, 다른 쪽에서는 비정규직이 일한다. 의장(차를 조립하는 작업) 쪽도 시도 중이다.
회사는 일상적인 정리해고나 전환배치를 통해 공정분리를 한다. 사실 하청노동자는 상시적으로 정리해고된다. 회사는 신차를 투입하거나 라인 공사를 하거나 공정의 일부를 외주화하면서 공정을 줄여왔다. 공정이 줄면 하청노동자는 해고된다. 이 과정에서 공정분리 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또한 회사는 정규직과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조와 주야맞교대를 하는 비정규직을 전환배치하고 있다. 하청노동자가 일하던 공정에 직고용 기간제 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대법원은 같은 컨베이어벨트 아래서 '합법도급'이란 없다고 말했다. 한 컨베이어벨트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 일하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공정분리를 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일하는 컨베이어벨트가 다르면 불법 요소가 완전히 사라지나?
박현제 :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는 어떻게 보면 다 서로서로 연결돼 있다. 그런데 전체 컨베이어 벨트에서 특정 구간에만 비정규직을 넣는다면? 상황이 애매해진다.
회사는 (오는 8월부터 개정 파견법을 적용받는 2년 미만자에 대해) 공정분리를 하면 재판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다만, 2년 이상자는 구 파견법을 적용받는다.
"2년 이상자에게 소송 포기, 사직서 요구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 공정분리나 직접 고용 전환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박현제 : 조합원의 99%가 (2007년 7월 이후 구 파견법을 적용받는) '정규직 고용의무자'다. (2007년 7월 이전 구 파견법을 적용받는) 고용의제자(2년 이상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면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 고용의무보다 고용의제가 더 강제적인 규제다. <편집자>)도 90%가량 된다.
현대차는 계속 2년 미만자만 기간제 전환 대상이라고 말하고, 전환배치 대상 중에 2년 이상자는 소수이기 때문에 2년 이상 일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이 문제를 아직 자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노조가 2년 이상자도 전환배치 대상이라고 설득하고 다니니 요즘은 조합원들도 조금씩 긴장하고 있다.
프레시안 : 직고용 대상에 오른 1564명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직고용되면 시급이 오르니 좋아하지 않을까?
박현제 : 2년 미만자들은 대부분 비조합원인데, 한시적으로 2년 동안 직접 고용됐다가 다시 사내하청 노동자로 돌아갈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조합원들은 99%가 2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자기들이 기간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잘 안 한다.
2년 이상자가 직접 고용 대상이라면, 아마 소송을 포기하고 사직서를 쓰게 할 것이다. 그런데 조합원들은 사직서를 쓸 수 없다. 사직서를 쓰면 나중에 (불법파견 판정) 소송에 악영향을 받는다. 2년 이상자로서는 지금 당장 시급 많이 준다고 해서 정규직 자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
프레시안 : 사직서를 쓸 사람은 없다고 보는 건가?
박현제 : 현장 분위기를 파악해봐야 한다. 해고 문제인데 당연히 흔들리지 않겠나. 비정규직들이 나이가 많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들다 보면 사직서 쓰고 직고용되겠다는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다.
5년 이상 일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정리해고됐다가 노사합의로 복직했는데, 고용기간이 2년 미만이라고 이번 직고용 대상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은 '불법파견' 요건에 해당하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정리해고자가 아니라 사직서를 쓴 '자진퇴사자'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안 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1564명의 대부분은 한시하청 노동자이므로 조합원들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확률이 높겠다.
박현제 : 현장을 파악해봐야 안다. 그런데 업체사장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청업체는 그동안 일용직을 쓰면서 많은 이윤을 창출해왔다. 일용직에게는 퇴직금, 성과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이들을 다 자르고 직고용하면 하청업체 밥그릇이 줄어든다. 큰 업체는 80~90명 정도, 작은 업체는 40~50명 정도 데리고 있는데 한시직 노동자를 다 빼버리면 (업체당) 20~30명이 나간다. 폐업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직고용 계약직이 되면 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되나?
박현제 : 잘 모르겠다. 현대차 종업원은 종업원인데, 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별도 직접 고용직이라고 보면 된다.
"소송 결과만 기다리다가는 정년퇴직하겠다…현대차와 싸워볼 것"
프레시안 : 소송이 잘 될 것 같나? 하청업체 소속이 중간에 바뀐 경우는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박현제 : 울산공장에서 1200명 정도가 현재 소송에 참여하고 1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산공장에서는 고등법원 판결까지 나왔다. 최근 판례를 보면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 중간에 업체가 바뀌더라도 사장만 바뀌지 소장, 반장, 경리는 다 안 바뀐다. 법원에서 업체가 바뀌었다고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
소송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오리라고 예상하지만, 나도 8년이나 기다렸는데 이제 막 행정소송에 들어갔다. 소송 결과만 기다리면 이러다 정년퇴직할 것 같다. 소송 결과만 기다려서 될 것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프레시안 : 그래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는 것인가? 파업에 대한 계획을 들려 달라.
박현제 : 그렇다. 당장 사람들이 정리해고되는 문제에 대해서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회사에서 그런 공격이 들어온다면 싸움을 해봐야 한다.
노동위원회에서는 '파업권'은 주지 않고 '행정지도'를 내릴 것 같다. 하청노동자에게 원청사업주는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올 것이다. 지난 2010년 파업 때도 똑같은 결정이 나왔다. 점거파업은 불법이라고들 이야기하지만, 2,3공장 점거 같은 경우는 이상수 전 지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도 어느 정도 파업권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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