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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스칸 성폭행은 프랑스 여당의 작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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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스칸 성폭행은 프랑스 여당의 작품인가?

기획설에도 '구멍' 있어…음모설 제기 기자 동영상에 관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 반년이 지났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검찰이 물적 증거 부족과 피해자 진술 번복을 이유로 스트로스칸에 대한 공소를 취하하면서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둔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집권당이 사회당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그를 끌어내리기 위해 사건을 꾸며냈을 수 있다는 '음모론'은 오히려 가열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미국 언론 <뉴욕 리뷰 오브 북> 등이 최근 제기한 의혹을 분석했다. <뉴욕 리뷰 오브 북>의 에드워드 제이 엡스타인 기자는 26일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던 지난 5월 14일에 찍힌 비디오와 통화 기록 등을 분석해 이 사건이 누군가에 의해 꾸며진 '작전'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뉴욕 리뷰 오브 북>의 보도 이후 프랑스의 스트로스칸 지지자들은 제기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배후'로 지목된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은 자신들의 연루설을 일축했다.

<인디펜던트>는 <뉴욕 리뷰 오브 북>의 엡스타인이 베테랑 탐사보도 기자이면서 동시에 음모론가라며 그가 제기한 새로운 정황들이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문은 이번 사건 이전에도 스트로스칸의 성적 편력이 알려져 있었고, 프랑스 사회당이 스트로스 칸 대신 다른 후보를 선택할 여유가 있던 시점에 사건이 벌어진 점을 들어 엡스타인의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엡스타인이 주장한 5월 14일 성폭행 사건의 의혹과 이에 대한 <인디펜던트>의 문제제기를 항목별로 정리했다.

▲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 ⓒAP=연합뉴스

1. 사라진 블랙베리

<뉴욕 리뷰 오브 북> 엡스타인의 기사에 따르면 스트로스칸은 5월 14일 오전 자신의 지인으로부터 이메일 해킹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 그가 IMF로부터 지급받은 블랙베리폰에서 보낸 개인 이메일을 UMP가 읽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스트로스칸은 오전 10시 7분 경 프랑스에 있는 아내 앤 싱클레어에게 해킹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보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스트로스칸은 이날 오후 블랙베리을 분실한다. 통화 기록에 따르면 성폭행 사건(12시 6~7분)이 일어난 뒤인 낮 12시 13분 그는 딸 카밀레에게 블랙베리로 전화를 걸었다. 이후 그는 호텔에서 나와 카밀레와 점심 식사를 했고, 그 후에야 블랙베리를 분실한 사실을 깨닫는다. 12시 51분 블랙베리는 누군가에 의해 전원이 꺼졌고 다시 발견되지 않았다. 블랙베리가 마지막으로 보낸 위치 정보는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던 뉴욕 소피텔 호텔이었다.

이에 대해 <인디펜던트>는 UMP의 지도부가 스트로스칸의 전화기를 해킹했다는 의혹을 단호하게 부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UMP가 실제 해킹을 시도했다고 해도 그것이 스트로스칸을 함정에 빠트리려 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신문은 블랙베리의 실종이 음모론의 증거보다는 흥미로운 일에 가깝다면서 "스트로스칸이 딸을 만나러 가는 택시 안에서 전화기를 두고 내렸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2. 2820호

소피텔 호텔의 전자키 기록에 따르면 성폭행 피해자 나피사투 디알로는 스트로스칸으로부터 성행위를 강요당한 이후 곧장 신고하러 가지 않은 대신 '2820호'라는 또 다른 방에 들어갔다. 엡스타인 기자는 디알로가 이날 그 방을 여러 차례 드나들었다며 그 방에 '공범'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인디펜던트>는 호텔 측이 27일 낸 성명을 인용해 디알로가 이날 2820호에 단 두 번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번은 2820호 투숙객이 오전 11시 30분 방을 떠난 후 청소를 위해 들어갔으며, 그 다음은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 시점이었다. 신문은 디알로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2820호에 들어간 사실을 숨겼으며 디알로의 거짓말이 스트로스칸 사건을 공소 취하한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호텔 측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투숙객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3. CCTV 속 두 남자의 춤

엡스타인 기자는 호텔 CCTV의 당일 기록을 분석, 호텔 엔지니어 브라이언 이어우드와 익명의 호텔 종업원이 성폭행 사건 직후 이상한 행동을 보였고 주장했다. 호텔 측이 경찰에 성폭행 사실을 신고한 이후 두 사람이 보안 사무실 근처에서 서로 손을 마주치고 3분 이상 춤을 추는 등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소피텔 소유주인 프랑스의 아코르 그룹은 CCTV에 찍힌 두 남자의 영상은 3분이 아닌 8초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두 남자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모습이 찍히긴 했지만 운동선수들이 흔히 하는 하이파이브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엡스타인이 29일 자신이 본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해당 영상은 올라오지 않고 있다. 신문은 엡스타인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영상을 공개한다면 아코르 그룹에 대한 '반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신문은 "프랑스 기업이 맨해튼에 소유한 호텔에 고용된 미국인 엔지니어가 프랑스의 유명인사를 몰락시키려는 책략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믿어야 하나?"라며 엡스타인의 주장에 회의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4. 의문의 1시간

호텔의 카메라 기록에 따르면 디알로는 12시 42분경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보고한다. 하지만 호텔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온 것은 오후 2시가 지나서였다. 엡스타인 기자는 호텔의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호텔 측이 경찰에 신고하기 전 보안 관계자끼리 많은 통화가 오갔지만 신고를 늦춘 이유에 대한 어떤 해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디펜던트>는 "호텔 측의 신고가 늦은 점은 기이한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 역시 호텔이 '음모'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고 반박했다. 스트로스칸이 유명인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종업원의 신고를 받고 높은 위치에 있는 보안 책임자로부터 지시를 받느라 신고가 늦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5. 엘리제궁도 가담했다?

엡스타인 기자는 당시 호텔의 통화 기록을 입수해 아코르 그룹의 보안책임자 존 시헌이 프랑스에 있는 보안총책임자인 르네 조르주 퀘리에게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퀘리는 프랑스 대통령 관저 엘리제궁의 정보 조정관 앙쥬 만시니와 경찰 시절 동료 관계였다. 퀘리는 엡스타인이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할 시점에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과 축구 관람을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퀘리 본인은 스트로스칸이 뉴욕 JFK 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4시간이 지나서야 사건에 대해 들었다는 게 <인디펜던트>의 반박이다. 퀘리는 이후 만시니와 통화를 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는 아코르 그룹이 경영하는 호텔에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취하는 일반적인 절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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