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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스 칸 재판, '유전무죄 미국' 오명 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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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스 칸 재판, '유전무죄 미국' 오명 씻을 수 있을까?"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세계적 재판, 뉴욕검찰을 응원한다"

뉴욕 호텔의 여종업원 성폭력 미수로 기소된 국제통화기금(IMF) 전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SK)의 "세계적 재판"이 6일 시작됐다. 5월14일 사건이 일어난 지 22일만이다.

"세계적 재판"이라는 표현은 영국의 <인디펜던트>가 붙인 이름이다. DSK가 내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사르코지 대통령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사회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동시에 세계 금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IMF 총재로 국제적 이목을 끈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재판"이다. 그의 "피해자"가 아프리카 기니에서 이민 온 호텔 여종업원으로 아프리카 전 대륙이 이 재판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세계적인 재판"이라고 부를 만하다. 돈과 권력을 쥔 백인 엘리트가 아프리카에서 이민 온 가난한 흑인 초텔 여종업원을 성폭행하고도 반성은커녕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자의 존엄을 유린하는 몰염치한 행위에 전 세계인이 공분하며 재판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세계적인 재판"인 것 같다.

세계적인 재판이자만 첫 공판은 DSK가 강제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해서 7월18일 2차 공판 날자만 정하고 간단히 끝났다. 피고가 범죄 사실을 부인했기 때문에 제2차 공판부터 검찰과 DSK 변호인단이 12명의 배심원을 상대로 DSK의 유무죄를 설득하는 세기의 대결이 시작될 것 같다. 1995년, 전 미국인의 관심을 끌었던 O.J. 심슨 재판을 능가하는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배심원이 DSK의 유죄 무죄를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만약 피고가 범죄 사실의 일부를 인정하는 유죄 답변 거래(plea bargaining)를 제의하면 검찰과 피고 변호인단 사이에 형량을 흥정할 수 있다. 민사는 형사와는 별도의 문제이다.

DSK는 미국에서 가장 유능한 형사사건 변화사로 마이클 잭슨의 미성년 성행추행 사건을 무죄로 이끈 벤자민 브래프(Benjamin Brafman)만 변호사를 선임했다. O.J. 심슨 사건과 같은 재판 결과을 기대하면서 그랬을 것이다. 피해자인 호텔 여종업원 나피사투 디알로(Nafissatou Dialo)의 변호인으로는 약자인 피해자들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끌어내는 전문가로 알려진 흑인 변호사 케네트 톰슨(Kenneeth Thompson)과 3명의 변호인이 맡았다.

DSK의 유죄를 입증할 검사로는 카터 대통령 때 국무장관을 지낸 사이러스 밴스의 아들 사이러스 밴스(Cyrus Vance) 2세와 3년 전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명사들을 대상으로 사창 네트워크를 운영하다 고발된 "맨하탄 마담 크리스틴 데이비스" 사건에서 유죄 자백을 받아낸 아티 맥코넬(Artie McConnell) 검사 등 5명의 검사가 포진하고 있다. 쟁쟁한 뉴욕 사법계 대표들이 자신들의 명예와 경력을 걸고 대결할 자세를 갖추고 있다.

지난 5월14일 뉴욕의 소피텔 호텔에서 사건이 처음 일어난 직후 프랑스로 떠나려다 비행기에서 뉴욕 경찰에 체포된 DSK는 여론의 비난에 밀려 IMF 총재 사표를 제출해야 했고 초췌하고 맥빠진 모습으로 수갑을 찬 채 경찰의 심문에 불려 다녔다.

그러나 며칠 뒤 DSK는 1백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라이커스 형무소에서 풀려나고 한 달에 5만 달러(5천5백만원)를 내는 호화주택에서 생활하며 미국에서 가장 비싼 변호사를 채용해서 무죄 석방의 방안을 모색했다.

돈의 위력이다. 이러한 DSK의 행동을 보고 인디펜트 신문은 "스트로스-칸이 돈으로 자유를 살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돈만 있으면 최고로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그래서 범죄자도 무죄로 풀려날 수 있는 미국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DSK의 변호인들이 이런 미국 사법제도를 이용해서 그를 무죄로 만들려는 전략을 꾸미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자기 아내와 연인을 살해한 증거가 있는데도 변호사가 그를 무죄로 이끈 1995년의 O.J 심슨 사건의 재판(再版)을 DSK 변호인들이 노리는 것 같다는 시사였다.

누구나 유죄를 믿었던 O.J. 심슨 사건을 무죄로 이끈 것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유능한 변호사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조니코치란(Johnnie Cochran)의 변호 전략의 결과였다는 것이 정평이다. 소피텔 호텔 종사자나 경찰 검찰 모두가 DSK를 성폭행 미수로 믿고 있는 상황에서 DSK가 뉴욕에서 가장 유능하고 수임료가 가장 비싼 변호사 벤자민 브래프맨을 선임한 것은 그의 유죄 협의를 뒤집기 위해서는 돈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인디펜덴트에 의하면 벤자민 브래프맨 변호사의 수임료는 7백만 달러(70억원) 선이다. 이렇게 거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지불하면 유전무죄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무전유죄가 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재판은 사실 입증 싸움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법률 싸움이다. 사실의 해석 싸움이다.

DSK측은 형량이 무거운 강제 성폭행 혐의를 면하기 위해서 호텔 방에서 채취한 DSK의 정액 DNA 검사에서 그의 정액이 입증되면 그것은 강제가 아니라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역공하는 증거로 이용할 전략을 세워 놓은 것으로 추리되고 있다.

DSK가 6일 무죄를 주장한 것도 오럴 섹스 사실을 강제가 아니라 합의에 의한 것으로 역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억지 주장을 배심원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 피해 여성의 평소 행동이 쉽게 성행위에 응할 수 있는 여성이었다는 것을 증거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피해 여성의 사생활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전 CIA 요원인 윌렴 그린이 운영하는 PR 전략회사 TD를 통해 피해 여성의 고향인 아프리카의 기네까지 사람을 보내 그의 가족생활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D는 DSK가 2007년 IMF 총재에 출마했을 때 그의 임명이 무난히 추진되도록 막후 운동을 벌인 역할을 한 컨설팅 회사이다.

DSK는 TD 외에도 가이드포스트 솔루션(Guidepost Soloution)이라는 "전문 수사 안전 자문회사"를 통해 피해자의 행동을 조사하고 재판에 유리한 정보를 수집하고 필요한 언론 작전도 계획한다. 이 회사는 맨하턴에 있는 전 뉴욕 검찰청 형사국 국장을 지낸 바트 슈워츠가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프랑스의 최대 PR 회사인 유로RSGS 출신의 4총사가 DSK 재판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법률 싸움이라기보다는 사법 전쟁을 보는 느낌이다.

DSK가 이처럼 엄청난 사법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은 그가 "너무 돈이 많고, 너무 강한 권력을 갖고 있고, 너무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DSK의 아내 안 싱클레르는 유명한 텔레비전 앵커일 뿐아니라 파리와 뉴욕에서 큰 화랑을 운영했던 폴 로젠버그(Paul Roseenberg)의 손녀로 그가 소장했던 비싼 명화의 일부를 상속받은 거부이기도 하다. 로젠버그는 피카소와 브라크 마티스를 후원한 화상으로 큰 돈을 벌었고 나치가 파리를 점령했을 때 명화를 많이 도난당했지만 그래도 소장한 대가들의 명화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안 싱클레르가 할아버지의 콜렉션 일부를 상속받았다. 안은 2008년 피카소가 그린 초상화 "폴과 그의 딸"(안의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국가에 유료 기증했고 작년부터 피카소 미술관의 이사를 맡고 있다. 이런 갑부의 아내를 두고 있으므로 무죄 판결만 이끌 수 있다면 변호사 비용d이나 부대 조사 비용은 큰 문제가 아니다.

DSK가 "너무 돈이 많고 너무 강한 권력을 갖고 있고 너무 유대인"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어느 인종을 차별하는 말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사실을 묘사한 표현 같다. 이번 사건을 어느 특정 인종과 연결시켜 볼 필요는 없다. 보아서도 안 된다. 문제는 인종적인데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사법제도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제도화하고 있는 데 있다. 뉴욕 검찰과 호텔 여종업원 나피사투 디알로의 변호인단이 선전해서 미국 사회가 돈과 권력을 가진 소수 집단이 사법권을 이용해서 가난하고 권력 없는 다수를 경멸하고 그들의 권리를 유린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지난 15일 성폭행 혐의로 뉴욕 경찰에 수갑을 찬 채 연행되고 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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